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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터에 들어가면 1회당 200만원 벌금"

법원 결정문 강정마을 곳곳에 고시... 해군기지 반대활동 제약 불가피

등록|2011.08.31 20:54 수정|2011.08.31 20:54

▲ 법원 집행관이 강정마을에서 중덕 해안으로 진입하는 삼거리에서 주민들과 취재진에게 방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장태욱


정부가 법원에 신청한 해군기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이 8월 31일부터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 운동가들의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지난 29일 제주지방법원은 정부가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참가한 주민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주민 및 평화 운동가 37명과 5개 단체에 대해 공사방해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37명과 생명평화결사,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게 "신청인(정부)의 (해군기지 예정) 토지 및 공유수면에 대한 사용 및 점유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5개 단체의 소속 회원, 사원 또는 구성원 등으로 하여금 이를 위반하게 해서는 안 되며" "명령을 위반한 피신청인들은 위반 행위 1회당 신청인에게 2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31일 제주지방법원은 박성규 집행관을 포함해 직원 3명과 작업인부 5명을 강정마을 해군기지 경계지역에 파견해 법원의 결정을 고시했다. 강정마을에서 고시가 이루어진 곳은 해군기지 예정지로 진입하는 정문, 중덕 해안으로 내려가는 삼거리, 강정포구에서 해군기지 예정지로 들어가는 입구, 해군기지 사업단 동남쪽 강정천 하류 등이다. 법원은 부두 시설물을 제작하는 화순항에도 법원의 결정을 고시할 예정이다. 

박 집행관 등은 오후 2시에 강정마을에 도착해 중덕해안으로 진입하는 삼거리부터 공시 절차를 밟았다. 이들이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현장에는 주민 50여 명과 취재진 20여 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집행관은 현장에 있는 마을주민에게 "공무를 집행하러 왔다. 표시판을 세우고, 법원 가처분 결정 고시문을 벽에 붙이겠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고시를 훼손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고권일 대책위원장은 "법원 집행관의 고시문 게시를 막지 않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법원의 법 집행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주민과의 마찰을 우려하여 서귀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법원 직원들과 동행했으나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경찰관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주민의 움직임을 동영상 카메라로 녹화하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 법원 직원들이 법원의 고시 내용이 기록된 판넬을 도로변에 설치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직원들은 이날 강정마을 네 곳과 화순항에 동일한 내용이 기록된 고시를 게시하였다. ⓒ 장태욱


법원의 이날 집행에 대해 홍기룡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수긍하기 어렵지만 법의 결정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해군이 구럼비 해안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법집행에 대해 고권일 대책위원장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정부가 책임지고 대화에 나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부가 아직까지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지 않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공사를 밀어붙이려 하는만큼 대치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집행관들이 법원의 결정을 고시하는 동안 마을 원로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중덕해안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법원이 공사방해 금지 결정을 개시하는 것을 본 마을의 한 원로는 "이 농로는 우리 주민이 필요해서 사유지를 내놓고 만든 길인데, 이제 와서 마을 대표들에게 들어가지 말라니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원로는 "대통령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군사기지를 이렇게 엉터리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흥분하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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