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에 버린 호박씨가 자라서 호박이 열렸습니다. 하나가 열린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 박현국
요즘 한국에는 죽 전문점이 있어서 먹고 싶은 죽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대략 죽이 30가지 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자랄 때는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풀숲이나 보이지 않은 깊숙한 곳에서 단단하고 크게 익은 호박을 따 두었다가 겨울 방학이 되면 아침밥을 먹은 뒤 따 놓은 노란 호박을 꺼내서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라서 호박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 호박은 단단해서 장갑을 끼고 잘라야합니다. 자른 호박은 껍질도 벗겨냅니다. 껍질 채 삶으면 호박이 잘 으깨어지지 않습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 호박은 가보차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가보차는 우리나라의 단호박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짙은 녹색입니다. 이 호박은 단단하고 속은 노란색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단단한 호박이 재배되고 많이 먹습니다. 일본에서 팔리는 이 단단한 호박은 일본에서 재배되거나 파푸아뉴기니와 등 열대지방에서 재배된 것을 수입해 옵니다.
저희 집에서도 이 단단 호박을 사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잘라고 압력솥에 쪄서 으깬 다음 물을 부으면서 저으면 호박죽이 됩니다. 이렇게 호박죽을 끓이고 남은 씨를 텃밭에 버렸는데 싹이 나서 호박 넝쿨이 울타리 나무로 올라가더니 호박이 두 개 열렸습니다.
▲ 호박죽, 압력 솥에 삶은 호박은 으깬 다음 물을 부어 저으면서 끓입니다. ⓒ 박현국
이렇게 수확한 호박을 가지고 호박죽을 쑤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수확한 호박은 아무래도 맛이 부드럽고 연했습니다. 벗겨낸 호박 껍질로는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이렇게 먹는 호박죽이나 된장국이 어려서 먹던 호박 맛은 아니지만 아직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쁩입니다.
▲ 호박 껍질 된장국, 호박죽을 끓이고 남은 호박 껍질은 된장국을 끓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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