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싸움' 벌이는 한진중에 불어닥친 '노노갈등'
전직 노조 대표자 "현 지도부 임기 연장 반대"... 채길용 "명예훼손 법적 대응"
▲ 지난 8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4차 희망버스 만민공동회'에서 수많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채길용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총파업 철회', '업무복귀'를 선언한 뒤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노-노 갈등'이 노조 임기 막바지에 달해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금속노조·지부·지회 임기는 9월 말까지지만, 한진중 금속노조지회는 9월 중순이 지난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채길용 지회장은 임기를 1개월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오는 19일 조합원 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고자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채 지회장의 임기는 9월말로 끝나야 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지부·지회장 등을 지낸 천원윤·조길표·김승봉·박재근·차해도·정상채·이흥석(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씨는 16일 '전직 노조 대표자가 정상화를 위해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이재용 사장 등 경영진 퇴진을 촉구한 이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면서 더 많은 돈을 챙기려고 노동자의 목을 자르는 조남호 회장이나, 이에 동조하여 '정리해고 철회보다는 임단협으로 임기연장총회'를 요구하는 채길용 지회장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공범"이라며 "조합원 앞에서는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조남호 회장 앞에서는 '정리해고 추진방안'을 협의하는 이중적인 채길용 집행부를 바꿔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채길용 지회장은 더 이상 노조 배신행위를 중단하고 정상적인 지회 임원 선거에 협조하라"며 "2년 동안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이재용 사장과 타협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조합원을 내쫓는데 앞장섰던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들은 "채길용 지회장과 사무장 등 몇 사람으로는 한진지회의 가능은 마비된 상태이므로 교섭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6월 27일 직권합의 시 즉각 불신임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2개월 동안 기다리자는 입장 때문이었지, 채길용 집행부를 믿어서가 아니었다"며 "'비대위' 요구를 거절하면서 식물노조를 고집한 이유만으로도 노조를 배신한 것이므로 임기 연장 없이 즉각 임원선거에 협조하는 것이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노조 대표자들은 "새로운 지회 선거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재용 사장이다, 전 조합원의 힘으로 반드시 임기연장을 막자,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하면 제2, 제3의 정리해고는 시작된다"며 "단일 후보로 정리해고를 막고 불법해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에 조합원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채길용 지회장 "지금 선거하면 안돼 ... 명예훼손 고발"
채길용 지회장은 이날 "중단된 노사교섭 재개로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 냉철한 현실을 직시한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에 따르겠다"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리해고와 임단협을 타결한 뒤 현안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지회에서는 조합원의 바람대로 추석 전 노사정 교섭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마무리를 지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채 지회장은 "이번 만큼은 중단시킨 노사 교섭을 재개하여 임단협과 현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 것"이라며 "그 결단으로 지회임원선거를 한시적으로 1개월 연기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조합원과 소통하는 보고대회를 하게 되었으며, 조합원 총회 공고를 부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 노사교섭은 중단되고 선거로 인한 첨예한 노-노갈등이 증폭되어 조합원들 간에 골은 더욱 더 깊어진다"며 "집행부 구성과 대의원 선거 등 조직 재정비로 긴 시일이 소모되어 지금의 총체적인 현안문제에 대한 노사교섭은 장기간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직 노조 대표자들의 입장과 관련해, 그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와 마찰은 일체 자재해 왔다, 유인물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답변하지 않겠다, 전직 대표자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노노 갈등을 유발시키는 이 정도 그릇밖에 안되는지 안타깝다"며 "서명을 한 7명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사는 2009년부터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임단협을 같이 논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노조 지회에는 비해고자 670여명과 해고자 94명이 가입해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