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대구출신 사업가 통해 권재진에 구명 청탁"
권재진 청와대수석 시절 기획수사 지시 주장도 반복... 3일 두 번째 검찰 출두
▲ 이국철 SLS그룹 회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 회장은 2일 서울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비리, 권력형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음에도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라며 "과연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입장을 표명하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SLS그룹에 대한 수사는 내가 민정수석이 되기 이전에 시작된 것이다. 회사를 뺏기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라며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이 회장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권 장관은 "멀쩡한 기업이 많은데 워크아웃 들어간 회사에 접대를 요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며 박영준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도 신뢰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권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그룹 계열사인 SLS조선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한 수사가 시작됐다며, 정권 차원의 기획수사를 주장해 왔다.
"권 장관은 왜 박영준을 옹호하나"
이 회장은 이날 "통영시장과 관련한 재판에서 김학규 전 조선소 사장은 2009년 2월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와서 '이국철은 악덕 기업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라며 나에 대한 정보를 달라 했다고 증언했다"라며 당시 재판기록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조선소 인허가와 관련해 2006년 당시 진의장 전 통영시장에게 2만 달러를 건넨 혐의 등으로 2009년 12월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그는 "2009년 2월에 민정수석실에서 이 정도 물어 왔다면 나에 대한 사찰은 늦어도 2008년 가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이게 민간인 불법사찰이 아니고, 기획수사가 아니라면 무엇이냐, 권 장관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8월 이 재판기록을 입수해 SLS그룹 수사에 청와대 개입의혹을 보도 한 바 있다.(관련기사 : 청와대 민정수석실, SLS그룹 회장 '뒷조사' 의혹)
이 회장은 이어 "박영준 전 차관이 일본에서 나를 만난 것을 인정했는데, 왜 권 장관은 수사도 하지 않고 왜 박 전 차관의 말은 믿고 내 말은 못 믿는다고 하는 것인가"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 수사를 지시했는데 권 장관이 왜 박 전 차관을 옹호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차관을 접대할 당시 회사가 워크아웃이 아니었는데 왜 권 장관은 워크아웃된 회사라며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이 회장은 신아조선 유아무개씨에게 회사를 뺏겼다고 주장하지만, 유씨는 이 회장이 회사를 빼앗았다고 주장한다"는 권 장관의 발언과 관련, "검찰 조사도 받지 않은 유씨의 말을 왜 장관이 그대로 하냐"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장관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이 언급한 유씨는 SLS중공업이 인수한 신아조선의 유수언 전 대표를 말한다. 이 회장은 권 장관이 지난 2000년 창원지금 통영지청장으로 있었던 것과 통영에서 유 전 대표가 통영에서 조선소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SLS그룹 수사를 했던 창원지검의 수사라인과 권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비서관들이 모두 지금 법무부에 가 있다"라며 "인사가 왜 이렇게 됐는지도 권 장관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장관 상대로 회사 구명활동 펼쳤다"
▲ 권재진 법무부장관 ⓒ 남소연
이 회장은 "지난해 4~5월 고향 친구로부터 (SLS그룹 워크아웃을 타개하기 위해) 이아무개씨를 소개받았고 그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아무개씨는 이 회장에게 활동을 위해 SLS그룹의 명함과 차량 등을 요구했고, 이에 이 회장은 그를 "그룹 계열사인 SP로지텍의 고문으로 임명하고 요구사안을 제공했다"며 "월 수백만 원의 급여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씨가 권 장관을 만나 상황을 얘기했고, 권 장관은 충분히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생긴 사채를 정리해 주면 청와대 근처 호텔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6억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며 "1억 원은 계열사에서 대출을 통해, 5억 원은 이씨를 소개해준 친구가 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 6억 원이 SLS그룹의 구명을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라며 "내가 직접 빌려 준 것도 아니고, 회사를 빼앗긴 상황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해 여름 "이씨의 권유로 대구지역의 외국어대학 전 총장 노아무개씨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 실세인 P씨를 만나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라며 "청와대에 끈이 있다는 자유총연맹의 인사를 함께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3일 오전 이 회장을 재소환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의혹을 조사한다. 이 회장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모든 단서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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