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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억 대출로 펀드 매입, 기록 없어"...교회 맞아?

분당중앙교회 최 목사 사임요구 교인들, 5년치 교회회계장부 열람결과 발표

등록|2011.09.19 13:34 수정|2011.09.19 13:34

▲ 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중앙교회 비전센터에서 '교회사랑모임' 교인들이 회계장부 열람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 홍현진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중앙교회 비전센터. 오후 8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도  500여명의 교인들로 강당이 꽉 찼다. 이날 '교회사랑모임(이하 교회사랑)'은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 여간 실시한 회계장부 열람결과를 1차 발표했다.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분당중앙교회 최아무개 목사의 복귀시도를 반대하는 '반목사파' 교인들로 이루어진 '분당중앙교회 새출발을 위하여(이하 새출발)' 카페 회원들이 낸 2005년~2009년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8월 발족한 '교회사랑'은 기존의 '새출발' 회원들을 비롯해 안수집사, 사역장로 등 2000여명의 분당중앙교회 교인들로 구성되어있다.

'교인 몰래' 100억 원대 펀드투자...'반토막' 나기도

▲ 2008년 말과 2009년 말 기준 펀드 손실 금액. ⓒ 교회사랑모임


이날 보고회는 5년간의 회계장부 열람 결과와 올해 초 실시된 2010년도 재정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횡령 의혹 금액이 25억 6200만 원, 비자금 조성 의혹 자금이 22억 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배임 추정 금액이 130억 5000만 원에 달했다. 교인들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최 목사와 교회 재정 담당자에 대한 형사소송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2011년도 상반기 회계장부에 대해서도 열람 가처분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교인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펀드'. 최 목사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100억 원이 넘는 교회재정(일반기금 101억 원, 건축기금 8억 4000만 원 등 총 113억 원) 을 당회의 의결 없이 펀드에 투자했다. 이러한 펀드운용 사실은 지난해 말이 되어서야 교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인들이 낸 헌금이 포함된 이 펀드투자금은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도 11월 말에는 61.5% 손실을 기록해 '반토막' 나기도 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아무개 집사는 "2007년부터 3년 간 펀드를 운영한 결과 7억 3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동일기간 동안 펀드를 운영하기 위해 지출한 대출금의 이자(27억 6200만 원), 또한 펀드를 담보로 해서 받은 대출금의 이자(1억 7000만 원)를 모두 고려하면 오히려 총 22억 2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펀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손실이 교회 회계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상당수 발견되었다. 펀드담보대출금 27억 8000만 원이 그 예다. 교회사랑 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이아무개 집사(변호사)는 이날 발표에서 "2008년 이후 (교회가) 펀드를 담보로 약 50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그 중에서 27억 8000만원을 다시 펀드를 매수하는데 사용했다"면서 "그런데 차입을 했으면 차입을 했다고 교회 재산에 보고가 되어야 하는데 나머지 22억여 원과는 달리 27억 8000만 원은 수입으로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차입금 명목으로 교회 수입으로 계상된 사실이 없고, 수입·지출 결의서, 예·결산 보고서 등 어디에도 보고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27억 대출받아 펀드 매입했는데, 회계장부는 깨끗?

▲ 펀드운용관련, 교회사랑모임에서 지적한 문제점. ⓒ 교회사랑모임


회계장부 상으로 파악되지 않는 펀드투자라고 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회로 돌아왔다. 2007~2008년 총 13억 8000만 원의 펀드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한 펀드가 이후 60% 이상 손실이 나자, 대출금 가운데 6억 5000만 원 그리고 대출금에 대한 총 이자(1억 7000만 원)의 상당수가 교회 헌금으로 상환되었다. 

이 집사는 "당회 의결 없이 펀드를 담보로 임의로 대출받는 행위, 대출금을 교회수입에서 누락시킨 후 펀드를 운영하는 행위,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교회로 전가하는 행위, 대출금 이자를 교회 헌금으로 지급하는 행위는 모두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사랑은 이러한 배임 금액을 총 130억 5000만 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이 집사는 "펀트 투자를 시작한 2007년도 특별계정 수입·지출결과를 보면, 실제 적립된 금액은 62억 원(A증권사 11억 5000만 원, B증권과 50억 5000만 원)이었지만 40억 원이 적립되었다고 허위로 보고되었다"면서 "펀드로 운영하는 기금 가운데 22억 원은 특별회계에 넣지 않는 방식으로 펀드 투자금을 비자금화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를 담보로  2009년 11월 25일에는 1억 3000만 원, 2009년 12월 3일에는 1억 원을 대출을 받아 출금했지만 이 돈은 교회 재정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000명 교회학교 한 해 예산은 1억, 세 딸 유학비는 2억

