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김윤석 "유아인 굉장한 재능 있고 마인드가 좋다"

[인터뷰] "어떤 무기도 들지 않고 분필만 들었다"

등록|2011.10.03 12:43 수정|2011.10.03 12:43

김윤석배우 김윤석(43)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완득이>(10월20일 개봉)로 돌아왔다. <완득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필리핀 엄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학교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문제아 완득이(유아인) 그리고 그를 보듬어가고 싶은 담임 동주 선생님(김윤석)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이다. ⓒ 민원기


배우 김윤석(43)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완득이>(10월 20일 개봉)로 돌아왔다. <완득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엄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학교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문제아 완득이(유아인)와 그를 보듬어가고 싶은 담임 동주 선생(김윤석)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단 한 가지 생각은 "아 나에게도 저런 동주선생님이 있었으면…"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아이가 득실득실하는 교실, 입시를 앞두고 치열한 성적 경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내가 신은 신발이 나이키 운동화인지 시장 운동화인지도 신경이 무지하게 쓰이는 사춘기. 그런 고교 시절에 나를 늘 지켜보면서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며 말 걸어주고 마음 써 주는 '동주 선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0년 영화 <황해>에서 도끼를 들고 얼굴에 피를 묻히고 눈에 광기를 띄며 뛰어다니던 면정학은 없었다. 김윤석은 <황해>에서 족발 뼈를 들고 다니며 집요하게 표적을 향해 맹수처럼 달려갔고 그리고 단박에 해치웠다. 아…. 다시 생각해도 섬뜩하다.

그랬던 그가 <완득이>에서는 자율학습 시간에 본인이 먼저 자기 일쑤인 데다 학생들에게 '공부'보다는 적성에 맞는 것을 -예를 들면 완득이에게는 킥복싱-권하는, 다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선생님 역할을 맡았다. 이 인물은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 이외에 전도사로서 자비를 털어 교회를 세우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준다.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적이고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김윤석은 동주 선생 역할을 맡아 정말 실제 그런 인물이 옆집에 사는 것처럼 변주해냈다. 교실, 칠판, 분필, 교탁, 학생들. 이 모든 것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얌마! 도완득!"하고 부를 때에는 정말 스크린에서가 아니라 3D 효과처럼 코앞에서 저런 선생님이 딱하니 튀어나올 것 같다. 동주 선생으로 변한 김윤석이 "얌마! 조경이!"라고 부른다면 '실제 내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었나'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김윤석은 그런 능청스러움과 친근함을 무기로 동주 선생의 매력을 살려낸다.

"살면서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는 엄마, 그 엄마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그것도 18년 만에 자신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그 아이의 심정은 어떻겠어요.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피할 수 없는 거죠. 부모라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요. 여기다가 내 부모가 필리핀 사람이다, 그게 <완득이>의 가장 큰 키워드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완득이> 안에 함축돼 있고 그 이야기가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 완득이는 등이 굽어서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있는 아버지(박수영 분)와 조금은 지능이 모자란 삼촌(김영재 분)과 셋이 살고 있다. 그렇게 18년 동안 살다가 갑자기 엄마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니, '나타났다'기보다는 '동주 선생님이 찾아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렇게 나타난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었다니 완득이에게 전해지는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문화' 이미 깊숙이 와 있어,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

김윤석전작 <황해>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김윤석이 180도 다른 캐릭터로 팬들의 기대 속에 영화<완득이>로 돌아왔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김윤석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민원기


그렇게 <완득이>는 소외된 계층 중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낸다. 그리고 교회에서 완득이를 향해 "자매님 오셨어요"라며 늘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웃도 인도계 미국인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들 중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서 사는 이도 많고요. 이미 다문화라는 것은 우리에게 깊숙이 와 있어요. 그걸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죠. 이제는 그걸 유별나게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극 중에서 담임선생님과 문제 학생으로 출연하는 김윤석과 유아인. 근 20년 차이가 나는 이들은 극 중에서 때로는 아빠와 아들처럼, 친구처럼, 때로는 정말 선생님과 제자처럼 여러 감정을 만들어 간다.

동주 선생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문제아인 완득이를 바라보기보다는 그 현실에서 긍정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선생님이자 세상과 단절되기보다 지금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도 세상과 유쾌하게 소통하기를 원하는 선생님이다. 그런 동주 선생을 보면서 점점 세상 밖으로 나오는 완득이도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완득이는 애늙은이에요. 반항이 문제가 아니라 애늙은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문제인 아이입니다. 자기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대화도 안 하니까요. 자기 스스로 자기의 잘못인 냥 그러고 있으니까. 자기가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까지 짊어지니까 그 모습이 문제이고 더 안쓰러운 것입니다."

"유아인은 굉장히 재능이 있고 마인드가 좋아요. 연기에 접근하는 마인드가 좋습니다. 아인이가 저예산이나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해요. 아인이는 더디게 발을 내디딜지언정 엘리베이터를 안 탈 것 같아요. 그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오랜만에 19금이 아닌 영화로 돌아와...친근하게 봐 주길"

김윤석"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은 필리핀에서 태어난 사람인데 의대를 나온 사람입니다. 미스 필리핀 출신이기도 합니다" ⓒ 민원기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가정, 장애인 등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김윤석도 <완득이>를 찍으면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해 고민을 했을 법했다.

"정말 돈이 없었을 20대 초반에는 연극 하면서 밥만 먹여주면 땡큐였습니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1년에 연봉이 3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그때는 젊었고, 연극에 대한 열정에 찬 시절이었고, 동료와 함께 모여서 했으니까 외롭지는 않았어요."

"동정은 절대 바라지 않아요. 인간 대 인간으로 평등하게 만나는 것이지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뿐입니다. <완득이>는 '동네가 주는 것', 그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완득이 집, 옆집 아저씨를 부르면 나올 수 있는 그런 풍경 자체 말이죠."

2010년 말에 영화 <황해>로 <추격자>의 영광을 누렸던 나홍진 감독·하정우·김윤석이 다시 뭉쳤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12세 관람가로 돌아온 김윤석이 영화 <완득이>에 거는 기대도 은근히 클 법 하다.

"오랜만에 19금이 아닌 영화로 돌아왔어요. 가족 모두, 친구들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조선족도 아니고, 어떤 무기도 들지 않았어요. 고스란히 분필만 들었습니다(웃음). 관객들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완득이>는 어떤 장르적인 쾌감이 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들이 어우러져서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유아인이라는 배우와 김윤석이라는 배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생각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나옵니다. 큰 이야기들이 숨어 있죠. 그런 것들을 다 느꼈으면 좋겠어요."

김윤석"유아인이라는 배우와 김윤석이라는 배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생각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나옵니다." ⓒ 민원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