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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루스트레일을 아십니까

민간인이 나서고 기관이 돕고... "지원하되 간섭 않는다"

등록|2011.09.17 09:58 수정|2011.09.17 09:58

▲ 브루스트레일 ⓒ 문창균


제주올레와 자매결연을 맺은 브루스트레일은 캐나다에서 가장 길고 오래 된 걷는 길이다.  4억5000만년 전부터 시작된 침식과 퇴적 등의 거대한 지각 변동으로 나아아가라 급경사면(escarpment)이 생겨났는데, 브루스트레일은 바로 그 급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숲속의 깊은 길이다.

나이아가라에서 북쪽 토버모리까지 총 850km(샛길까지 합치면 1050km)에 이른다. 나이아가라 급경사면은 유네스코의 세계 자연자원 보존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깊고 풍부한 자연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그곳에, 길이 생겨난 것은 1967년. 사람이 나이아가라 급경사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1960년 온타리오주 자연보호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던 레이먼드 로위가 친구인 로버트 베이트맨과 함께 나이아가라 급경사면에 트레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960년 9월 23일 브루스트레일 위원회의 첫 번째 모임이 열렸다. 회원을 모으고,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워털루대학의 지리학자로 하여금 가이드북을 만들게 하는 등 브루스트레일 개장을 위한 준비는 7년에 걸쳐 계속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길을 내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길이 지나는 땅의 주인을 설득하는 일이다.  브루스트레일 위원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땅주인을 직접 방문하여 허락을 받아냈다. 민간 차원의 자발적 노력에 화답해, 온타리오 주정부는 법을 제정하는 등 브루스트레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지원은 하되 간섭은 절대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여러 준비 과정을 착실히 거쳐 브루스트레일은 1967년 9월 23일 공식적으로 개장한다. 이후 캐나다 국내외에서 연간 4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찾아와 걷거나, 스키를 타거나,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브루스트레일을 만끽하고 있다.

해밀턴에 브루스트레일 운영을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사무국이 있으나, 브루스트레일을 실제로 움직이는 동력은 1000명에 가까운 '열혈'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나온다. 나이아가라에서 토버모리에 이르는 각 지역에 자원봉사자 클럽이 9개 결성되어 있는데, 클럽에 소속된 자원봉사 활동가들이 자기 지역 브루스트레일을 보살핀다. 청소를 하거나, 시설을 보수하거나, 길을 새로 내거나, 땅주인을 설득하는 등 트레일과 관련한 모든 일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제주올레 길이 들어선 호클리밸리 브루스트레일은 '칼데론 힐스 브루스트레일 클럽'이 맡고 있다. 호클리밸리가 제주올레 길로 선정된 까닭은, 캐나다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10만 명으로 추산) 토론토에서 가깝고,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여건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그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제주올레를 '유치'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제주올레 길이 탄생하던 날, 캐나다 올레꾼들을 앞뒤에서 이끌며 행사를 주도한 이들은, 사무국 직원들이 아닌 칼데론 힐스 클럽 소속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사무국은 그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맡을 뿐이다. 민간에 의한, 민간을 위한, 민간의 완벽한 자율적 시스템인 것이다.

자원 봉사자들의 부지런한 활동 덕분에, 브루스트레일 어디를 가든 쓰레기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시설 보수에도 적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평소 지역 땅주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여 길을 새로 낼 때 설득을 하는 것도 자원 봉사자들의 몫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브루스트레일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기관차인 셈이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즐겁게 일하는 이들이 회원을 모집하는 데 적극적이고, 또한 기부를 하는 데 열정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 회원은 8000여 명을 헤아리는데, 연회비는 50달러(약 5만 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성우제 기자는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며, <시사IN>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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