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택시 타고 싶다고? 그럼 목숨을 걸어라

[모로코에서의 한 달 9] 마라케시로 가는 길

등록|2011.09.02 16:54 수정|2011.09.02 18:40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우리는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모로코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했다. 그 첫 번째 여행지는 '붉은 도시'로 유명한 마라케시이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남과 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다른 도시들과 도로와 철도가 잘 이어져 있다. 11세기 베르베르인이 건국한 왕국의 수도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만큼 많은 유적지들이 있어 매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전 세계에서 연간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마라케시를 다녀간다.

.

ⓒ SympaTIC Coree 팀


안내방송 전혀 없는 열차의 하차역? "척보면 척이지"

모로코는 철도가 발달되어 있어서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이용하면 무리가 없다. 모로코철도청인 Oncf 사이트(http://www.oncf.ma)에 접속하면 목적지의 시간표와 운임을 확인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예약도 가능하다. 우리가 지냈던 살레(Salé)에서 마라케시(Marrakesh)까지 가는 데는 5시간 정도 소요가 되고 2시간마다 기차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살레 기차역까지 가는 것이었다.

.

ⓒ 이주리



모로코의 택시는 어디서든 잡아서 "어디로 가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택시와는 조금 달랐다. 도시 곳곳에 택시 정류장이 있어서 그 정해진 정류장에서 타고 목적지의 가까운 택시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도시 간에는 정해진 노선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우리가 있던 살레에서 라바트의 어느 관광지를 가기 위해서는 우선 살레에서 택시를 타고 라바트의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그 정류장에서 다시 라바트 택시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현지인의 경우 택시기사와 가격 등을 협상하여 바로 목적지로 가기도한다. 이런 연유로 도로에서 사람들이 개인 승용차를 세워 운전자와 가격을 협상해 돈을 주고 자기가 원하는 곳까지 가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에서도 러시아워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

ⓒ SympaTIC Coree 팀



택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소형 택시(petit taxi), 대형 택시(grand taxi)가 있다. 말 그대로 대형택시는 소형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형택시와 같은 크기의 대형택시도 있다. 그래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소형 택시는 미터기가 있어 외국인의 경우 바가지를 쓸 확률이 비교적 적다. 최대 승차인원은 3명이고 밤늦게까지 운행한다.

반면에 대형 택시는 최대 승차인원이 6명인 데다가 가격은 운전기사와 협상을 해야 한다. 따라서 가격만 잘 협상한다면 많은 사람이 타야 할 때는 큰 택시가 경제적일 수 있다. 반면 이 택시는 저녁 늦게까지 운행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던 마을에서 살레의 기차역으로 갈 때면 말은 대형택시고 크기는 소형택시인 대형택시에, 앞자리에는 2명이 뒤에는 4명이 서로 엉덩이를 겹치고 타곤 했다. 

모로코의 기차는 한국의 기차와 같이 두 좌석씩 돼 있는 칸이 있고, 한 좌석에 4명씩, 8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기차 안에서조차 남쪽으로 가고 있어서 그런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기차에서 보이는 풍경은 생기 없어 보이는 나무, 풀 몇 포기와 광활히 펼쳐져 있는 갈색의 땅 뿐이다. 기차의 같은 칸에서는 한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8명이 원래 알았던 사람처럼 신나게 대화를 한다. 나 또한 기차 안에서 방학을 맞아 부모님이 사는 마라케시로 돌아가는 대학생에게 마라케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모로코에서 기차를 타면 어리둥절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지금 어느 역에 도착하고 있는지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당황해 하지 않고 자기가 내려야할 종착역에서 잘만 내리는데, 모로코 사람에게 물어보니 '척보면 척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로서는 기차가 서서히 멈출 때 창문에 코를 박고 역 이름이 쓰여 있는 표지를 발견해야 한다. 그래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현지인에게 그때그때 물어보는 것이다.

.

ⓒ SympaTIC Coree 팀



터무니없는 가격, 흥정이 제일이다

5시간을 기차에서 보내고 도착한 마라케시역은 한마디로 럭셔리하다. 기차역 자체도 굉장히 크고 역 안에는 맥도날드와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까지 있다. 역을 나가면 얼굴에 '여행자'라고 쓰여 있는 우리를 가만히 놔둘 리 없다. 나가자마자 택시기사들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기 시작한다. 마라케시에서는 흥정을 잘하는 사람이 제일이다. 이때부터 택시기사는 외국인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우리는 그 가격을 내리느라 한참을 흥정해야 한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인만큼 택시뿐만 아니라 상점에서도 항상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사는 사람을 그 가격을 내려야 한다. 나중에는 이러한 흥정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워에는 택시를 겨우 잡고 한숨을 돌리면, 목숨을 걸만큼 난폭한 운전이 기다리고 있다. 관광객을 태운 말과 차들, 신호등이 없어 마구 길을 건너는 사람들까지 섞인 길은 차에 탄 사람을 숨죽이게 만든다. 택시에서 내리면 저절로 '살았다'는 생각과 안도의 한숨이 밀려온다.

▲ 마라케시는 그 명성만큼 기차역도 럭셔리하다. ⓒ SympaTIC Coree 팀




마라케시의 볼거리는 기차역과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있는 메디나(구 시가지)에 모여 있다. 마라케시의 메디나는 그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선정됐을 만큼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다(관련사이트 : http://whc.unesco.org/en/list/331). 우리가 묵는 숙소는 메디아 안에 있는 자마엘프나(Jemaa el-Fnaa) 광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자마엘프나 광장에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자마엘프나 광장. 여러 가지 볼거리로 가득하다. ⓒ SympaTIC Coree 팀



낮에는 오렌지주스를 파는 노점들과 원숭이를 데리고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게 하는 사람들, 피리로 코브라를 춤추게 하는 노인, 헤나를 그리는 여인들까지, 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밤에는 길게 늘어선 노점들과 행상,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 낮의 더위를 피해 저녁에 나온 주민들이 엉켜 분주하다.

.

ⓒ SympaTIC Coree 팀



오렌지주스는 살레의 마을에서 먹었던 오렌지주스보다는 시원하지만 확실히 물을 섞어서 옅다. 그래도 4디람(한화로 약 600원)으로 마라케시의 턱턱 막히는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모로코의 여성들은 흔히 헤나로 손과 발을 꾸미곤 하는데 특히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서는 예쁜 꽃무늬로 한껏 손과 발을 꾸민다. 색깔은 검정색과 갈색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보통 헤나를 하고 나서는 하루 동안은 물을 대지 않는 게 예쁜 색깔을 내는 데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무늬가 흐려지고 2주 정도면 없어진다.

.

ⓒ SympaTIC Coree 팀


광장 주변에는 전통 시장이 널려있다. 아랍어로 수크(souq)라고 불리는 시장은 모로코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 가죽제품, 장신구, 등, 접시와 같이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많이 판다. 이곳저곳 골목을 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워낙 골목이 많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다.

.

ⓒ SympaTIC Coree 팀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