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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갈거야~♬"

학생통학마을버스 운송조합 유성민 안성지부장의 통학버스이야기

등록|2011.09.27 18:15 수정|2011.09.27 18:16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짠짜라짜라짜라 짠짠짠~♬"

가수 박상철이 부른 노래 '무조건'의 가사처럼 학생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는 '아저씨'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학생통학 마을버스' 운전자들이다. 안성 시골마을에선 학생이 사는 곳이면 거의 이 버스들이 들어간다. 면단위에 2대 꼴로 통학버스가 다닌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안성 시골 마을엔 버스가 가지 않는 곳과 하루에 겨우 몇 대 다니는 곳도 많다. 그나마 나은 곳은 버스가 1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마을이다. 이런 시골에서 '학생통학 마을버스'는 고마운 학생들의 발이다.

몸이 아파도 버스는 달린다

마을버스 운전사들은 새벽 5시30분이면 몸이 아파도 여지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 일은 시간을 맞추는 게 생명이다. 6시20분이면 고등학생 첫 손님이 탄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골목골목 다니며 한 명 씩 태워 해당학교로 실어 나른다. 각 학생들의 시간 요구조건을 다 맞춰주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다. 

유성민10년 동안 통학버스를 운행해온 유성민 씨를 그쳐간 학생만도 수백명. 이제 그는 안성 학생들 사이에선 유명한 '아저씨'로 통한다.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자신의 애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낮엔 만나서 인터뷰할 시간조차 없다고 해서 밤에 잠시 만났다. ⓒ 송상호


제 시간에 아침식사를 하는 건 꿈도 못 꾼다. 11시 30분이 돼야 겨우 '아점(아침과 점심)'을 먹는다. 하루 2끼 식사는 기본이다. 야간자율학습 학생들을 통학시키고 나면 거의 12시. 그제야 야식을 먹는다. 취침시간은 12시를 넘어 새벽 1시가 일상이다.

하루 약 5시간 정도 자는 편이다. 늘 잠이 모자란다. 운전하는 일이니 잠과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등하교 시키고 틈만 나면 차 안에서 '쪽잠'을 잔다. 거의 '쪽잠'의 달인들이다.

연중 휴가는 따로 없다. 개인 사업이니 휴가를 낼 여유가 없다. 학생들이 노는 '놀토'와 일요일에 쉰다. 학생들이 노는 날 쉬니 몸은 쉬지만, 마음은 쉬지 못한다. 학생들이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우린 몸이 재산이죠. 학생들을 태우는 코스가 복잡하니 몸이 아프면 누가 대신 해주지도 못해요. 몸이 아파도 그냥 달려야죠."

이 말을 하는 유성민 지부장(경기도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학생통학분과위원회 안성지부)의 얼굴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다. 몸이 아파도 운전해야만 했던 지난 경험이 생각난 듯했다.

10년 전 통학버스 운전자들의 권익을 위해 뜻을 모은 '학생통학 마을버스 조합'. 이 조합은 전국에서도 경기도에만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젠 그 권익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 통학버스 성행'이라는 벽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학버스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 통학버스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학생 수가 한정되어 있는 농촌도시 안성에서 '불법 통학버스 운행 성행'은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거기다가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에서 기숙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던 소위 단골들이었다. 큰 단골이 떨어진 셈이다. 해당학원들이 모두 자신들의 학원차량을 운행하는 것도 그들의 터전이 좁아지는 이유가 된다.

앞으로의 전망을 묻자 유성민 지부장은 한 숨부터 내쉰다. 자신도 10년 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운전한 사람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단다.

제자를 길러내는 마음으로...

10년 째 학생통학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유성민씨. 그의 버스를 거쳐간 학생만도 수백 명이다. 그들 중 이제 시집 장가도 갔다. 간혹 고맙다고 전화오거나 인사하러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마치 스승이 제자를 길러낸 심정이라고나 할까.

안성의 학생들은 버스기사들을 그저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 아저씨는 더운 여름이면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곤 한다. 학생들의 편안한 등하교를 위해, 정확한 등하교를 위해 신경을 무척이나 쓴다.

자신들도 자녀를 키우는 입장인 그 아저씨들은 오늘도 노란 통학버스를 타고 안성 시골마을 어딘가를 달려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3일 학생통학버스 안성지부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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