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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라리, '문학' 물고 짙푸른 가을하늘에 심다

'2011 정선아라리문학축전', 10월 2일 정선읍 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려

등록|2011.09.22 19:00 수정|2011.09.22 19:00

정선아라리문학축전‘2011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이 오는 10월 2일 저녁 6시 정선읍 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 정선아리랑축제위



오랫동안 잊고 살았네
나의 근원인 바람과 물과 모래

때때로 허전해지는 이유를
시시각각 가슴 시린 이유를
그때는 몰랐네

기억의 상류를 힘겹게 거슬러
조상의 땅
원시의 숨소리 들리는 곳

까마득한 시간만큼이나
가슴 속 그리움이 차올라 별을 헤듯
불러보는 그 이름들

풍촌, 한치, 화암, 좌사, 석곡, 덕우, 신월, 정선을 거슬러
몰운리 255번지에서 시작되는 치어의 일생은
먼 바다로 나아가
세상 끝을 돌아나오는

가장 먼 길

오늘에서야 한 생이 걸린 그 길이
가장 낮은 강물로 출렁이고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네

-작가 유시연 '바람의 시간' 모두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몰운대를 몸과 마음 깊숙이 품고 사는 소설가 유시연. 지금은 고향인 정선을 떠나 인천 가까이 살고 있지만 늘 정선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그가, 시인 아닌 소설가인 그가 정선을 읊는 시를 썼다. 오는 10월 2일 열리는 '2011정선아라리문학축전'에서 고향 정선에 시를 바치기 위해서다. 그가 이번에 쓴 시를 곱씹으며 '아리랑의 고향' 정선, 그 속내를 다시 더듬는다.

정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촌마을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이 아우라지를 휘도는 고장이다.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을 아리랑 음표에 매달고 있는 정선아라리는 지금까지 찾아낸 가락만 해도 2000여 수가 넘는다. 정선을 우리나라 '아리랑의 뿌리'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선 출신 작가 강기희는 "정선아리랑은 소리의 보고이자 문학의 보고"라고 입을 뗀다. 그는 "소리는 무형의 문화지만 정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정선아라리 가사는 구비문학"이라는 것. 정선을 밑그림으로 삼은 문학작품들도 숱하다. 시로는 박세현 시집 <정선아리랑>, 고은 <정선아라리>, 이동순 <아우라지 술집> 등 천여 편이 넘는다.

소설로는 김원일 장편소설 <아우라지로 가는 길>, 고은 장편소설<정선아리랑>, 안정환 장편소설 <정선아라리요> 등 여러 장, 단편소설이 있다. 이는 문학으로만 따지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정선을 무대로 쓴 문학작품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문인 가운데 "정선을 무대로 작품을 쓰지 못한 시인, 소설가는 유명시인, 소설가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겠는가.

정선아라리, 문학으로 높이 날다

2011아라리문학축전 포스터2011년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은 다른 문학축전과 달리 정선을 무대로 혹은 정선아라리를 주제로 쓴 작품만으로 행사를 진행합니다 ⓒ 2011아라리문학축전준비위

"2011년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은 다른 문학축전과 달리 정선을 무대로 혹은 정선아라리를 주제로 쓴 작품만으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정선아라리는 소리이기 이전에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이 36회째인 이번 아리랑제는 정선아리랑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켜온 전통문화축제입니다." -2011년 정선아라리문학축전 '인사말' 몇 토막

강원도 산간지역에 첫 서리가 내리고, 가을빛이 점점 짙어지는 가을. '2011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이 오는 10월 2일 오후 6시 정선읍 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정선 아라리 문학으로 날다'를 깃발로 내건 이번 문학축전은 정선을 대표하는 축제인 '정선아리랑제'(9월 30일~10월 3일)와 함께 열린다. 주최는 정선아리랑제위원회, 주관은 정선문화연대, 후원은 정선군, 일간문예뉴스 '문학in'.

이번 문학축전에서 사회를 맡은 작가 강기희는 "정선아라리가 주는 예술적 이미지는 크고도 깊다"고 귀띔한다. 그는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은 정선의 소리이자 대한민국의 소리인 정선아라리를 문학으로 표현하는 행사로서 정선아라리의 예술적 확장과 그에 대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되짚었다.

