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지 않냐"던 신재민씨, 절엔 왜 갔나요
[주장] 김방에 간 곽노현... 그 극명한 대비가 씁쓸하다
"검찰수사에서 일관되게 밝혔듯이, 나는 단일화 대가로 금품제공을 약속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 보고 받거나 승인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고도 추인하거나 떠안은 바 없다. 다만 단일화로 꿈을 접은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선의의 긴급부조를 제공했을 뿐이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오해와 억측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한 양심불량 억지 기소다. 검찰이 내게 뒤집어씌운 혐의사실은 바닷가에 혼자 쌓아올린 모래성처럼 재판과정에서 허물어져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 - 곽노현
"처음엔 그 사람이 많이 미웠다. 그렇게 엄청난 얘기를 하는 것에 무척 화가 났다. 어쩌다 이렇게 나쁜 인연을 맺었나.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지난 주말 산사에서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을 안 지 10년이 되도록 별 도움을 준 일이 없다. 공직이라는 제약 때문에 그가 곤경에 처하는 걸 보면서도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나와의 인연을 이용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 한다면 그것도 내가 쌓은 업이려니, 받아들이자. 그동안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그의 말을 검찰이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 신재민
첫 번째 글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22일 공대위를 통해 전달한 옥중 메모다. 말하고자 하는 뜻이 명료하고 어조가 단호하다. 자기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이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단일화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박명기 교수의 진술뿐이다. 하지만 옥중 메모처럼 곽 교육감은 '단일화의 대가'가 아닌 '선의의 부조'였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혐의가 입증되었다고 했고 덩달아 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했다.
곽 교육감은 돈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검찰이 알아낸 1억 3000만 원에 스스로 7000만 원을 더 얹어서 주었노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현직 민선 교육감이다. 그는 지금 감방에 들어가 있다.
두 번째 글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말하고자 하는 뜻이 애매하고 어조가 유약해 보인다. 이 글에 나오는 '그 사람'은 자기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주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 그룹 회장일 것이다. 그런데 신 전 차관은 '그 사람에게 처음에는 화가 났다'고 했다. 돈을 주지도 않고 주었다고 해서 화가 난다는 것인지 아니면 돈 준 사실을 공개해서 화가 난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또한 신 전 차관은 이국철 회장을 도와주지 못해서 안타까웠다고 하면서 덧붙여 '공직이라는 제약'을 언급했다. 이것은 돈을 받고도 '돈 값'을 못해서 미안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공직자로서의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인지 애매하다. 뜬금없이 '업'을 말하는 이유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이국철 회장은 돈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고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매우 아리송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신 전 차관이 이국철 회장에게 부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도 있다. 신 전 차관의 부인이 등록만 해놓고 출근은 하지 않은 채 거금을 수령해 가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그 회사가 바로 이국철 회장의 회사다.
신 전 차관이 사용한 법인카드가 이국철 회장의 회사인 SLS의 것인지는 당장에라도 조회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국철 회장은 자기 돈이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엄청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 전 차관은 지난 주말을 산사에서 한가로이 보낸 것 같다.
단호한 곽노현과 유약한 신재민, 그들이 있어야 할 곳
내가 알기에 곽 교육감은 평소 말을 단호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치열한 무상급식 투표가 끝난 다음 날, 그가 KBS 라디오 대담에서 "우리는 투표에 참여한 분들의 의견, 즉 급식비를 아껴 교육환경 개선에 써야 한다는 좋은 뜻을 잘 받아들이고 간직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반면에 신 전 차관은 평소 말을 아주 단호하게 하던 사람이다. 그는 2008년 9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여 파업하는 YTN 노조원들에게, "세상을 박쥐처럼 살지 마라, 포유류면 포유류고 조류면 조류지, 솔직히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것 아니냐, 밖으로는 공공성 얘기하지만, 어려웠을 때 얻어먹은 것 솔직히 쪽팔리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곽노현 교육감은 1991년 3월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대우가 좋은 정규대학으로 옮겨 갈 기회가 있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 관련해 법학 교수 43명과 함께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인권연대 교육위원을 맡는 등 인권문제에 열정을 쏟았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 되어 활동했다. 2009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참여했고, 2010년에 6·2 지방선거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한편 신재민 전 차관은 <한국일보> 기자로 출발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뒤 귀국하여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 요직을 거친 후, <한국일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선일보사로 옮겨 <주간조선> 편집장을 맡았다.
