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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폭염주의보 발표, 한전은 겨울준비

'대규모 정전사태', 기후변화 읽지 못하여 발생한 사건

등록|2011.09.16 14:02 수정|2011.09.16 14:02
15일 오후 6시 15분부터 45분까지, 30분 동안 안면도에서도 정전이 일어났다. 이미, 전국 곳곳이 정전사태로 떠들썩한 분위기였지만, 내게 닥친 정전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관할 한국전력에 알아보니, 광범위한 정전을 방지하고자 계획적으로 지역별로 일정시간 정전시켰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은 물질적 피해 상황은 파악되지 않지만, 이번 정전사태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기정사실이다.

대한민국 초유의 정전사태 원인은 단순하다. 9일 여름철 전력비상기간이 끝나자 한전은 겨울 전력소요량에 대비해 발전소 23개에 대한 예방정비에 돌입했던 것이다.

▲ 9월 15일 15시 30분 기온분호 현황(붉인 색이 30도 이상) ⓒ 기상청

해마다 전력 소요 최대는 한여름에 발생했다. 더위 탓이다. 하지만, 15일 낮 최고기온이 대구 34.2도를 비롯하여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웃돌아 9월 중순에 볼 수 없었던 한여름의 고온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대구에서 기록된 34.2도는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9월 중순 기온으로서는 가장 높았다. 이 말을 다시 표현하면, 현재 기록된 9월 중순 기온 중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104년 동안 최고기온인지, 1000년 동안 최고기온인지 알지 못한다.

기상청은 이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지만, 한국전력은 예년의 가을로 여기고 발전기를 멈추고 정비를 했다. 당연히 국민들은 더위에 냉방기 등을 가동했고, 전력 소요량은 한여름보다 더 높아졌다. 이번 일은 우리나라의 총 전력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기후변화 문제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문제는 전문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기후가 변화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향을 살펴볼 뿐이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때며, 이미 마련된 분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도시기반시설의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올 여름에 발생한 서울 물난리를 자주 겪게 될 것이다. 산사태위험 관리 등 국토관리 방안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할 것이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국가 농업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가두리어업 등 바다와 관련된 산업도 바뀌어야한다. 국제 무역 등 국제정책도 기후변화 경향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정전사태처럼, 모든 분야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여,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맞을 것이다.

선진국들은 기후안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중앙정보국(CIA)는 2009년부터 '기후변화와 국가안보에 관한 센터(The Center on Climate Change and National Security)를 개설하여 운영 중이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를 관리한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 뜻이다.

기후는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를 아우른다. 이런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지구위의 어느 생물도 살아남을 수 없다. 기후변화를 읽지 못하면, 개인생활부터 국가까지 존폐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사건 중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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