이번 문학축전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그리움으로 빚은 정선'은 노래공연과 초청강연, 전통무용 등이다. 노래공연에는 가수 인디언수니와 손병휘가, 초청강연에는 시인 고은이 나와 '정선은 내 정신의 흑점'을 주제로 정선 그 속내를 문학으로 꼼꼼하게 살핀다. 전통무용에는 유옥재창작무용단이 나와 '정선아리랑'을 아름답게 휘어지는 춤사위에 담는다.

정선아리랑제 36회째인 이번 아리랑제는 정선아리랑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켜온 전통문화축제입니다. ⓒ 정선아리랑제준비위


그 강을 처음 본 순간 햇살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인생으로 이만큼 살아온 것은 너로 인하여 
꼭 한번 붉디붉게 한 생을 물들이기 위함이었다.
무너진 성터, 허물어진 옛절 뒷마당에 서성일 때
잔솔 바람 너머 저만큼 정선 한 자락이 다가왔고
그날 널 입속에 되작이며 거무튀튀한 설움 따위
죄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혹은 널 처음 만나던 날
실핏톨이 마구 곤두서던 순간이 혀끝마다 에돌아
살과 뼈가 사무쳐 울도록 그녀만을 찾고 싶었다.

-이승철 '정선, 곤드레 나물밥' 몇 토막      

제2부 '정선아라리, 문학으로 날다'는 정선을 주제로 한 시와 그 시를 밑그림으로 삼아 춤과 음악을 듣고 보는 시간이다. 시낭송에는 시인 신향숙 '꽃베루 오는 길', 리산 '화절령', 박정대 '旌善'(정선), 안명옥 '아라리, 그대, 정선', 박선욱 '정선, 몰운대', 유시연 '바람의 시간', 이승철 '정선, 곤드레나물밥', 이소리 '몰운대', 장시우 '아우라지를 만났다' 등.

시낭송을 위한 음악감독에는 최인양(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멤버, 현재 대학로 사다리 아트센터 "백조의 호수")이, 뮤지컬 음악감독에는 청담동 유씨어터 대표 유인촌(트로츠키 죽음의 변주곡 '가제' 공연 음악감독)이, 출연은 최인양 외 5명이 맡았다. 안무는 정미영(현대무용가. 현재 뮤지컬 '근초고왕' 무용감독, KY 댄스 컨퍼니 단장)이, 조안무는 이주형이 맡았다.

작가 강기희는 "정선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록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때 중국에서 아리랑을 먼저 국가문화제로 등록해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2011 정선아라리문학축전'을 개최하는 것도 아리랑의 본 고장이 정선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라며 "우리가 지닌 소중한 문화유산을 도적질하는 것을 어찌 가만 보고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는 "아리랑제 기간 중 '정선아라리, 헌책에게 길을 묻다'는 주제로 '헌책난장'과 '작가초청 독자와의 대화'도 10월 1일부터 3일까지 함께 펼친다"라며 "헌책 전시부스는 10동으로 1부스(2동)~거리 인문학(철학 사회과학책 등), 2부스(2동)~거리의 시와 소설학(시와소설 등 문학책) 3부스(2동)~거리의 여행학( 취미와 재테크, 여행관련 책 등), 4부스(2동)~거리의 아동학(동시 동화, 그림책 등 아동문학),5부스 (2동)~북카페(쉼터, 작가와의 대화, 책보는 장소로 꾸려진다"고 설명했다.

'작가초청 독자와의 대화'가 열리는 10월 1일에는 '소설아 놀자'에 소설가 김별아(강릉 출신)가, 2일 '시야 놀자'에는 시인 전윤호(정선 출신)가, 3일 '동화야 놀자'에는 동화작가 김정희가 맡는다. 이 행사는 특히 밴드연주와 섹스폰연주, 클라리넷연주, 기타연주 등이 어우러져 문학과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다.

그 강을 처음 본 순간 햇살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느린 물결을 물수제비뜨던 바람은 안절부절
우수수 쏟아지는 햇살에 은사시나무는 몸을 떨었다
수면위에 촘촘히 뿌려진 빛그물이 그 강을 덮었다
빛여울을 펼치던 강물이 찰랑찰랑 내게 다가왔다
강물소리가 풀숲으로 번졌다
두 눈을 감자
발목에 감기던 물소리가 사방으로 흘러넘쳤다
두 물이 만나는 곳
바람이 재촉하며 등을 떠밀자
느긋하던 물살이 휘모리로 빨라졌다
-장시우, '아우라지를 만났다' 몇 토막
덧붙이는 글 문학in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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