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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불만" vs. " 전액 무료? 지나쳐"

[민주 서울시장 경선 TV 토론회] 후보들 모두 "박원순, 민주당으로 와야"

등록|2011.09.20 20:36 수정|2011.09.20 20:36

▲ 20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경선후보자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천정배, 신계륜, 박영선 후보자. ⓒ 연합뉴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간판이 될 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두 번의 합동 연설회를 이틀에 걸쳐 끝내고 20일 첫 TV 토론에 돌입했다. MBC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천정배·박영선·추미애·신계륜 후보 모두 "내가 적임자"라고 자신했지만, 같은 당에서 한솥밥 먹던 동지인 탓인지 서로를 향한 칼날이 날카롭지만은 않았다.

추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 차례의 질문 기회를 각 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듣는데 할애했다. 추 후보의 '맞춤형' 질문에 신 후보는 "매우 친절하다, 딱 그 부분에 대해 말을 못했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신 후보 역시 천 후보가 제시한 '강남·북 격차 해소 위한 재산세 100% 공동과세' 공약을 두고 찬성의 뜻을 표하며 "공동과세 실현은 매우 어렵지만 천 후보는 그런 어려움을 격파하고 능히 시행할 자질과 의지를 갖췄다"며 천 후보를 치켜세웠다.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이들 사이에서 보기 힘든 '이색 풍경'이었다.

천정배 "시립대 반값등록금 불만" vs. 박영선 "등록금 전액 무료? 지나쳐"

물론, 후보 간의 신경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박 후보와 천 후보 간 의견 차가 두드러졌다.

지난 15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발표한 박 후보는 "반값 등록금 계획 발표 이후 서울시립대 수시 모집 경쟁률이 1등으로 올랐다"며 "내가 공약을 발표한 며칠 뒤 천 후보가 무료 등록금으로 (내 공약을) 뒷받침해줬다"며 '원조'를 자처했다. 박 후보는 "등록금 무료 정책, 좋지만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난 19일 '서울시립대 등록금 전액 무료' 정책을 발표한 천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천 후보는 "나는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등록금 공약을 준비해놨다"며 박 후보를 따라 공약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뒤 "가난한 집 자녀들도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불만스럽다"며 맞섰다.

두 후보 간 이견이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 것은 한·미 FTA 비준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3번의 질문 기회 중 2번을 모두 박 후보에게 쓴 천 후보는 "박 후보는 2007년 미국을 방문해 ISD(투자자국가제소권)와 래칫(역진불가) 조항 등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항들이 많은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요청했다"며 "해당 조항들이 주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몰랐어도 문제고, 알고서도 찬성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맺은 한·미 FTA 협정은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맞았고, MB정부 들어 재협상 한 후 균형이 깨졌다"며 "당시(2007년) 수준이라면 비준해도 좋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박 후보는 "미국은 우리와 법 체계가 달라 천 후보처럼 주장할 수 있지만, 해당 조항이 주권을 침해하는 실제 사례가 있는지 여부도 굉장히 중요하며 협상 당시 그런 부분들도 감안해서 했다고 생각한다"며 "(천 후보 논리대로라면) 천 후보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관료(법무부 장관)를 했으니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아니냐"며 반격에 나섰다.

네 후보 모두 "박원순 변호사, 민주당으로 들어와야"

후보 간 설전이 오가기도 한 상호 질문에 이어 황헌 MBC 논설실장이 주도한 '사회자 개별 질문'에서는 각 후보자의 쓰린 구석을 찌르는 질문이 계속됐다.

황 논설실장은 추 후보에게 "노동관계법 합의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범야권에서 배신의 딱지가 붙어있다, 지금은 여기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물었다.

추 후보는 "탄핵에 대해서는 화난 당 원로들을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에 내가 껴 있었다,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서 분열을 반대하고 통합을 강조해 민주당에 남았던 것"이라며 "노조법도 이해관계자 간 중재가 마지막까지 안 된 급박한 상황이어서 민주당에 알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당으로부터 오해 샀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계기로) 오해를 풀었다"고 답했다.

황 논설실장은 신 후보에게는 "지지도에서 열세"임을 지적한 후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것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명도를 높이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2008년부터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왔고, 이번 경선에서도 주자들이 나오려고 하지 않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출마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시는 그런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다음으로, 네 후보자에게 공동으로 주어진 질문은 '범야권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약진하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네 명의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민주당 4명의 후보에게 시선이 나눠져 있어서 그렇다, 여론조사의 출발은 민주당 후보가 선출된 이후 시작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 입당 문제'에 대해서 역시 네 후보 모두 "기호 8번(무소속) 후보에게 민주당 지지자들이 열정적으로 지지할지 의문이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들어와야 한다"며 입장을 같이했다.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되지 않는다면 기호 2번 민주당 후보가 등록해야 하냐'는 질문에 추 후보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단일화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TV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21일 <오마이뉴스> 토론회를 비롯해 수차례의 토론회를 이어가며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적합성을 검증받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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