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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참여당 통합하면 진보통합 좌초한다"

진보진영 인사 353명, 민노-참여당 통합 반대... 민노당 내부도 입장 갈려

등록|2011.09.22 17:55 수정|2011.09.23 07:30

▲ 노회찬·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김세균 진보교연 대표 등 진보진영 인사 353명이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이경태


민주노동당(민노당)과 국민참여당(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당을 통합대상인지 대의원에게 묻는 민노당 임시당대회는 불과 사흘 뒤에 열린다.

진보신당 내 통합파가 주축이 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통합연대)'와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 민주노총 전 지도부 인사 등 진보진영 주요 인사 353명은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은 진보대통합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노당 당대회 결과에 따라, 진보대통합이 끝끝내 좌초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진보대통합이 지속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 판단한다"며 "참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직 양산, 파병 및 한미FTA 등을 추진했던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의 인사들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노당이 25일 당대회를 통해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는 보수세력 및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건설만이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즉, 참여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또 참여당과의 통합을 철회하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를 통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민노-참여당 통합, '진보+자유주의 연합정당'이란 희대의 기형아 탄생"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김세균 진보교연 공동대표 등의 어조는 좀 더 강경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진보정치가 전근대적인 NL 대 PD 구도에 갇혀서 통합이 불가능하단 관점과 진보의 정체성마저 내던지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올바른 성장이라 보는 관점 양쪽에서 위협당하고 있다"며 "민노당이 당대회에서 참여당 통합을 확정한다면 진보대통합을 위한 마지막 노력은 좌초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전 대표는 "민노당 당권파의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이란 전략적 노선에 비쳐볼 때도 참여당과 통합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참여당과 통합하려면, 민주당과도 통합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그분들의 노선으로도 지금의 통합 움직임을 설명 못 한다"며 "민노당 대의원들께서 진보정치의 가치를 위해 용기 있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세균 진보교연 대표는 "참여당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진보대통합 논의를 전면적으로 허무는 결과를 맞이했다"며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한다면 그건 '진보+자유주의 연합정당'이고 희대의 기형아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성장을 폐기하는 일"이라며 "진보정치를 안락시키는 일을 민노당 당원들과 대의원들은 막아야 한다, 창당정신을 되새겨서 참여당과 통합 안건을 부결시켜달라"고 강조했다.

"참여당 통합 결정하면 민주노총 엄청난 혼란과 불신 겪게 될 것"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민노당 당대회 결과에 따라 민주노총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노총은 한미FTA, 비정규직법 개악 등에 맞서 12번의 총파업 지침을 내렸다, 당시 이 때문에 나도 감옥에 갔다왔다"며 "이 같은 참여정부의 핵심이 모여 있는 곳이 참여당인데 어떻게 진보정당으로 규정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이어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정치의 길이 아니라 진보를 자유주의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민노당이 만약 통합을 결정한다면 노동현장에서 이에 맞서는 조직이 새롭게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여당과 통합된 민노당을 노동자 정당으로 볼 수 없는 조합원들이 하나로 규합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민주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참여당이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면 민주노총 내부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도 "(참여당과의 통합이 결정되면) 정당들은 다른 조직인 만큼 혼란이 적을 수 있지만 민주노총은 엄청난 혼란과 불신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슬기로운 결정이 23일 나오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노당 내부도 시끌시끌... 전·현직 대표 찬반 입장 갈려

▲ 지난 8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진보대통합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천영세, 강기갑, 권영길 민주노동당 전 당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여부를 표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 한다"며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그 결과는 단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한편, 민노당 내부에서도 참여당과의 합당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당의 전·현직 대표가 참여당 합당 문제를 놓고 같은 날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예다.

권영길·강기갑·천영세 전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진보의 반쪽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진보통합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참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참여당과 '선통합'이 추진된다면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전직 당대표 3인은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표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참여당 통합여부에 대한 표결이 당대회에서 강행된다면 전직 당대표 3인은 송구스럽게도 바대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고민스럽지만 두려운 선택은 아니다, 진보대통합의 대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는 같은 날 '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과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참여당을 통합대상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대의원 493명이 발의안 원안 그대로 가결시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 그래야 우리가 2012년의 역사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됐다, 2012년에 이기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이라며 "우리가 먼저 걸음을 내디뎌 11월 노동자대회 전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결실을 만들어내자"고 호소했다.

또 "참여당을 통합 대상이 아니라 보시는 분들도, 당이 우경화된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으나 우려의 근거를 일일이 논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 힘이 우리 당원들에게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그 힘만 있다면 지금의 우려는 통합진보정당에 좋은 약이 돼 진보의 정책을 갈고 닦게 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함께 가자"며 "제가 제안한 방향과 달리 결정된다 해도 저는 평생을 민노당과 함께, 민노당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과 함께하며 당원 여러분의 결정에 복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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