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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명물' 비빔당면...쫄면과 완전 다르거든!

[푸드 스토리 29] 비빔당면, 부산의 명물

등록|2011.09.22 20:05 수정|2011.09.23 09:20
개인적으로 가을은 부산의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부산영화제가 개최되기 때문이죠. 올해도 부산에 갈 기대로 조금 들떠있는 요즘입니다.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지는 이 영화제는 올해로 16회 째를 맞게 됩니다. 주위에 보면 부산 영화제를 즐기고 싶지만 시간이 나지 않는다거나 그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당일 날 현장 판매 티켓을 정신없이 구해선 하루 만에 근 십여 편에 이르는 영화를 보려고 욕심을 내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 영화관 저 영화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느라 녹초가 돼서 정작 영화는 즐기지도 못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부산영화제 파빌리온부산영화제의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곳. 지난 2010년도의 비프 파빌리온은 과감한 색채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 조을영


부산 영화제는 사전에 계획을 하고 떠나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볼 영화에 대한 공부도 이것저것 하는 게 좋고요. 게다가 생각과 달리 부산 영화제는 초기에 비해 한산해져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외국인들도 모이는 국제영화제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오는 외국인들은 영화제 관계자를 제외하곤 홀로 여행 온 배낭객들이 대다수입니다.

그 가운데 홀로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도 유독 눈에 보입니다. 일상의 복잡함을 벗어나고픈 직장인들도 있고, 시댁이나 남편 혹은 아이들 등쌀에 매일 시달리는 주부가 하루 쯤 혼자 훌쩍 다녀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서 부산 영화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뭔가 큰 기대 없이 가뿐하게 하루 여정을 즐기는 과정 중에 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니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스케줄 짜느라 큰 고생을 하지도 않고 꼭 보고 싶은 영화 한편만 간편하게 선택합니다. 부산 영화제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은 얼마 뒤면 정식 수입 개봉 되니까 급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러니 자신이 선택한 영화가 시작될 시간 전 까지는 유유히 해운대를 돌며 관광을 하거나 인근의 동백섬에서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로 나왔던 선착장과 고층 빌딩을 돌아보며 유쾌한 미소를 지어본다거나, 미포 항구의 '맛은 없는데 이상하게 유명해진' 밥집에서 연예인들이 남기고 간 낙서를 들여다보며 생선구이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달맞이 고개로 올라가서 영화배우 전지현과 차태현이 앉았던 카페에서 바다를 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습니다. 청사포 쪽으로 가면 낚시 애호가들이 바다쪽으로 난 길다란 방죽에 앉아 하염없이 파도와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미포항의 철길미포항은 영화 촬영지로 이름 높다. 영화'해운대'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미포항을 덮친 장면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 조을영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면 남포동으로 가보세요. 그곳 먹자골목에는 특별한 부산의 맛이 있으니까요. 쪼그려 앉아서 모든 음식을 척척해내는 아주머니들은 설거지 여건이 좋지 않은 그곳 사정을 감안해서 비닐을 씌운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 주십니다. 길거리에 죽 늘어선 좌판에는 국수, 잡채, 식혜, 김밥 같은 게 한가득 씩 올려져 있어서 주문 즉시 바로 음식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었는지, 어째 들어가는 료가 전부 다 비슷한 재료들입니다.

비빔당면. ⓒ 조을영


그 중 특별난 것은 비빔당면입니다. 삶은 당면과 야채를 양념장에 비벼 먹는 음식이죠. 김밥 쌀 때 들어가는 시금치, 당근, 단무지, 그리고 비빔국수 양념, 잡채 만들 때 들어가는 당면까지 전부다 이리저리 활용해서 만든 음식이죠.

비빔당면 재료계절 채소와 당면을 준비한다. 양념장은 고추장과 설탕,식초를 섞어서 비빔국수 양념장으로 준비한다. ⓒ 조을영


비빔당면. ⓒ 조을영


비빔당면 만드는 법1.당면은 물에 불렸다가 2분 정도 삶아서 찬물에 헹군다. 2.채소를 가늘게 채썰어서 삶은 당면 위에 얹고 양념 장을 얹어 먹는다. ⓒ 조을영


비빔당면. ⓒ 조을영


당면은 잡채 만들때나 들어가는 건 줄 알았는데 야채랑 같이 비벼먹으니 제법 상큼하고 매콤한 것이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한답니다. 쫄면하고는 식감이 전혀 다르고요. 개인적으론 쫄면보다 이게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질기지도 않고 면발이 탱글탱글하거든요. 게다가 김밥에 넣는 단무지를 비빔당면 위에 얹어주는데, 그 맛이 의외로 굉장히 신선하답니다. 하여간 이것저것 계획할 게 많은 가을, 부산영화제와 비빔당면이 있어 더더욱 즐거운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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