신 전 차관은 워싱턴 특파원 시절 당시 미국에서 생활하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 인연으로 이명박 후보 캠프에 가담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워싱턴에서 기자들, 공무원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이 이뤄졌고, 운동 후에는 함께 토론을 벌이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제1차관을 연임한 후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위장전입, 부인의 위장취업, 탈세, 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낙마했다.
신 전 차관은 2008년 한 해 소득 7419만 원을 모두 차관 급여로 받은 것이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지출액은 9321만이었다. 소득보다 1902만 원을 더 쓴 것이다. 당연히 적자를 봤어야 할 그의 재산은 웬일인지 3970만 원이나 늘었다.
2009년에는 의문의 재산 증가액이 더 많아진다. 그는 차관 급여로 8957만 원을 벌었지만, 신용카드 사용 등 생활비로 1억 5210만 원을 썼으니까 6253만 원의 손해가 난 셈이지만 희한하게도 예금은 두 배나 증가했다. 신 전 차관의 2009년 의문 소득액은 1억 2898만 원이나 되었다.
이렇게 되자 청문회 당시 신 전 차관에게 스폰서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가 부인으로 일관한 데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낙마하기에 충분해 더 이상의 의혹은 풀리지 못한 상태로 끝났었다. 정부에서 나온 그는 지금 법무법인 '유한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 9월 신 전 차관의 배우자는 5760만 원을 지불하고 피트니스·스파·골프 회원권을 구입했고, 2010년 4월에는 제네시스 승용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신 전 차관 역시 2010년 8월 650만 원짜리 롯데호텔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구입했다.
최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신 전 차관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할 때 10억 원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인수위 시절엔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을 건넸고, 문화부 차관 시절에도 법인카드를 줘 신 전 차관이 매달 1000만~3000만 원씩 썼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한 비서관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8년 인수위 시절 신 전 차관이 술을 먹자고 해 따라가 보니 이 회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27일 <뉴시스>는 검찰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 수년간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해 "현재로선 의미 없는 수사"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26일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 등 아무 근거 없이 '돈을 줬다'고만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수사 측면에서 볼 때 (이 회장의 폭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너무도 똑같아서 가슴 아프다
곽노현 교육감은 지금 감방에 있다. 반면에 신재민 전 차관은 산사를 거닐며 한가로운 주말을 보냈다. 이 전도된 현실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져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 곽노현과 신재민 두 사람은 응당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4월 곽노현 교육감이 직무유기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 교육감의 재판 방청기를 글로 남긴 것이 있다.
"김 교육감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 기일 절차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국가권력이 얼마나 황당하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교육감에 대한 기소는 결국 검찰과 교과부 합작으로 만들어낸 '민주진보 교육감 죽이기' 시나리오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엔 경찰까지 나서서 민주진보 교육감 뒷조사를 하는 등 정권적 차원의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 동료의 재판을 방청한 곽노현과 지금 감방에 있는 곽노현이 너무도 똑같아서 가슴 아프다. 그의 방청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법정을 나섰다.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으스스 몸에 한기가 몰려온다. 봄은 언제나 오려는가. 지금 시절이 어느 때인데 찬바람이 쌩쌩 분다는 말이냐. 눈을 들어 산을 본다. 아! 온 산이 울긋불긋 환한 꽃들로 치장하고 있다. 이런 추위 속에서도 봄은 오는구나! 그 어떠한 심술도 뚜벅뚜벅 다가오는 세상의 섭리를 어쩌지는 못하는구나! 겨울의 모진 찬바람도 연약한 봄의 꽃잎을 이겨내지 못하는구나! 김 교육감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어느새 그는 평소의 환한 표정을 되찾고 있었다. 칼바람이 아무리 기세등등하게 몰아쳐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말지니!"
