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부산' 없어지면 전 어디서 놀죠?
부산시 수영만 요트장 재개발로 철거 추진... 지역 영화인 '반발'
지난 12년간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 시민들의 구심점이 돼 온 '시네마테크 부산'이 철거될 위기에 놓여, 지역 영화인과 시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다.
국내 최초의 영화문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 1999년 부산시가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에 건립, 부산국제영화제측이 운영을 맡아왔으나 요트장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곧 철거될 예정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 10일 '아듀 수영만' 기획전 상영을 마지막으로 11일부터 이전을 위한 휴관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요트장 재개발을 위해 시네마테크 부산 건물을 철거하고 프로그램과 기능을 오는 29일 개관 예정인 부산 우동 센텀시티 내 영화의 전당(두레라움)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1568억 원을 들여 2013년까지 요트계류시설을 400대에서 600대 규모로 확장하고 호텔과 레저시설 중심으로 이 일대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독립영화협회 등 지역 영화관련 단체들은 건물 보존을 주장하며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부산 지역 극장의 99%가 멀티플렉스(복합오락공간)로 변한 지금, 시네마테크 부산은 현대식 멀티플렉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영화적 체험이 가능했던 유일한 공간"이라며 철거 철회를 위한 1위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월 세미나를 열어 '문화유산으로서 시네마테크 부산의 가치'에 대해 토론했으며, 지난 3일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14일 현재 6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머무는 시네마테크, 부산 영화의 상징
지역 영화인들은 시네마테크 부산이 국내외 영화 필름과 대본 등 영화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하고 수준 높은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하며 영화제작 워크숍, 비평교실 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예비영화인을 길러 온 부산 영화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특히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프랑스어로 '영화보관소'를 의미하는 시네마테크는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무성영화와 B급영화, 실험작들을 발굴해 낸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가 1936년 프랑스 파리 샤요 궁(Palais de Chaillot)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한 것이 기원이다.
랑글루아는 20세기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자며 필름을 수집, 보존하는데 힘썼고 이를 위한 전초 기지로 시네마테크를 활용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한국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지향하며 설립됐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철거를 반대하는 영화인과 시민들은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인 시위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 우승인(31· 여· 부산독립영화협회 프로그램 및 출판담당)씨는 "시네마테크가 영화의 전당으로 옮겨가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문화적 유산으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과 공간을 배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씨는 "부산시가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에 30년 장기 임대하는 형태로 수영만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시민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시네마테크 철거 결정이 비민주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의 휴식처이자 영화인을 배출하던 이곳을 사유화해 영리 시설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씨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영화제작 워크숍 과정을 이수한 뒤 독립영화감독이 됐으며 현재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단편영화 <시간이 머무는 그 자리>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시의 발전과 해양스포츠 저변 확충 위해 재개발 필수"
영화인 뿐 아니라 이곳을 자주 찾던 관객과 지역 주민들도 철거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일 시네마테크의 마지막 상영 행사를 찾은 김향숙씨는 철거반대 서명에 참여한 뒤 "예술 영화를 보러 이곳에 자주 왔는데 나만의 공간이자 정신적인 안식처가 돼 주었다"며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영화인들의 공간이었던 곳이 상업적 공간으로 변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시네마테크를 찾은 김진호씨도 "철거와 이전 소식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았다"며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시네마테크가 철거되는 게 아쉽다"고 기존 언론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시네마테크 부산 철거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오는 16일 부경대에서 세미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 10월에 열리는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을 찾은 관람객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계속해 1만 명 서명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한편 부산시는 시의 발전과 해양스포츠 저변 확충을 위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필수적이며, 시네마테크 부산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이 있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의 영화문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 1999년 부산시가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에 건립, 부산국제영화제측이 운영을 맡아왔으나 요트장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곧 철거될 예정이다.
▲ 시네마테크 부산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 12년 간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 시민들의 구심점이었다. ⓒ 이준석
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 10일 '아듀 수영만' 기획전 상영을 마지막으로 11일부터 이전을 위한 휴관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요트장 재개발을 위해 시네마테크 부산 건물을 철거하고 프로그램과 기능을 오는 29일 개관 예정인 부산 우동 센텀시티 내 영화의 전당(두레라움)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1568억 원을 들여 2013년까지 요트계류시설을 400대에서 600대 규모로 확장하고 호텔과 레저시설 중심으로 이 일대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독립영화협회 등 지역 영화관련 단체들은 건물 보존을 주장하며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철거 철회를 위한 1인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독립영화협회는 "부산 지역 극장의 99%가 멀티플렉스(복합오락공간)로 변한 지금, 시네마테크 부산은 현대식 멀티플렉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영화적 체험이 가능했던 유일한 공간"이라며 철거 철회를 위한 1위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월 세미나를 열어 '문화유산으로서 시네마테크 부산의 가치'에 대해 토론했으며, 지난 3일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14일 현재 6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머무는 시네마테크, 부산 영화의 상징
▲ 휴관을 알리는 시네마테크 안내문. ⓒ 이준석
프랑스어로 '영화보관소'를 의미하는 시네마테크는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무성영화와 B급영화, 실험작들을 발굴해 낸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가 1936년 프랑스 파리 샤요 궁(Palais de Chaillot)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한 것이 기원이다.
랑글루아는 20세기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자며 필름을 수집, 보존하는데 힘썼고 이를 위한 전초 기지로 시네마테크를 활용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한국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지향하며 설립됐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철거를 반대하는 영화인과 시민들은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인 시위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 우승인(31· 여· 부산독립영화협회 프로그램 및 출판담당)씨는 "시네마테크가 영화의 전당으로 옮겨가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문화적 유산으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과 공간을 배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씨는 "부산시가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에 30년 장기 임대하는 형태로 수영만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시민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시네마테크 철거 결정이 비민주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의 휴식처이자 영화인을 배출하던 이곳을 사유화해 영리 시설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씨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영화제작 워크숍 과정을 이수한 뒤 독립영화감독이 됐으며 현재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단편영화 <시간이 머무는 그 자리>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시의 발전과 해양스포츠 저변 확충 위해 재개발 필수"
영화인 뿐 아니라 이곳을 자주 찾던 관객과 지역 주민들도 철거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일 시네마테크의 마지막 상영 행사를 찾은 김향숙씨는 철거반대 서명에 참여한 뒤 "예술 영화를 보러 이곳에 자주 왔는데 나만의 공간이자 정신적인 안식처가 돼 주었다"며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영화인들의 공간이었던 곳이 상업적 공간으로 변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시네마테크를 찾은 김진호씨도 "철거와 이전 소식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았다"며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시네마테크가 철거되는 게 아쉽다"고 기존 언론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 시네마테크 부산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부산독립영화협회
시네마테크 부산 철거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오는 16일 부경대에서 세미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 10월에 열리는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을 찾은 관람객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계속해 1만 명 서명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한편 부산시는 시의 발전과 해양스포츠 저변 확충을 위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필수적이며, 시네마테크 부산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이 있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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