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대사관 "촛불 때 이 대통령 무능·미숙"
공개된 위키리크스 외교 전문에서 밝혀져
▲ 2008년 6월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적 불만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지 못하는 그의 무능은 그와 참모들의 대중에 대한 호소가 미숙함을 보여준다."
지난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무능'과 '미숙함'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전문은 6·10 촛불대행진이 정부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비폭력 호소를 받아들여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날 시위대의 요구는 이명박 정부를 향했지만 다행히 반미주의로 흐르지는 않았다며 다행스러워 했다.
전문은 이날 시위가 미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시위 가운데 최대의 촛불 시위였다며, 전국적으로 80여개 도시에서 수십만의 시민들이 참가했고, 서울에서만 경찰 추산 약 8만 명, 시위대 추산 약 70만 명이 참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촛불 당시 노무현 "이 대통령 하야 요구는 비민주적"
전문은 그러나 적어도 20만 명이 참가했을 것이라는 익명의 경찰관의 말을 전하며, 이 숫자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참가한 13만명을 웃도는 숫자라고 말했다.
전문은 시위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권은 이같은 요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무현 : MB의 마지막 서포터?'라는 소제목을 달고 며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 하야 요구에 대해 "비민주적" "반헌법적"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전문은 마지막 코멘트에서 "6월 10일의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국민감정이 늘어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적 불만의 초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국면을 타개하지 못하는 그의 무능은 그와 참모들의 대중에 대한 호소가 미숙함을 보여준다"고 총평했다.
전문은 이어 "몇 달 후면 국회가 가동되면서 자연적으로 이 대통령이 약간의 인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시위대가 아직은 반미주의로 흐르지 않고 있다"고 안도하면서도 "정부는 상황이 반전되는 것이 두려워 동맹(미국)과의 이슈에 의미있는 행보를 해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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