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미국 축산업계 대변하는 것 같다"
[국감-농수산위] 야당, 이명박 정부 농정 성토... 여당 의원, 장관과 설전
▲ 정범구 민주당 의원. ⓒ 유성호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을 거론했다. 정 의원이 거론한 전문은 이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2008년 1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미국대사를 만나 이야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미 FTA와 관련해 '선대책, 후논의'를 공약했다"고 상기시킨 후 "(그러나 위키리크스 전문에 따르면) 대통령이 마치 미국 축산업계의 이해를 앞장서 대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농민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절대농지, 즉 우량 농지가 (공장 부지나 아파트 등으로) 전용되는 비율이 급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과거에 우량 농지를 전용할 때는 대체 농지를 마련하도록 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됐다"며 "(그 결과) 매달 여의도의 1.8배에 해당하는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농지 보전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다"며 "우량 농지 전용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농지 전용 문제는) 작년 국감에서도 거론된 사항"이라며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데 장관 답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농촌 편할 날 없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농촌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2008년에는 정부의 무리한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농민이 불안에 떨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쌀값 대란이 일어났다. 2010년에는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못해 가축 수백만 마리가 매몰됐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내세웠"지만 "농가의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고 질타했다.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농가 소득은 2007년에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72.9퍼센트였지만, 2010년에는 66.8퍼센트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의 예산이 "엉망으로 편성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의 예산이 작년에 4000억 원대, 올해 8000억 원대, 내년에는 1조1000억 원대"인 것에 비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배수 개선 사업 예산은 정체 상태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것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예산을 쓸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대통령 임기 안에 이 사업을 끝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배수 개선 사업 예산이 금년에 1801억이고 현재까지 내년 예산을 299억 더 늘렸다"며 "(배수 개선 사업을) 내년에 신규로 8개 정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유기식품 동등성 규정 논란... 미국 등의 압박에 굴복?
이날 국감에서는 유기식품의 동등성 규정을 둘러싼 설전도 벌어졌다. 동등성이란 한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인정된 외국의 인증기관이 유기식품으로 인정하면, 국내법에 따라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유기식품으로 동일하게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동등성 규정은 정부가 6월에 국회에 제출한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정부는 동등성 규정이 만들어지면 수입업체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수입 유기식품의 품질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달리 농민단체에서는 동등성 규정이 생기면 국내 유기농업 기반이 무너지고 건강권도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설전은 윤영 한나라당 의원과 서 장관 사이에 벌어졌다. 윤 의원은 "GMO(유전자 조작 농산물)는 한국에서 금지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5퍼센트까지 허용되고 있다. 미국에선 GMO가 유기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게 일반화돼 있다"며 동등성 규정을 인정하면 GMO가 포함된 유기가공식품이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서 장관은 "(동등성 규정은)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가 GMO를 인정하지 않으면 GMO가 들어간 것은 (외국에서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윤 의원("장관이 오해하고 있다")과 서 장관("그게 아니다. 우리 기준을 맞춰야 인정한다는 것이다")은 동등성 규정을 달리 해석하며 한동안 공방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동등성 규정과 관련해 강화도조약을 거론했다. 강화도조약은 1876년에 체결된 조일수호조규를 말한다. 당시 조선은 군함을 앞세운 일본의 함포외교에 밀려 강화도조약을 맺으며 개항을 했다. 윤 의원은 "(강화도조약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요새 말로 하면 상호주의다. 얼마나 듣기 좋나. 그러나 그것은 강대국이 들어올 때 쓰는 방식으로, 동등성 조항도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동등성 규정 문제와 관련해 김효석 의원도 정부를 질타했다. 김 의원은 "미국 등 주요국의 압박에 굴복해 정부가 동등성 규정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은 "멧돼지, 까치 등에 의한 피해가 130여 억 원에 달한다"며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문제를 거론했다. 여 의원은 "법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러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가 별도 지침에 따라 지자체에서 보상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각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에 따른 보상액 차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야생동물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농어촌의 재정 자립도가 취약해, 피해를 보고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 의원은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피해 보상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농어민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농업 재해로 인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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