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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안아줄 것만 산길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기청산 식물원에 다녀오다

등록|2011.10.04 09:55 수정|2011.10.04 09:55
한결 상쾌해진 가을하늘 아래 있을라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은 생각에 하던 일도 집중이 안되기 마련이다. 문득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떠오른다. 한 사람에 대한 설렘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기도 했다.   10월, 그 두근거리는 설렘을 맘껏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오랜만에 카메라를 챙기고, 가을소풍 가는 기분으로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기청산 식물원'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익숙한 장소처럼

▲ 기청산 식물원 입구. ⓒ 이동욱


기청산 식물원은 얼핏 보기에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곳은 1969년에 "기청산농원"부터 시작된 오래된 곳으로, 문을 연 지 40년이 더 된 곳이다. 이곳은 도시의 어느 식물원들이 가지고 있는 낯설음이 서려있지 않다. 그것은 주인이 가지고 있는 고집과 자연 그대로가 주는 포근한 인상, 그리고 이곳만의 특별한 그 무엇 때문이리라.

이곳은 아쉬움으로 지나간 시간을 붙잡았거나 불안과 공포로 오지도 않은 시간에 대해 두려워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혹은 현재와 달리기경주를 하듯 조금 더 앞서나가기 위해 오후의 햇살과 바람도 지나치고 있는 이들에게 휴식이 될 만한 곳이다.

▲ 매표소 옆 식물원 들어가는 길. ⓒ 이동욱


▲ 10월달에 식물원에 방문하게 되면, 여러 국화들이 여러분을 맞이한다. ⓒ 이동욱

기청산 식물원은 어떤 뜻일까?

基(키 기) + 靑山(청산 / 유토피아)이 합쳐진 말로, 좋은 곡식만 골라내던 키와 그 모양의 대나무 언덕이 있는 아름다운 도원을 만든다는 뜻이다. 좋은 식물과 사람이 모여 참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염원에서 짓게 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 직원들은 "기청산식물원은 단순히 공원식 식물원이 아니라, 한 번 지나가는 관람만 하는 식물원이 아니라 귀중한 식물자원을 보전하고 그간 잘못 전수된 식물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으며40여 년간 축적한 유익한 식물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건이 된다면 이곳에서 식물들을 조용히 만나 그네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향기를 맡ㅇ드며 식물공부도 하고 마음을 펼쳐 던지고서 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을 엮어가길 바란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 모든 구간 산책로로 이루어진 식물원 ⓒ 이동욱


▲ 하나의 자연 박물관처럼, 식물마다 이름과 간단한 소개를 하는 팻말이 있다. ⓒ 이동욱


식물원에서 배우는 체험학습

기청산식물원에서는 자연을 즐기기 위한 방법을 나눈다. "단순히 식물원이라기보다는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을 체험하고, 많은 식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서 더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한 관람객은 "이미 이야기를 많이 들어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면서 "오게 되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작은 야생화들과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 그리고 오랜 시간 자라온 듯한 큰 나무들은 식물원이라는 공간을 꽤 친숙한 뒷동산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 암수 용이 서로 사랑을 했다 하여 붙여진 용연지(龍戀池) ⓒ 이동욱


기청산 식물원을 찾아가면서, 필자는 "설마 이렇게 한적한 곳에 식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보된 유동인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상권이나 여러 조건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이렇게 한적한 곳에 있기 때문에 식물들이 더 예뻐보이고, 자연을 더 느낄 수 있으며,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어서 오래 머물러도 좋다"고 한적한 위치가 주는 장점들을 설명했다.

▲ 들에 핀 국화들 ⓒ 이동욱


아무 말 없이 안아줄 것만 같은 산길을 걸어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세상. '지금의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야, 멀리 봐'라고 누군가 속삭여준다.

숲에서 마음의 평온을 느낀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미처 숲에 가지 못했다면, 청하면에 위치한 작은 식물원, 기청산 식물원에 가보자. 이곳에서 포근한 숲과 여유로운 시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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