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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흙탕물에 사는데 당신만 독야청청?  정치 거절했지만 늘 죄의식으로 남았다"

[인터뷰②] 서울시장 출마선언 앞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록|2011.09.08 19:38 수정|2011.09.08 21:27

▲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걷는데 하루종일 비가 왔어요. 우리 시대가 흘리는 눈물처럼 마음에 다가왔지요. 4대강사업, 용산참사…. 저는 아무런 책임이 없나. 이명박정부 당국자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내 임무가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다했나 생각하다가…."

평생 시민운동만 할 것 같았던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왜 서울시장 출마결심을 했을까. 무엇이 그를 적어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치일선에 서야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그 답은 시대정신에 있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한 대담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원래 우리 사람의 근간이 되는 경제문제를 시민경제 관점에서 새롭게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주변 관계자들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흙탕물에서 사는데 당신 혼자만 그렇게 살 것이냐며 압력을 넣었다"며 "겉으로는 정치진입을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죄의식으로 남아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면서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꿈을 언제까지 저버리고 있을 수 있나 고민했다"며 "저조차도 현정부의 실정을 몸으로 피부로 느끼면서 어떻게 혼자만 지낼 수 있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을 시작한 때부터 이미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작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49일간 산속에서 국토의 등허리를 타고 넘으며 600km를 걸었다"며 "정치가 운명처럼 다가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치가 하나의 화두였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주변 지인들이 출마권유를 했으나 거절했던 전례를 들자, 박 변호사는 "그땐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며 "뭔가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는 시민단체 후배들에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에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늘 불편했고 그것이 쌓여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염원이 박 변호사에게 압력을 가해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냐는 오 대표기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짧게 말한 뒤 길게 웃었다.

다음은 박원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무려 40일이 넘게 산 속에 있었다. 백두대간 대종주를 결심할 때 지금까지의 인생과 다른 삶을 살겠다고 작심했던 것인가.
"그렇다. 총 49일 동안 산에 있었다. 백두대간이 국토의 등허리를 타고 지나가는데 참 길다. 600킬로를 걸었다.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희망제작소도 이제 시작한 지 5~6년이 지나서 사업 안착도 이뤄지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주 중 '시민경제'를 생각했다. 경제는 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이 경제 아니던가.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경제문제를 시민경제 관점에서 새롭게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주변 분들이 '왜 우리는 흙탕물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당신 혼자만 그렇게 살거냐'고 압력을 넣었다. 물론 전에도 그런 압력이 있었지만 그 때는 다 거절하고 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거절한 것들이 죄의식으로 많이 남아있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서 그를 많이 고민했다.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꿈을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저버리고 있을 수 있을까. 특히 현 정부의 실정을 몸과 피부로 느끼고 있으면서 혼자 고고히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많은 분들이 산으로 찾아왔다."

- 결국 백두대간 종주 전에도 '내 삶이 바뀔 것이다, 정치가 운명처럼 다가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인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치가) 하나의 화두였다."

-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 박 변호사가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때 이미 결심했던 것인가.
"기정사실이 돼 (제 고민이) 퍼져나갔는데 그리고 나서도 후회하고 그랬다. 잠이 들 때마저도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나 생각하고. 산에서 내려오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 6kg이나 체중이 줄었다고 들었다. 그 때 다 빠진 것 아닌가. 안 교수도 그 기간 중 3kg 빠졌다고 들었다.
"저는 하도 많이 걷기도 했으니깐. (웃음) 번뇌도 있었고."

- 6.2 지방선거 때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그런데 왜 그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나.
"그 땐 제가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 그 때도 제가 지역에 있는데 시민사회 후배들이 찾아와서 거의 강박했다. 그래서 영국으로 떠났다. (웃음) 그러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뭔가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물론 저도 그런 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에 함께하지 못하는데 불편했다. 이런 감정이 쌓여서 지금 이렇게 된 것이다."

-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염원이 박 변호사에게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이런 결정이 나온 건가.
"그렇다.(웃음)"

- 백두대간 종주 중 '대속(代贖)을 생각하다'란 글을 썼다. 이게 언제쯤인가.
"종주 중간 무렵 정도일 거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돌아보기도 하고 많은 생각도 했다. 그 글은 속리산 구간을 걸을 때 썼을 것이다. 속리산 구간을 걷는데 하루 종일 비가 왔다. 그 비가 눈물처럼 느껴졌다.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등 이 정부가 들어선 뒤 일어났던 일들…. 난 아무런 책임이 없나. 이명박정부의 당국자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내 임무가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다했나 하는 반성 때문에 그 글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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