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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가 외국으로 길을 내는 까닭은?

등록|2011.09.17 09:41 수정|2011.09.17 09:41

▲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에 우뚝선 제주올레 표식 '간세'. '간세'를 앞에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 문창균


제주올레가 외국의 트레일과 우정의 길을 연 것은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이 세 번째이다. 2010년 8월 스위스 레만호의 라보 와인길에 이어, 11월 영국의 코츠월드웨이가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을 이었다.

뛰기만 하는 한국에서 천천히 걷는 문화를 만들어 전국으로 전파한 제주올레는, 무엇 때문에 외국의 유명 트레일과 결연을 맺으려는 걸까? 서명숙 이사장에게 물었다. 나는 "늦게 시작한 우리가 배울 것이 많아서"라는 소극적인 대답을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대단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답변이었다. 

"외국의 유명 트레일들이 숲길·흙길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 제주올레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아름다움이 있다. 외국 여행을 많이 한 이들이 찾아와 감동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렇다면 제주올레라는 베이비 트레일을 외국에도 알리면 좋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지난해에만 브루스트레일의 두 배가 넘는 87만 명이 제주올레를 찾았다고 하는데, 방문자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다.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에는 오로지 자연밖에 없다. 걷기에 나설 때는 먹을 것, 마실 것을 반드시 싸가지고 가야 한다. 브루스트레일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면, 제주올레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지역의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외국 트레일이 심심한 재미를 준다면, 제주올레는 아기자기하고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민박집에 머물며, 지역 음식을 맛보며,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는 다른 트레일에서는 좀체 접할 수 없는 것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들과 우정의 길을 함께 만든다는 것은 제주올레만이 지닌 진하고 다양한 매력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뜻이다.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에 이어 제주올레는 프랑스 랑도네 협회와 우정의 길을 여는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더불어, 일본 규슈와는 지난 8월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해 '올레'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규슈올레'라는 이름의 걷는 길이 생겨나는데, 제주올레는 코스 개발 컨설팅 같은 노하우뿐만 아니라 간세·리본·화살표 같은 표식도 규슈에 전수했다. 수출을 하니 '외화벌이'는 자연스럽게 따른다. 첫 해에는 상징적인 액수인 100만 엔으로 책정하고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신생 제주올레가 길을 튼 트레일 간의 국제적 협력은, 전세계 트레일들 사이에 하나의 트랜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올레와의 자매결연에서 자극받은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은 영국의 코츠월드웨이와 두 번째로 우정의 길을 열 참이다. 11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2011 월드트레일 컨퍼런스에서 다른 곳과 우정의 길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9~12일 제주도에서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두 번째 올레축제가 열린다. 참가 신청은 제주올레 걷기축제 홈페이지(www.ollewalking.co.kr)에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성우제 기자는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며, <시사IN>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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