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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의 약속, 꼭 지켰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약속, 사소한 것부터 지켜야 믿음과 신뢰가 두터워지지 않을까요?

등록|2011.09.18 11:16 수정|2011.09.18 11:16

▲ 살아있는 개구리를 주겠다고 친구와 약속한 7살 아들, 지켜지는지 한번 지켜 볼까요? ⓒ 윤태





살아 있는 개구리 친구 주겠다고 일기에 쓴 아들, 과연 지킬 수 있을까?

추석을 한 주 앞둔 주말에 성남 시청 연못에서 올챙이와 개구리 몇 마리를 잡아왔습니다. 제 7살, 4살 아들 녀석들이 올챙이나 개구리를 왜 그리 잡고 싶어하는지요. 그 나이 때는 다 그렇겠지요. 저희 어릴 때도 그랬으니까요. 여하튼 올챙이가 어떻게 개구리가 되는지 관찰해 보고 적당한 때가 되면 놓아주자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3일 정도 지나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 큰 아들(예명 새롬이)이 일기를 썼습니다. 일기 주제는 개구리입니다. 내용을 보아 하니 친구가 장난감 개구리를 뽑기에서 뽑은 모양인데 그 장난감 개구리를 아들 녀석에게 주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아들은 진짜 살아 있는 개구리를 주기로 그 친구와 약속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막상 살아 있는 개구리를 준다고 약속해 놓고 보니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깝지만 약속은 했으니 줘야 할 수밖에요.

그런데 일기 마지막 부분에서 큰 변수가 있습니다. 아니 반전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개구리는 뛰어다녀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올챙이를 줘야겠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개구리를 받기로 약속한 친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요? 개구리보다 올챙이를 더 좋아할지 아니면 실망할지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렇든 저렇든 저희들끼리 해결을 하겠지요.

만약 올챙이를 거부한다면 아들 녀석은 그 친구에게 왜 개구리보다 올챙이가 나은지 설득을 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겠지요. 예를 들어 올챙이가 개구리가 돼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든가 말이죠. 여하튼 그것은 아들에게 맡겨놔야 할 문제입니다.

참으로 기특한 것은 아깝지만 약속했으니까 주겠다는 그 다짐입니다. 약속은 깨지고 규칙은 망가지고 법은 강자 편에 서고 양심은 싼 값에 팔아먹은 지금 이 사회에서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의 동심 어린 친구와의 약속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용기에 담겨진 올챙이들이 잘 놀고 있는 사이 추석이 끝났습니다. 고향에 갔다 오니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더군요. 그런데 친구에게 올챙이를 줘야겠다고 한 아들의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세영아, 너 동현이에게 올챙이 어떻게 갖다 줄 거니?"
"몰라."

아직까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다음 날 다시 물었습니다.

"세영아, 너 동현이한테 개구리 언제 갖다 줄 거니?"
"동현이한테 내비 찍고 성남 시청 찾아가서 올챙이 잡으라고 말해줬어."

▲ 시간이 지나는 동안 올챙이는 자꾸 개구리가 되어 가는데 언제 친구에게 주려나?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가? ⓒ 윤태




어린이집 선생님께 약속 지키게 도와달라 문자 요청...그러나 징그러운 개구리 탓에

저 올챙이, 개구리는 성남시청 인공 연못에서 잡아온 것입니다. 크는 거 관찰하고 놓아주기로 약속한 후 잡아온 것인데 이번에는 직접 잡으라며 위치까지 알려주는 이 녀석. 정말 대책이 안 섭니다.

왜 올챙이를 친구에게 갖다 주지 않는 걸까? 알고 보니 동현이라는 친구가 장난감 개구리를 우리 아들에게 주기로 했다는데 그 친구도 아직 실천하지 않았더군요. 게다가 살아 있는 개구리나 올챙이를 가지고 가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구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현이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 본 듯 한데 아직까지는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만한 여건은 안 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집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들이 쓴 일기를 첨부해서 말이죠. 친구 동현이와 뭔가를 약속한 듯한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코치해 달라고요.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은 답문자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어린이집을 파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세영아, 혹시 선생님이 개구리, 올챙이 말씀 안하시데?"
"웅, 선생님이 개구리 어린이집으로 가져오지 말래, 징그럽다고!"

이거 완벽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7살 아들은 친구와 약속을 했고 약속을 지키는 방법이 올챙이(개구리)를 어린이집에 가져가 친구에게 주는 것인데 담당 선생님께서 개구리가 징그러워 어린이집에 가져오지 말라고 하시니. 동현이라는 친구 집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아내는 그것을 결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올챙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개구리로 변한 상태입니다. 아내는 그것이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아들은 그것을 들고 어린이집으로 향했고 저는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선생님, 올챙이가 거의 다 개구리가 돼 어쩔 수 없이 개구리 한 마리와 올챙이 한 마리 보냅니다. 튀어나올 수 없도록 완전 조치했으니 염려마시고 약속을 지키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선생님께서 간단히 멘트해 주세요." ^^

그날 오후 아이와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니 선생님께서는 개구리가 무서워 비닐봉지에 넣어 멀찌감치 두었다고 합니다. 못 나오도록 완전조치 했는데도 역시 생물이나 곤충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그러하듯 말이죠.

▲ 결국 올챙이와 개구리 각각 1마리를 직접 어린이집에 갖다주는 것으로 아들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물론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요. ⓒ 윤태




한편 개구리와 올챙이를 받아 든 동현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헐! 진짜 가져올 줄 몰랐다!"

이것이 그 친구의 감탄인지 당혹감인지 제가 그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가정에서의 약속, 친구 사이의 약속.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발발거리는 작은 개구리를 보며, 조만간 연못에 직접 아이가 놓아주며 아이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돼 가는 학습적인 측면,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교훈,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 하고 그것을 지킴으로써 서로간에 믿음을 더 쌓을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이번 일 계기로 친구 동현이와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리고 두번에 걸쳐 올린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내용에서 집어넣고 덜어내고 하는 등 수정과 편집을 통해 기사형식으로 고쳐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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