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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흘리고, 언론은 그냥 받고... 언론 맞나

검찰과 언론은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인격살인' 즉각 중단해야

등록|2011.08.30 21:58 수정|2011.08.31 09:58
우선 글을 시작하면서 짚을 것이 있다. 만일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와 후보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에 대한 모종의 합의를 했고, 이번에 박 교수 쪽에 건네졌다고 알려진 2억이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가성'이었다면 곽 교육감은 응분의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곽노현을 후보로 옹립했고, 함께 선거운동을 했던 모든 세력과 사람들 역시 함께 책임져야한다. 필자 역시 곽노혁 교육감 선거대책본부장 중 한사람이었고, 곽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뒤 인수위를 만들었을 때 행정분과 위원장을 맡아 곽노현 교육감을 도왔으므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임을 밝혀둔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 엄정히 수사해야 하며 곽노현 교육감과 그 주변은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한다.

수사의 진행과 별개로 최근 곽노현 교육감 사건을 다루는 언론들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은 오늘자 (8월 30일자)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들이다.

<국민일보> '진보후보 단일화 과정 검, 수사 전방위 확대'
<동아일보> '"곽노현, 나머지 5억 연말에 주기로 했다"'
<서울신문> '검, 곽노현 2억 대가성 확인'
<세계일보> '"곽, 박에 직접 사퇴 종용"'
<조선일보> '곽 ․박측, 단일화 직전 사당동 비밀회동'
<중앙일보> '"당신 사퇴 안하면 진보진영서 매장" 곽노현 종용했다'
<한국일보> '곽노현 "나는 당당" 사퇴 거부 검찰,녹취록 등 대가성 확인'
<한겨레> '청와대 김두우 수석 박태규와 수십번 통화'
<경향신문> '로비스트 박태규 귀국, 정치권 긴장'

▲ 8월 30일자 <동아일보> 1면. ⓒ 동아PDF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을 제외한 모든 신문이 곽노현 교육감과 관련해 검찰이 흘리고 있는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1면에 내보냈다. <한겨레>의 경우 1면 머리기사가 박태규로비 건이지만 그 옆에 곽노현 교육감 사진을 길게 싣고 사설까지 실었다. 이미 한겨레와 경향은 어제(8월 29일) 사설을 통해 곽감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위 기사들을 물론 다른 관련 기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대표적으로 29일자 <동아닷컴> 기사 '곽노현, 뒷돈 7억원 약속하며 한 말은…'은 아무리 자세히 읽어봐도 제목에서 언급된 '7억원을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다. 그리고 기사내용 중에 '합의' 혹은 '결렬'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 주체가 곽노현 교육감이라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도대체 '누가' 7억을 주기로 합의했고 '누가' 결렬시켰다는 것인가.

30일자 <조선일보> 톱기사 '...사당동 비밀회동' 관련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사당동이 만남장소였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단일화 관련 만남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마치 사당동 만남에서 엄청난 비리가 모의된 듯 제목을 잡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위해 애썼던 이해학 목사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곽노현 교육감은 단일화와 사퇴후보 선거비용 보전 문제에 관해 매우 단호한 반대입장을 취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그런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느냐? 나는 그런 모임에는 나가지 않겠다"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언론의 '아니고말고식' 선정보도의 끝은 어디일까

언론은 29일부터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의 출처에 관해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검찰, 박교수에 준 2억 '진보 공동자금' 배제 안해(국민일보 | 08.29 18:51)
검찰 "2억 출처, 개인 돈·판공비·제3자 세갈래 수사"(조선일보 | 08.30 03:08)
현금2억 출처 의문 '제3의 제공자' 가능성 초점(서울신문 | 08.30 05:03)
검찰, 곽노현 2억원 중 '공금 의심자금' 추적 (연합뉴스 | 08.30 15:13 )

이미 제목에서 이들은 "진보공동자금" "...판공비, 제 3자..." "공금 의심자금" 등등의 단어를 끌어들여 곽 교육감이 진보단체 쪽에서 돈을 받았거나, 판공비나 공금을 횡령한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 만일 이도저도 아니면 검찰과 언론은 어떻게 책임일 것인가.

<동아일보> 사설 '곽노현의 僞善이 진보의 본질인가(동아 2011.8.30 사설)와 <동아일보> 기사 (與 "문제 많은 단일화, 법으로 제한" 野와 충돌 예고)(동아일보 | 08.30 03:21) 등을 보면 수구보수언론의 곽노현 때리기 의도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언론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가장 먼저 트위터을 통해 곽노현 교육감 사퇴를 언급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런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있고 심각하게 성찰하고 책임있게 처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시 교육감이 또다시 부패교육감이 되는 그런 사례가 됐다"며 "부패에 연루됐다는 그 자체만으로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말해 곽노현 교육감을 '부패교육감'으로 낙인찍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관계자들도 질세라 곽노현 교육감 때리기 대열에 가세했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주변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을 먼저 확인하기 보다는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과 언론보도를 보고 곽노현 교육감 압박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의 돈을 지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의 대가성은 부인했다. ⓒ 남소연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응을 보며 서거한 노무현대통령 사건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것일까. 2년 전 봄 노무현 대통령 사태 때도 그랬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수구보수언론이 사실확인 없이 검찰이 흘린 사실을 받아썼다. 수구보수언론은 한술 더떠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을 소재로 '소설'을 써대기 바빴다. 검찰과 수구보수언론이 만든 틀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않았다. 지금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앞에 놓고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가장 먼저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과연 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후보사퇴를 전제로 7억을 주기로 한 일이 있는가?"
"과연 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를 단일화를 위해 협박한 일이 있는가?"
"곽노현 교육감이 건넨 2억 원은 대가성인가, 아닌가."
"곽노현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건냈다는 2억을 어떻게 마련했는가."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실들은 대부분 미확인된 것들이다.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있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시인한 것은 "2억을 건넸다는 것" 뿐이다. "박명기 후보가 금전적인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여 돈을 준 것 뿐"이라고 곽노현 교육감은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쓴 보도 중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미 많은 보도 내용들은 서로서로 충돌해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기도하다.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놓고 지금 우리사회는 또다른 '이념갈등'에 빠져들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이념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놓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언론이 취재경쟁에 밀릴까 앞다투어 관련사실을 보도하는 것도 언론생리상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에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한다. 그 최소한의 원칙은 '사실'에 기초해 기사를 쓰며 정치권이 논평하는 것이다.

우리는 '2의 노무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진보-보수 모두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진보-보수 모두 함께 검찰에 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포를 통한 인권유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들도 곽노현 교육감과 관련한 아니고말고식 보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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