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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구글 지메일도 감청...안전지대 없다?

'패킷감청' 통해 수발신 내용 실시간으로 들여다 봐... 사생활 침해 우려 제기

등록|2011.09.16 14:16 수정|2011.09.16 15:21

▲ 지난 3월 29일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개최한 기자회견 장면 ⓒ 추광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패킷 감청'(인터넷 회선 감청)을 통해 미국 구글의 전자우편 서비스인 지메일(Gmail)의 수신·발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패킷 감청이란,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시청(내지 지득)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이미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나중에 열어 보는 것인데, 패킷 감청은 인터넷 검색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파일 내려 받기 등 사용자가 구동하는 모든 인터넷 사용을 실시간으로 감시 할 수 있다. 

국정원, '패킷감청' 수사기법 활용 드러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형근(52) 전 교사가 국정원이 '패킷감청'을 실시해 헌법상의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며 지난 3월 29일 제기한 헌법소원과 관련 국정원이 최근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 같은 정황이 확인되었다.

국정원은 이 답변서에서 "이상과 같은 강제수사 과정에서 청구인의 사무실에 대한 인터넷회선 감청을 하게 된 이유는 청구인 및 공범자에 대한 이메일 등 압수수색의 결과 청구인이 외국계 이메일(Gmail) 및 부모 명의 메일을 사용하고, 메일 수·발신 후 이를 즉시 삭제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통상의 압수수색만으로는 증거수집이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회선감청을 추가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정원은 계속해서 "우리나라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이메일(Gmail, Hotmail)이나 비밀 게시판 등을 사용하는 등 소위 '사이버 망명'을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메신저나 블로그·미니홈피 등을 이용한 전기통신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포워딩 방식에 의한 감청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도 인터넷회선 감청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김형근 전 교사 뿐 아니라 유학생 간첩사건 관련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이아무개 수사 당시에도 이 같은 감청을 실시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즉 "주거지에 설치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이아무개가 북한 [35호실] 공작원 강아무개로부터 2009.6.6 외국계 G mail로 전자우편을 수신하고, 6.8 자신의 국내 이메일로 회신메일을 발신한 사실이 확인되어 이를 수사보고서로 작성하여 법정에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패킷감청..'통신의 자유및 사생활 비밀 심대하게 위협'

앞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형근 전교사는 지난 3월 29일 "국정원이 수사를 펼치면서 제시한 압수수색 목록에서 '전기통신감청'자료를 받았으며 이 자료에서 국정원이 패킷감청을 실시했음을 적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의 '감청통지문'에 따르면 김 전 교사의 사무실이 소재한 종로구 낙원동 소재 교육공간 '향'에서 '김아무개 명의로 가입 사용 중인 (주)sk브로드밴드 인터넷 전용회선 및 인터넷 전화 (070-000-0000)에 대한 전기통신의 감청및 출력. 인도, 착. 발신지(IP로그) 추적, 국내외 착. 발신 통화내역(역추적 포함)으로 되어 있었다.

이 같은 패킷감청에 대해 김형근 전교사는 지난 3월 헌법소원을 제기 하기에 앞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패킷감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터넷 실시간 감청을 통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의 통신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불가침이 형해화되고, 나아가 그 피의자와 공유기를 통하여 인터넷 회선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이러한 피의자 및 공유기 공동사용자와 통신하는 다른 사람의 통신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불가침 또한 심대하게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혹자는 패킷감청에 있어서도 법원의 허가를 통하여 피의자와 대상, 기간을 특정하면 남용을 통제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으나, 현재의 기술조건으로는 이러한 특정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그렇다보니 패킷감청에 있어서 법원의 허가라는 것은 사실상의 무제한적인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해주는 장식에 불과한 지경"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이번에 확인된 '패킷감청'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한겨레>는 16일자 기사에서 한 보안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중국 공안기관이 지메일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2009년 이후로 지메일은 암호화된 통신규약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풀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국정원의 패킷 감청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제적인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진보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지메일은 HTTP 프로토콜로 암호화되어 송수신됨으로써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 같은 사실은 지메일의 암호를 국정원이 풀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근 전교사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이광철 변호사는 1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이 패킷감청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즉 사생활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차제에 이 같은 패킷감청이 제도적으로 폐지되든지 아니며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형근 전 교사는 두 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형사재판중이다. 지난 2005년 전북 임실 관촌중학교 재직시절 제자들을 이끌고 회문산 빨치산축제에 참여 한 것 등과 관련해 2008년 2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 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또 지난 3월 S씨 등과 '통일대중당'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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