▲ 최 목사 자녀 유학비와 해외인재양성 예산, 교회학교 예산을 비교한 표. ⓒ 교회사랑모임


교회사랑이 횡령 의혹을 제기한 25억여 원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자녀유학비 7억 4300만 원(2004년~2010년)과 격려비 6억 7800만 원이다. 자녀 유학비는 학자금, 체재비, 항공비가 포함된 것으로 교회 '해외인재양성 예산'에서 지급되었다. 전체 해외인재양성 예산가운데 최 목사 자녀들에게 들어간 유학비의 비중을 보면 2008년에는 32.8%, 2009년에는 46.5%, 2010년에는 무려 58.9%를 차지했다.

김아무개 집사는 "세 딸에 대한 자녀 유학비를 분당중앙교회 영아부부터 고등부까지 약 3000명이 속해있는 '교회학교'인 주교위원회 예산과 비교해보면, 2010년의 주교위원회 예산은 1억 700만 원인 반면 자녀유학비는 2억 300만 원"이라면서 "자녀 유학비가 2배 정도 더 많이 지급되었다"고 덧붙였다. 자녀 학자금뿐만 아니라 최 목사 부인의 대학원 학자금 1000만 원이 당회 의결 없이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교인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지급된 격려금 역시 횡령으로 보았다. 회계장부 열람 결과, 2005년부터 5년간 성탄절 격려, 설날 격려, 추석격려, 생일격려, 스승의 날 격려, 휴가 격려 등 70여 가지에 달하는 각종 명목으로 총 6억 원이 넘는 격려금이 최 목사에게 지급되었다.

격려금 명목이 열거되자, 교인들 사이에서는 "기가차"라는 탄식과 함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2005년 4월 '제냐에휠리 SPA'라는 브랜드에서 280만 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로로피아나 5회 등 총 6회에 걸쳐 '명품' 브랜드에서 800만 원을 쓴 것 또한 이목을 끌었다.

재정위원들 "재정운영 전체 바라보지 않고 지엽적 문제 침소봉대"

이날 보고회에는 '친목사파'라고 할 수 있는 '최OO 목사님을 사랑합니다' 카페 회원들도 일부 참석했다. 이후 재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현아무개 집사는 16일 이메일을 통해 보고서에 대한 재정위원들의 입장을 밝혔다. 현 집사는 전 재정위원장인 이아무개 장로와 함께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이들은 펀드문제와 관련해 "(이는) 최아무개 담임목사가 10년에서 15년 후를 내다본 '인재양성과 선교, 구제기금 마련'이라는 목회 방침 아래 장기적 투자로 진행된 것이며, 지난해 최종 환매 결과 운용수익이 발생한 것은 도외시하고 절차상의 문제점만 드러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최 목사 사임에 초점을 맞춘 치졸한 술수에 불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재정장부열람 결과가 "1991년 분당중앙교회가 창립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는 재정회계운영의 관행, 예산 수립 및 집행 과정 전체를 바라보려 하지 않고 5년간에 국한하여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과거부터 원칙과 기준에 의해 집행해온 담임목사 사례비, 격려금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교인들을 선동하여 지엽적 문제를 마치 큰 문제가 있는 양 침소봉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부적인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회사랑 교인 100여명은 최 목사 사임서 수리를 8개월 넘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평양노회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오는 19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리는 예장합동 총회에 항의차 참석한다.

분당중앙교회는 이 교회 담임목사로 20여년을 재직한 최아무개 목사의 '여집사와의 부적절한 처신', '교회재정으로 100억 원대 펀드 가입', '과도한 목회비와 자녀 유학비 지출' 등이 문제가 되면서 교인들이 '반목사파'와 '친목사파'로 나뉘어 1년 가까이 내홍을 겪고 있다.

분당중앙교회가 속해 있는 평양노회는 최 목사가 지난 1월 제출한 사임서 수리를 유보하고 지난 5월 '5인위원회'를 구성해 '분당중앙교회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최 목사는 노회에 담임 목사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6500여명에 달했던 분당중앙교회 출석교인 수는 37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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