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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년간 수억원 제공했다"

이국철 SLS 회장, '스폰서 의혹' 폭로... 신 전 차관 "전혀 사실 아니다"

등록|2011.09.21 14:31 수정|2011.09.22 10:01

▲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자료사진) ⓒ 권우성


[기사 대체 : 21일 오후 5시 40분]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 기업가로부터 수년간 수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현금과 상품권, 법인카드, 차량 등 수억원을 지원했다"며 "신 전 차관은 '정권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SLS그룹은 철도 차량과 선박 기자재를 제작하는 SLS중공업을 모회사로 하고 있으며, SLS조선 등 10개 계열사를 둔 기업이다. SLS 조선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국세청 조사와 함께 최근 검찰 수사를 받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재민 전 차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증거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수사하면 될 일이지 여기서 갑론을박할 일이 아니다"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핵심로비스트인 박태규씨로부터 거액의 상품권과 골프접대를 받아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정권실세였던 신 전 차관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등 여권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국일보> 시절 기사 내보내 준 대가로 현금 3000만원을 건네기도"

이국철 회장에 따르면 신 전 차관와 인연을은 맺은 것은 2002년 가을께.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한나라당 인사로 알려진 윤아무개씨로부터 신 전 차관을 소개받았다는 것. 당시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그 이후 신 전 차관과 급속하게 가까워졌고 한달에 두세 번 만났다"며 "<한국일보> 부장 시절에는 주로 룸살롱에서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한국일보>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SLS그룹 계열사 D사의 전동차 관련 기사가 실렸고, 그 대가로 3000만원을 신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3000만원은 기사를 실어준 대가이기도 했지만 신 전 차관이 당시 봉급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 <한국일보> 상황을 얘기해서 갖다준 것"이라며 "내가 가방에 현금 3000만원을 담아 <한국일보>에 직접 가서 건네줬다"고 말했다.

이후 이 회장은 매달 300만원에서 500만원에 이르는 현금을 신 전 차관에게 지원했고, 이런 식의 '스폰(sponsorship)'은 그가 <주간조선>과 <조선일보>로 옮긴 이후에도 계속 됐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현금 지원' 액수는 월 300만-500만원에서 500만-1000만원으로 많아졌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신 전 차관은 <주간조선> 편집장과 <조선일보> 부국장을 거쳐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캠프'인 '안국포럼'에 합류했다.

이 회장은 "이명박 후보 캠프로 가면서 '이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지면 나를 책임져 달라'는 말도 했다"며 "안국포럼 등 선거캠프 시절에는 월 1500만원씩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캠프에서는 급여가 거의 없고 미미하니 지원해 달라고해서 딱 한번 1억원을 건넨 적이 있다"며 "신 전 차관이 안국포럼 경비로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언론인들에게 줘야 한다며 5000만원어치 상품권 받아갔다"

특히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안국포럼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돼 대통령직 인수위(대통령 당선자 정무기획팀장)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시절까지 '법인카드 지원'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법인카드 내역'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이 건넨 해외법인카드로 12만7200달러(1억3000만원 상당)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사용한 액수다. 당시 신 전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차관 시절 법인카드뿐만 아니라 매월 1500만-2000만원과 5000만어치 상품권까지 받았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인) 000씨 등에게 줘야 한다'고 해서 2008년 추석과 2009년 구정 때 각각 3000만원어치와 2000만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총 5000만원어치 상품권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 전 차관의 네팔 트래킹과 일본여행에 각가 1000만원과 500만원을 지원했고, 올 1월부터 7월까지는 스포티지 차량을 임차해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이 현금과 법인카드, 상품권, 차량 등의 형태로 받은 금품은 수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건'에서 "조카가 K-TV 앵커로 일하고 있었는데 1년 계약만기가 돼 신 전 차관을 소개시켜줬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신 전 차관은 'K-TV 사장은 내가 임명을 하기 때문에 (조카 계약연장문제를) 다 얘기해놨다,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수사를 받게 되면 그 때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 이국철 SLS그룹 회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신재민 전 차관의 '수억원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 회장은 대구출신이다. 경복중학교와 국립철도고 기계과를 졸업한 뒤 10년간 철도청에서 근무하며 철도차량 제작과 설계기술을 익혔다.
이후 철도청에서 나온 이 회장은 철도차량에 필름을 부착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철도차량까지 직접 제작했다. 그는 무궁화호 객차를 직접 설계하고 국산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신아조선을 인수해 SLS 조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선박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배당금 400억원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수개월간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SLS그룹은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SLS조선은 워크아웃돼 현재 다시 '신아조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검찰(창원지검 특수부)은 애초 겨냥했던 '비자금 조성-정관계 로비'를 캐지 못했다. 비자금의 출처라고 판단한 '배당금'마저 배당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에게 떨어진 '범죄혐의'는 2건의 허위공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이 회장의 검찰수사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지난 8월 10일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지난 2009년 2월 SLS조선소가 위치한 통영에 내려와 김아무개 전 SLS조선소 사장에게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는 이 회장에 관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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