"처음엔 그 사람이 많이 미웠다. 그렇게 엄청난 얘기를 하는 것에 무척 화가 났다. 어쩌다 이렇게 나쁜 인연을 맺었나.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지난 주말 산사에서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을 안 지 10년이 되도록 별 도움을 준 일이 없다. 공직이라는 제약 때문에 그가 곤경에 처하는 걸 보면서도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나와의 인연을 이용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 한다면 그것도 내가 쌓은 업이려니, 받아들이자. 그동안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그의 말을 검찰이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 신재민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연합뉴스
첫 번째 글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22일 공대위를 통해 전달한 옥중 메모다. 말하고자 하는 뜻이 명료하고 어조가 단호하다. 자기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이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단일화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박명기 교수의 진술뿐이다. 하지만 옥중 메모처럼 곽 교육감은 '단일화의 대가'가 아닌 '선의의 부조'였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혐의가 입증되었다고 했고 덩달아 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했다.
곽 교육감은 돈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검찰이 알아낸 1억 3000만 원에 스스로 7000만 원을 더 얹어서 주었노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현직 민선 교육감이다. 그는 지금 감방에 들어가 있다.
두 번째 글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말하고자 하는 뜻이 애매하고 어조가 유약해 보인다. 이 글에 나오는 '그 사람'은 자기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주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 그룹 회장일 것이다. 그런데 신 전 차관은 '그 사람에게 처음에는 화가 났다'고 했다. 돈을 주지도 않고 주었다고 해서 화가 난다는 것인지 아니면 돈 준 사실을 공개해서 화가 난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또한 신 전 차관은 이국철 회장을 도와주지 못해서 안타까웠다고 하면서 덧붙여 '공직이라는 제약'을 언급했다. 이것은 돈을 받고도 '돈 값'을 못해서 미안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공직자로서의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인지 애매하다. 뜬금없이 '업'을 말하는 이유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이국철 회장은 돈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고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매우 아리송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신 전 차관이 이국철 회장에게 부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도 있다. 신 전 차관의 부인이 등록만 해놓고 출근은 하지 않은 채 거금을 수령해 가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그 회사가 바로 이국철 회장의 회사다.
신 전 차관이 사용한 법인카드가 이국철 회장의 회사인 SLS의 것인지는 당장에라도 조회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국철 회장은 자기 돈이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엄청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 전 차관은 지난 주말을 산사에서 한가로이 보낸 것 같다.
단호한 곽노현과 유약한 신재민, 그들이 있어야 할 곳
내가 알기에 곽 교육감은 평소 말을 단호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치열한 무상급식 투표가 끝난 다음 날, 그가 KBS 라디오 대담에서 "우리는 투표에 참여한 분들의 의견, 즉 급식비를 아껴 교육환경 개선에 써야 한다는 좋은 뜻을 잘 받아들이고 간직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 ⓒ 권우성
반면에 신 전 차관은 평소 말을 아주 단호하게 하던 사람이다. 그는 2008년 9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여 파업하는 YTN 노조원들에게, "세상을 박쥐처럼 살지 마라, 포유류면 포유류고 조류면 조류지, 솔직히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것 아니냐, 밖으로는 공공성 얘기하지만, 어려웠을 때 얻어먹은 것 솔직히 쪽팔리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곽노현 교육감은 1991년 3월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대우가 좋은 정규대학으로 옮겨 갈 기회가 있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 관련해 법학 교수 43명과 함께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인권연대 교육위원을 맡는 등 인권문제에 열정을 쏟았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 되어 활동했다. 2009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참여했고, 2010년에 6·2 지방선거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한편 신재민 전 차관은 <한국일보> 기자로 출발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뒤 귀국하여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 요직을 거친 후, <한국일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선일보사로 옮겨 <주간조선> 편집장을 맡았다.
