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어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
[인권위 공무원의 정직한 일기⑦] 강이 강처럼 흘러야 하는 이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고 조사관으로 손꼽히던 강모 직원의 '계약해지'에 항의해, 인권위 직원 80여 명이 1인 시위, 언론 기고, 자유게시판 게시, 탄원서 제출 등을 진행했다. 인권위는 이 중 11명에 대해 9월 2일 자로 정직 및 감봉 1~3개월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앞장서 보호해야 할 인권위에서 발생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징계자들은 공무원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의 '정직한 일기'를 싣는다. <편집자말>
▲ 이포보 공사현장 ⓒ 육성철
한강과 낙동강은 한반도 남쪽 물줄기의 씨줄과 날줄이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솟은 물이 낙동강 1300리의 시작이고 태백시 금대봉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물이 한강 1200리의 첫 걸음이다. 나는 백두대간을 두 차례 종주하면서 강이 살고 죽는 여정을 고집스럽게 따라다녔다. 산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강은 강처럼 흘러야 한다"는 확신이 더욱 깊어졌다.
9월 20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1년 전 40여 일간의 고공농성을 감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불법시위를 벌였고 장기간 점거농성으로 상당한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뒤, 직접 농성에 참여한 3인에게 징역 1년6월 및 증거물품 몰수를, 농성을 간접 지원한 2인에게 징역 6월을 각각 구형했다.
이에 두 명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검찰이 적용한 업무방해죄 및 폭행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점거농성 기간에도 공사가 지속됐으므로 실질적 업무방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농성자들이 아래쪽으로 볼트와 너트를 던진 것은 농성장을 비춘 서치라이트에 대한 항의 표시였을 뿐, 직접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4대강 사업 자체가 한국사회 법치주의의 후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전제한 뒤 "국토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행위 자체가 상식 밖의 처사"라고 말했다. 적법 시위가 봉쇄된 상황에서 환경운동가들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끝으로 변호인은 "이포교에 올라가 농성을 벌인 행위와, 4대강 600km를 파헤치면서 6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행위 중 어느 것이 더 파괴적인지 재판부가 가려 달라"고 요청했다.
곧이어 5명의 피고인들이 최후진술을 했다. 그들이 토해낸 사자후는 4대강 바닥을 후비고 뒤집는 날선 기계음을 누르고도 남았다. 실형을 구형받고도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키는 의연함이 놀라웠다. 나는 최근 수년간 대학원에서 환경문제를 연구했지만 우리 강토에 대한 이토록 절절한 호소를 들어보지 못했다. 머리로 외운 지식과 몸으로 익힌 신념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다. 방청객의 눈시울마저 뜨겁게 만들었던 당당한 음성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 결심공판이 끝나고 ⓒ 육성철
염형철(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이 순간 정말 약한 자는 저희들이 아닙니다. 단 한마디도 못하는 이포의 생명들입니다. 생명파괴, 집단학살, 식수위협 앞에서 환경운동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개인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여겼습니다.
박평수(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 세상에는 해서 안 되는 일이 있고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4대강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4대강을 죽이는 사업은 어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피고인 신분이지만 나중에 입장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4대강 파괴자들이 피고인석에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동빈(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환경운동가로서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다. 생명이 파괴되는 현실에 맞서 현재도 저항하고 미래에도 끝까지 저항할 것입니다.
김종남(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이토록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민을 배반한 국책사업은 없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부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활동가 세 분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포교에 올랐을 것입니다. 저는 이분들과 함께 하는 동지입니다. 그것이 죄라면 죄 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박창재(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 : 강은 살아야 하고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환경운동가들의 결행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습니까. 양심상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포교 농성 참여자 및 관련자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0월 14일 오후 2시에 있을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