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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학생 학습선택권 보장 찬반의견 팽팽

인천시의회 조례안 심의 앞두고 토론회 열어

등록|2011.09.19 17:42 수정|2011.09.19 17:42

▲ 지난 16일 열린 인천 학생 학습선택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장호영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급식을 먹는 대신 컵라면만 먹게 될 것이다."

16일 오후 2시 인천시의회 의총회의실에서 열린 '학생의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류석형 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 장학관이 한 말이다.

류 장학관은 '인천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반대하며 이 같은 논리를 폈다.

이 조례안은 학생들에게 방과후학교와 야간자율학습 등 정규교육과정 외의 학습에 대한 선택 자율권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류 장학관은 자신이 학교에서 교사를 해봐서 잘 알기 때문에 이 조례가 제정되면 사교육에 몰입하는 학생들은 더 사교육에 몰입하게 되고 방황하는 학생들은 더 방황하게 만드는 등 교육의 양극화를 더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나마 학생들을 강제로 붙들어 놓고 공부를 시키는 학교가 그런 역할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도 학교장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장학관이 이런 논리를 펴자, 객석에서 "거짓말 좀 그만하라"는 야유가 나왔고, 일부 관객들은 류 장학관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류 장학관의 발표 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정지혜 사무국장은 조례안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개정교육과정이나 방과후학교 운영 기본 방향을 보면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에 대해서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하고 있으나 현재 인천지역의 중ㆍ고등학교에서는 강제적으로 진행돼 수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조례 제정이 추진되는 것"이라며 강제 방과후학교와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상담한 민원사례들을 발표했다.

사례를 보면, 인천의 A고 학부모는 자녀가 방학 보충수업 넷째 주 토요일(보통 노는 토요일, 놀토라고 함)에 수업을 빠졌다는 이유로 엉덩이 168대를 맞았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놀토는 방학 보충수업이 없는 줄 알고 빠졌던 것이었는데, 방학에는 놀토 없이 보충수업이 진행됐던 것이었다. 보충수업 참여 의사를 묻지도 않았는데 자녀가 이런 이유로 매를 맞은 것이 부모는 억울했다.

B중 학부모는 자녀의 주변 친구들이 잘못하면 교사가 자신의 자녀가 시켜서 그랬느냐, 나쁜 물이 들어서 그랬느냐는 둥의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현재 전교에서 자신의 자녀만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보고 있다. 이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이 없고 패키지 수업으로 진행되는 방과후학교의 필요성을 자신의 자녀가 느끼지 못해 참여하지 않았는데, 담임교사로부터 시험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소리 하지 말라는 다짐도 받아야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렇게 강제 방과후학교와 야간자율학습 관련 수많은 민원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교육청과 학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강제적 정규교과 외 학습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영선고등학교 윤병환 교장은 "학습선택권 조례는 교육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학생들을 학원과 과외로 내몰아 오히려 학습선택권을 빼앗게 될 것"이라며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수업이나 활동을 강제할 수 있는데 이런 올바른 교육 행위를 과도하게 규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이광국 공교육정상화추진단장은 "이제는 교육도 왜곡된 입시구조의 수동적 사고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수준, 흥미도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실행해야한다"며 "학생들이 지극히 효율이 낮은 강제 방과후학교와 야간자율학습에서 신음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적으로 방과후학교에 참가시키고, 참가 신청만 하고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다시 돌려주지도 않는 일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선택권 보장이 교육권 침해라고 하는데 강제 방과후학교가 교사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이라며 "시교육청은 이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정규수업의 내실화, 학교 안팎의 전인교육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을 당장 실행해 올바른 교육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교육계 인사, 학부모, 교사ㆍ학부모단체 관계자 등이 100명 넘게 참석해 조례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또한 토론회에 앞서 한나라당 인천시당과 인천 일반고등학교 교장단 등이 조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교조 인천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는 찬성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인천시의회 의원 19명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제정 여부가 결정된다. 22일 시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나 교육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높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발의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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