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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만 들으라'는 대통령, 국민은 피곤하다

-KBS 추석특집 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2011.09.09 20:08 수정|2011.09.09 20:09
KBS가 추석을 앞두고 또 다시 이명박 정권 홍보를 위한 특집프로그램을 만들었다.

8일 KBS는 저녁 10시부터 80분간 <추석맞이 특별기획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생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KBS 황상무 앵커가 진행하고 오종남 서울대 교수와 홍성걸 국민대교수, 방송인 정은아 씨가 패널로 참여해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출연 패널의 면면, 질의응답 내용 등등 어느 것 하나 진정한 의미의 대화와 소통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홍 교수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로 활동했고,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온 뉴라이트 싱크탱크 그룹의 상임집행위원을 맡은 친여 인사다. 오 교수도 이명박 정부에 적극 협력한 전력을 갖고 있다. 2010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G20 서울회의' 홍보 강연을 했었고, 올해 초에는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팔성 회장의 연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일반 시민의 목소리는 사실상 배제됐다. KBS는 방송 시작과 함께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프로그램 말미에 겨우 2건을 다뤘다. 그조차 '청년 창업'과 '하루만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무엇을 갖고 싶은가?'와 같이 민감한 현안을 피해간 질문이 선택됐다. 인터넷게시판에는 반값등록금과 BBK 문제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었지만 다뤄지지 않았다.

패널 3명 중 2명을 친정부 인사로 구성하고, 시청자 질문은 사실상 요식 행위에 그치면서 국민들에게 '대화하자'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패널 구성을 KBS <일요진단> 팀이 맡았다는 공식 발표와 달리 청와대가 최종 확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질의응답 내용은 한마디로 '전파 낭비' 수준이었다.

청년실업, 고물가, 가계빚 등 민생문제와 '안철수 돌풍', 당청관계 등 정치·경제 분야 의제에 대해 대부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주장으로 끝났다. 일례로 물가 대책에 대해 이 대통령은 "물가를 탁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석유값과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요인" 탓을 하는데 그쳤다. '성장에 신경 써서 물가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긴 했지만 "성장과 물가는 관계없고 지금 정부정책은 물가 쪽에 상당히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끝났다.

정부에 불리한 의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명박 정부와 고위 관료들의 매국적인 친미 행태와 거짓말, 반값등록금 문제, 한진중공업 사태, 제주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들이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 "서울시장을 해보니 정치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별로 없더라", "행정이나 일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서울시장 후보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선거개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특집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KBS는 이미 MB정권을 향한 충성심을 충분히 보이고 있다. KBS 뉴스는 'MB 나팔수'로 전락한지 오래고, 시사프로그램들은 권력 비판에 손을 놓았다. G20 등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온갖 특집과 기획으로 정권 홍보에 앞장서 왔다. 대통령은 격주에 한 번씩 KBS 라디오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KBS는 이것으로도 부족한지 추석 특집까지 편성해 대통령 홍보, 정권 홍보에 나섰다. '내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 앉아 80분간 쏟아낸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은 '대화'는커녕 '전파공해'였다. 살인적인 물가로 가뜩이나 고달픈 추석을 맞게 된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KBS는 더 이상 이런 '전파공해'로 시청자들을 괴롭히고 우롱하지 말라.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통령을 보는 것도,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추석특집'으로까지 내보내는 공영방송을 보는 것도 국민에겐 너무 피곤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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