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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과 함께 만드는 우리마을 축제"

[현장] 인천 계양구 효성동 1004마을 축제

등록|2011.10.03 17:47 수정|2011.10.03 17:47

▲ 3일 오후, 효성중앙교회 2층 강당에서 열린 주민노래자랑에 참가한 소녀합창단이 율동과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정민


"'효성1004(천사)마을 축제'는 예전 '1004m 김밥만들기'를 통해 한국 기네스 기록을 세운 뜻 깊은 축제입니다. 그 다음해에는 '자전거 한꺼번에 많이 타기 기록'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웃음). 해마다 다양한 행사로 마을사람들이 하나 되기를 소망하는 전통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 해나가겠습니다"

한광수 마을축제 집행위원장(효성중앙교회 부목사)은 가을 마을 축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번 행사를 '즐겁고, 모두가 참여하며, 지역민이 함께 준비하는 마을축제'의 취지로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천사들의 마을 축제

▲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벽화그리기 모습 ⓒ 이정민


▲ 음식나눔 모습 ⓒ 이정민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계양구 효성동 작은 마을.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짖궂은 아침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이미 이곳은 한여름 분위기가 한창이다.

대규모 공장과 아파트 단지 사이로 옹기종기 작은 주택들이 모여사는 이곳은 평소엔 자동차 소음과 공장 매연 등으로 사람의 흔적이 드문 곳이지만, 이날 만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지역민들이 모여 음식도 나눠 먹고 운동회도 하면서 모처럼 사람들의 함성소리로 넘쳐났다.

▲ 아이와 함께하는 포토샾 코너 모습 ⓒ 이정민


오후1시께 찾아간 마을축제 현장. 그곳엔 이미 7층짜리 교회를 마주하고 있는 대규모 공장 담벼락에서 언니, 오빠 손을 잡고 마돈나 등의 유명 연예인 얼굴을 그려넣으며 연신 땀을 훔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고, 그 옆에서 투정을 부리며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고 떼쓰는 어린 아가들의 웃음이 가득찾다. 꼭 시골 5일장터 같은 분위기다.

효성동 마을 중심에 우뚝 자리잡은 효성중앙교회는 개천절 휴일인 3일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올해로 13회째 이어오고 있는 '효성1004마을축제'를 교회 주변 곳곳에서 개최했다.  

이번 마을 축제는 '팔씨름대회''탁구대회''경로잔치''어린이를 위한 메탈베이블레이드 대회''마을 노래자랑''마을 특산품 홍보' 등으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지역 공장인 (주)풍산금속 담장 벽화그리기를 통해 '살고 싶은 우리 동네, 걷고 싶은 마을길' 조성을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 가족과 함께하는 바자회 현장 ⓒ 이정민


이번 축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광수 부담임목사는 "정부나 기관이 나서서 기획하고 동원하는 관주도의 축제가 아닌, 순수하게 민간단체들이 주도하고 마을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모아져 만드는 축제입니다"라며 "모두들 나만 잘 살면 된다고 하는 이 시대에 마을 공동체를 위해 마을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 마을 축제를 열수 있다는 것이 효성동의 자랑일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에 앞서 축사를 전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공동체 정신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요즘, 이웃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을축제가 13회를 거듭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지역 주민은 물론 인천 전체에 있어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며 "지역민 스스로 단합하여 알차고 보람 있게 만들어가는 행사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행사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담임목사는 "이번 행사는 우리교회를 비롯해 덕흥사ㆍ천주교회 등 지역에 자리 잡은 종교단체와 풍산금속·GM대우 등 지역 기업,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사업장에서 십시일반 마련한 후원기금을 모아 행사를 열게 됐다"며 "해마다 연인원 3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해 세대 간·이웃 간의 벽도 허물며 한 자리에서 어울렸다"고 소회를 전했다.

▲ 유명 연예인들의 캐리커쳐 모습을 벽화에 옮긴 모습 ⓒ 이정민


[인터뷰] 정연수 축제 공동위원장 "함께 가는 세상 만들 것"

▲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담임목사이자 '효성1004마을축제' 공동위원장 사진. ⓒ 이정민


-마을축제 추진 배경은?
"효성마을축제는 지난 90년대말, IMF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단절되어가는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효성동이라는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묶기 위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교회의 주민초청체육대회로 시작하였던 행사가 발전해, 이제는 '마을축제준비위원회'라는 마을의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전담기구를 구성해 종교의 색채를 뛰어 넘어 온 마을이 참여하는 지역문화축제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2005년에는 '지방의제21전국대회'에서 마을공동체만들기 시범사례로 꼽혀 환경부장관상을 받았습니다.(웃음)"

-마을 축제의 근본 취지는?
"우리 마을축제는 해마다 '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를 열었는데, 서로간의 막힌 담을 헐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마을 축제의 역사를 설명해주신다면?
"2003년 초기에는 교회 담장 50여미터를 허물고 마을 옛길 어깨동무 걷기대회를 했습니다. 2004년에는 마을의 주요기업인 풍산특수금속의 높은 담장에 예쁜그림그리기대회를, 또 2005년에는 장애인과의 담을 허는 마음으로 '장애인과 함께 마을걷기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엔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과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사랑의 네트워트를 통해 세대 간, 계층 간의 담을 헐었습니다. 이어 2007년에는 1000미터 '한줄김밥만들기'에 도전헤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음해에는 "자전거로 하나 되는 천사(1004)마을"이라는 주제로 자전거 이용자를 확대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하였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한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행복한 마을, 함께 가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각종 문화공연과 효성동 올림픽,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통해서 주민화합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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