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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미 민주당 상원의원 한마디에 우왕좌왕"

남경필 외통위원장, 한미FTA 비준동의안 국회 외통위 기습 상정

등록|2011.09.16 17:01 수정|2011.09.16 21:51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의 반대 속에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직권상정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갈 때마다 선물 보따리를 가져가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김동철 간사와 최재성 의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직권상정을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 보강 : 16일 오후 6시 50분]

16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기습 상정됐다.

이날 오후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직권 상정했다. 상임위 상정은 의사봉이 없이 구두로 가능한 탓에 기습상정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남경필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남경필 위원장의 기습 상정... 야당 의원들 "한미정상회담 탓 상정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시기를 두고 논란이 거셌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국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에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 상정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외통위 상정 시점이 됐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미국 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이 제출된 후 우리도 상정하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오후 4시 40분께 남경필 위원장이 "의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정부 입장을 듣고 처리하겠다"고 밝힌 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는 한미FTA 이행법안 처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하자,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김동철·최재성·김선동 의원 등 외통위원뿐만 아니라, 참관하고 있던 다른 상임위 소속의 유선호·김영록·이정희·강기갑·홍희덕·권영길·곽정숙 의원도 남경필 위원장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중단을 요구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들 의원에게 "회의 진행 방해하는 게 민주주의냐"라고 항의하자,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민주주의냐"고 맞받았다. 남경필 위원장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의 건 등 다른 안건을 먼저 처리하겠다며 의원들을 자리로 돌려보낸 뒤, 갑작스럽게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강기갑 의원이 "쌀 문제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상정할 수 있느냐,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갈 때마다 선물 보따리를 가져가느냐"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한나라당 의원은 웃으며 연신 "잘했어"를 외쳤다.

김동철 의원이 "미 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이 제출되거나 (백악관과 민주당이 한미FTA 이행법안 제출 전제조건으로 내건)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처리될 때까지 외통위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심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했고, 남경필 위원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후 외통위는 마무리됐다.

이정희 의원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13일 한미정상회담 전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처리 절차 밟아야겠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국회 임무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매국 행위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다니"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유선호, 김영록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홍희덕, 곽정숙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석을 에워싸자, 남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현재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TAA 처리 조건으로 한미FTA 이행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백악관과 민주당은 TAA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이 됐다"고 주장한 근거는 "다음주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묶어 처리하겠다"는 리드(Reid)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13일 발언이었다.

유기준 의원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TTA와 한미FTA 이행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2일부터 해외공관에 대한 외통위의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오늘 처리해야 미국보다 늦지 않게 상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리드 원내대표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의회에서 TAA를 처리하거나, 미국 정부가 미 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을 제출했을 때가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 지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직권상정하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남 위원장을 찾아와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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