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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로 만난 정유미의 인연 "공유, 아역 그들의 소중함"

[인터뷰] 정유미 "<도가니> 안에 모든 것 담아내고 싶었다"

등록|2011.09.22 10:43 수정|2011.09.26 15:31

정유미"<도가니>를 만나게 된 것이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또 뭘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연기를 하고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그 안에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민원기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정유미. 여전히 많은 관객이 영화 <사랑니>에서 풋풋한 매력을 선사했던 그녀를 기억한다. 이후 영화 <가족의 탄생><좋지 아니한가><차우> 등을 통해서 늘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자신만의 색깔을 선사했다. 그리고 2010년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2011년 제33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연기상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작품에 임했던 그녀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밝고 건강하고 털털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배우 정유미. 실제로도 상큼하고 발랄한 그녀를 영화 <도가니>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유미는 싱그러운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영화 속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차라리 실화가 아니라 꾸며진 이야기라면 어떨까'하는 고민도 했어요.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진정성이 잘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정유미는 무진의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 역을 맡았다. 평소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이지만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눈물 흘릴 줄 알고 그들을 위해 함께 싸우는, 용기있는 인물이다. 서유진은 무진으로 내려온 강인호(공유)와 함께 아이들을 지키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들과 맞선다.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 직접 겪은 분들이 있는 거잖아요. 이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미 하기로 한 것이고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내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가끔 공유 오빠나 아역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서유진의 삶을 내 안에 담고, 이 삶을 다 표현하고 싶은데 안 될 때가 있어요. 뭔가 잘 안 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정유미 ⓒ 민원기

공유와는 영화 <도가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미술학교 선생님 강인호로 분한 공유는 서유진에게 청각 장애 아이들이 교장과 교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함께 사건을 헤쳐가자고 부탁한다. 그녀도 불의에 눈감지 않고 부조리한 사회에 격분하며 온 마음을 다해서 아이들의 편에서 세상과 맞선다.

"함께 작업하면서 (공유) 오빠를 조금 더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가까이 보면서 느낀 것은, 되게 착한 배우라는 거에요.. 오빠여서 <도가니>라는 작품의 영화화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다른 배우들을 상상할 수 없지 않아요? <도가니>의 배우들, 그 가운데 공유가 있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영화 속에서도 어색하지 않고요. 오빠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성폭행당한 청각장애인 역을 소화하는 아이들과 연기를 할 때는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후에 공유가 무진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인권센터 간사인 서유진은 아이들과 함께 살며 아이들을 돌본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다시 생기를 찾고 정유미와 어울리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친근해 보였다.

"아역들은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야말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아이들이 자연스러워서 저 역시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 장면을 찍고 나서는 닭강정을 먹었어요. '빨리 찍고 닭강정 먹자'고 했죠.

애들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이에요. 말하면 이해도 잘해서 친구 같고, 동료 배우 같았어요. 그 친구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영화에도 도움이 됐지만 <도가니>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그 친구들을 만난 것이 제게는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지금도 문자를 주고받아요. 아이들이 어리지만 그런 인연이 내게 생겼다는 것이 좋고 고맙고 그래요. 부모님도 다 너무 좋으시고요. 잘 자랄 것 같아요. 다만, (저를) 잊어버리지 않고 연락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정유미영화<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정유미가 15일 오후 오마이스타와 만나 진솔한 그녀의 얘기를 들려줬다. 포즈를 취한 배우 정유미. ⓒ 민원기

정유미는 박중훈과 찍은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올해 황금촬영상 최우수 여우연기상을 받았다. 황금촬영상은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에서 우리 영화의 지속적인 기술감각을 유지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 목적을 둔 영화제로 창의성과 기술성, 예능성을 모두 갖춘 영화배우를 뽑는 시상식이다.

"<가족의 탄생>할 때 감독님들이 '너 이제 모른척하면 안 된다', <차우>할 때도 감독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그러셨어요. <내 깡패 같은 애인>할 때는 기자들이 '유미씨 너무 잘했다'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다 저한테 '유미씨, 유미씨, 아..' 그랬죠. 그걸 잊고 있었는데 저에게 이런 상을 주셔서 고맙고 뿌듯하고 잘하고 싶고 그랬어요. 너무 큰 상을 받으면 부담스러울 텐데 그렇지 않아서 엄청 뿌듯하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 자신에게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늘 그 안에 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담겼으면 좋겠어요. <도가니>를 만나리라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또 뭘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연기를 하고 다른 배우, 스태프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그 안에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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