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예금주들 "저 놈 잡아, 당장 돈 달라"
[현장] 영업정지당한 토마토저축은행...신현규 회장, 서둘러 자리 피해
▲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앞에서 신학규 회장이 예금자들을 뿌리치며 자리를 피하고 있다. ⓒ 선대식
[3신 : 19일 오후 3시 10분]
"저희도 어제 알았습니다."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3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예금주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손병열 예금보험공사 검사역은 "토마토저축은행이 45일 간의 정상화기간 동안 정상화될 수 있느냐"고 묻자 "모른다,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사실을 어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강당에 모인 예금주들은 "설명도 못하면서 왜 나왔느냐", "금융위원회 직원들은 어디갔느냐"며 소리쳤다. 몇몇 예금주들은 연단에 나와 손 검사역에게 "무엇 하는 사람이냐"며 따졌다.
얘금보호를 못받는 후순위채권 보유자들이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말하자 손 검사역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답하자 욕설이 나오는 등 강당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예금주들은 손 검사역의 마이크를 빼앗기도 했다.
피해자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는 오아무개씨는 "내일 토마토저축은행의 공식 설명회가 예정돼 있는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지점으로 몰려가 궐기 대회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신 : 19일 낮 12시 10분]
"은행 망하면 전재산 다 잃는다"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심재옥(가명, 48)씨는 "정부가 BIS 비율 8%라고 해서 우량한 저축은행인지 믿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일요일에 BIS비율 형편없다고 영업정지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더 이상 정부를 못 믿겠다"고 말했다.
안아무개(72)씨는 "월남전에서 동료들 죽어나가는 가운데 고엽제 맞아가며 번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모은 돈 7400만 원으로 후순위 채권을 샀다, 은행 망하게 되면 전 재산을 다 잃는다"고 말했다.
▲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3동 주민센터에서 예금보험공사 관계자가 전날 영업정지가 내려진 토마토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가지급금 지급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선대식
그는 이어 "이 정권 들어 십수개 저축은행이 무너졌다, 서민들 다 죽게 생겼는데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 미리 정리해서 서민 피해 안가도록 해야했다"며 "경제대국이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청와대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후순위채권자를 중심으로 집단 대응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은행 앞에는 보호를 못 받는 후순위채권자들이 함께 대응하자는 내용의 전단이 붙기도 했다.
송아무개(75)씨는 "8.5% 이자를 준다는 신문안에 담긴 전단지를 보고 후순위채권을 샀다, 은행 직원은 보호를 못받는다거나 하는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토마토저축은행과 관리감독을 못한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1신 : 19일 오전 11시 6분]
굳게 닫힌 유리문 발로 차는 예금자들
▲ 영업정지가 내려진 토마토저축은행의 예금자들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있는 이 은행 본점의 닫힌 문 안을 살펴보고 있다. ⓒ 선대식
19일 오전 9시 경기 성남시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전날 이 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부터 온 수천 명의 예금주들은 굳게 닫힌 유리문을 두드리며 "돈을 내달라"고 외쳤다. 한 예금자는 문을 발로차다기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은행 측은 이날 인근의 신흥3동 주민센터에서 설명회를 열고, 22일 부터 5000만 원 이하 예금에 대한 가지급금(2000만 원) 지급을 위한 번호표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예금주들은 "당장 돈을 달라, 사기 치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오전 10시께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이 은행 앞에 나타나자 큰 혼란이 일었다. 예금주들은 "저 놈 잡아라"라고 외치면서 신 회장을 둘러싸고 "당장 돈을 내달라"고 외쳤다.
신 회장은 "자산을 매각해 45일 내에 정상화 시키겠다, 5000만 원 초과 예금을 출자금으로 내주시면 배당으로 돌려드리겠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예금주들의 반발 속에서 10분만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예금주들은 서로에게 하소연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특히, 예금 보장을 못받는 5000만 원 초과 예금주와 후순위채권자들은 눈물을 쏟았다. 김아무개(34)씨는 "7000만 원 예금했다, 전세금 마련하려고 월 100만 원짜리 적금을 부었고 다음달 만기 앞두고 엊그제 마지막 적금을 냈다, 혹시 불안해 직원한테 회사 튼튼하냐고 했을때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보증금 300만 원 짜리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고, 곧 전셋방으로 이사가려고 했다"며 "초등학교 아이가 장남감 사주려고 하면 '돈 있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아이도 가난을 알만큼 어렵게 살았는데, 나한테 이런일이 벌어지다니..."라며 눈물을 쏟았다.
▲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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