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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서울시장 선거 이미 시작... 단일후보는 필수"

[토론회] 10·26 보선과 민주진보 진로

등록|2011.09.01 20:44 수정|2011.09.01 20:44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민주진보의 진로' 좌담이 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왼쪽부터)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기식 '혁신과 통합' 대변인, 이철희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태흥 민주노동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10·26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시장의 정치게임에 의해 파탄난 서울시정을 서울시민의 힘으로 바로 세우는 선거다. 이를 위해 정당들이 후보를 내놓은 후 단일화하는 방식보다는 단일화 과정 자체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범시민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감동을 주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김기식 '혁신과 통합' 대변인의 말이다. 최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통합후보추진위'의 다른 버전으로 범시민 단일후보 만들기에 민주진보의 모든 세력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같은 안이 나온 것은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10·26 보선과 민주진보 진로' 생중계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1일 오전 장윤선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는 이철희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태흥 민주노동당 전략기획위원장, 김기식 혁신과 통합 대변인,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함께했다.

"범시민단일후보가 어떤 콘텐츠로 유권자 만날지 고민해야"
먼저 정태흥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민의 민심을 살펴 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진보진영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철희 부원장은 "이번 선거는 '무상급식'이라는 복지 정책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을 세울 것이냐보다는 어떤 쟁점과 전선으로 선거를 치르냐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복지 플랜을 어느 선(선별적, 전면적)까지 제안할 것인지 시장 선거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종배 평론가는 "범시민단일후보가 어떤 콘텐츠로 유권자를 만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시민들은 한강 르네상스 정책 등 오 시장의 시정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며 "지금 서울시민들은 서울 시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무조건 '복지로 가면 이긴다'는 식으로 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생활 진보'로서 시민들 삶에 파고 들어가서 설득할 상세한 준비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기식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은 '부패하고도 무능하다'는 걸 확인해줬고, 오 시장은 토건 사업 외에 뭘 했느냐는 점에서 보면 민주진보진영의 콘텐츠 경쟁력은 보수를 압도한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시민의 요구가 시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가 합의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후보 단일화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가 첫째 과제고, 둘째로 시민이 참여해 서울시정을 만든다는 운영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셋째 복지·노동·생태 등의 가치가 반영되는 정책 노선과 정책 과제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추석까지 (세 가지 과제에 대한 합의를) 결정하고 추진해 나가면 서울시장 선거는 시민의 축제가 될 것이다."

'통합후보추진위'두고 민주당·민주노동당 이견

한편, 토론과정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통합후보를 만들어내자는 '통합후보추진위원회(통추위)' 명칭을 두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의견 차를 보였다. 민주당과의  통합에 명확히 선을 그은 민노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야권과 시민단체에 제안한 '통추위'의 '통합'이란 단어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손 대표가 통추의를 제안했는데, 진보정당은 이런 명칭의 추진위에 들어갈 수 없다"며 "진보정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통합 후보'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진보정당 내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종배 평론가 역시 "당 울타리 안에서 후보를 만들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명칭을 재고해야 한다"며 정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이에 이 부원장은 "통합후보라는 말은 야권 전체를 통합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지, 형식적인 정당 통합을 말하는 건 아니"라며 "민주당이 '통합'이라는 단어를 쓴 게 숨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칭이 문제라면 바꿀 수 있다"고 답을 내놨고 정 위원장은 "야권과 시민사회가 단일후보 만드는 기구라면 민노당이나 다른 야당도 참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 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민주진보의 진로' 좌담. ⓒ 권우성


야권을 강타한 '곽노현 교육감 사건'

이어진 이슈는 10.26 재보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곽노현 교육감 사건이었다. 

김 평론가는 '2억 원의 증여에 대한 세금 탈루' 문제를 확장시켜 증여와 관련해 진보진영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후보자가 자식들의 통장에 2000만 원을 넣어준 것까지 문제 삼아 사퇴의 근거로 삼았다"며 "곽 교육감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2억 원을 전달했는데 증여세를 안 냈다면 (진보진영은) 인사청문회에서 보였던 태도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곽 교육감이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정 위원장은 "공직자로서의 도덕적인 책임이 있는 곽 교육감은 성찰해야 한다"면서도 "검찰이 이 사건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정치 국면으로 사안을 몰아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가지 죽음으로 내몬 검찰이 교육감 정도는 금방 날릴 수 있지 않느냐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곽 교육감의 과오도 분명하지만, '정치검찰'의 행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건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에서는 재빨리 서울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들고 나온 상황. 이 부원장은 "이번 문제가 교육감 직선제 때문이라면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대선 자체를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문제를 과도하게 정치화 시켜서 정치적으로 재단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 문제를 두고 우리까지 정치 공방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며 '아예 대꾸조차 하지말자'는 방법을 제안했다.

야권 통합이 되면 보궐 선거 승리는 떼놓은 당상?


마지막 궁금증이 남는다. 야권 통합이 되면 보궐 선거에서 야권은 반드시 승리할까?

전략가들의 분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정 위원장은 "6.2 지방선거 때 오세훈 시장에 대한 투표율은 25.4%였는데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은 이보다 높은 25.7%가 나왔다"며 "6.2 지방선거 투표율인 54.5%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와야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있지만 (야권은) 잠재적 지지자까지 투표장에 데리고 갈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도 "보수층의 결집도는 포화상태가 아니라 더 결집할 여지가 남아있다"며 "무당파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범시민 단일후보는 필수조건이고 콘텐츠는 충분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당파가 움직여도 박빙"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의 예측도 맥을 같이한다. "보수층은 주민투표 과정에서 결집해 이미 10.26 시장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중간층도 범시민 단일 후보를 만드는 데 결합해 민주진보 진영이 총결집해야 한다"며 "범시민 단일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말했다.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희망섞인 견해도 있다. 이 부원장은 "25.7%라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은 무겁게 다가오는 숫자"라면서도 "어쨌든 25대 75 구도로서 75라는 거대한 집단에 투표 동기를 부여해 투표장에 나오게 하면 우리가 이긴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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