신 전 차관은 워싱턴 특파원 시절 당시 미국에서 생활하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 인연으로 이명박 후보 캠프에 가담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워싱턴에서 기자들, 공무원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이 이뤄졌고, 운동 후에는 함께 토론을 벌이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제1차관을 연임한 후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위장전입, 부인의 위장취업, 탈세, 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낙마했다.
신 전 차관은 2008년 한 해 소득 7419만 원을 모두 차관 급여로 받은 것이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지출액은 9321만이었다. 소득보다 1902만 원을 더 쓴 것이다. 당연히 적자를 봤어야 할 그의 재산은 웬일인지 3970만 원이나 늘었다.
2009년에는 의문의 재산 증가액이 더 많아진다. 그는 차관 급여로 8957만 원을 벌었지만, 신용카드 사용 등 생활비로 1억 5210만 원을 썼으니까 6253만 원의 손해가 난 셈이지만 희한하게도 예금은 두 배나 증가했다. 신 전 차관의 2009년 의문 소득액은 1억 2898만 원이나 되었다.
이렇게 되자 청문회 당시 신 전 차관에게 스폰서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가 부인으로 일관한 데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낙마하기에 충분해 더 이상의 의혹은 풀리지 못한 상태로 끝났었다. 정부에서 나온 그는 지금 법무법인 '유한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 9월 신 전 차관의 배우자는 5760만 원을 지불하고 피트니스·스파·골프 회원권을 구입했고, 2010년 4월에는 제네시스 승용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신 전 차관 역시 2010년 8월 650만 원짜리 롯데호텔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구입했다.
최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신 전 차관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할 때 10억 원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인수위 시절엔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을 건넸고, 문화부 차관 시절에도 법인카드를 줘 신 전 차관이 매달 1000만~3000만 원씩 썼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한 비서관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8년 인수위 시절 신 전 차관이 술을 먹자고 해 따라가 보니 이 회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27일 <뉴시스>는 검찰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 수년간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해 "현재로선 의미 없는 수사"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26일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 등 아무 근거 없이 '돈을 줬다'고만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수사 측면에서 볼 때 (이 회장의 폭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너무도 똑같아서 가슴 아프다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유성호
작년 4월 곽노현 교육감이 직무유기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 교육감의 재판 방청기를 글로 남긴 것이 있다.
"김 교육감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 기일 절차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국가권력이 얼마나 황당하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교육감에 대한 기소는 결국 검찰과 교과부 합작으로 만들어낸 '민주진보 교육감 죽이기' 시나리오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엔 경찰까지 나서서 민주진보 교육감 뒷조사를 하는 등 정권적 차원의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 동료의 재판을 방청한 곽노현과 지금 감방에 있는 곽노현이 너무도 똑같아서 가슴 아프다. 그의 방청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법정을 나섰다.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으스스 몸에 한기가 몰려온다. 봄은 언제나 오려는가. 지금 시절이 어느 때인데 찬바람이 쌩쌩 분다는 말이냐. 눈을 들어 산을 본다. 아! 온 산이 울긋불긋 환한 꽃들로 치장하고 있다. 이런 추위 속에서도 봄은 오는구나! 그 어떠한 심술도 뚜벅뚜벅 다가오는 세상의 섭리를 어쩌지는 못하는구나! 겨울의 모진 찬바람도 연약한 봄의 꽃잎을 이겨내지 못하는구나! 김 교육감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어느새 그는 평소의 환한 표정을 되찾고 있었다. 칼바람이 아무리 기세등등하게 몰아쳐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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