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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수 하천서 물고기 떼죽음... 건설사 때문?

주민들, A건설 공사현장 폐수 때문이라고 주장

등록|2011.10.04 10:19 수정|2011.10.04 10:19

죽은 물고기 건져내는 포스코건설 직원들3일 오전 포스코 건설 직원들이 오천읍 갈평리 냉천 상류에서 뜰채 등을 이용해 죽은 버들치를 건져내고 있다. ⓒ 김상현



3일 오전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 갈평리 냉천 상류. A건설사 직원 5~6명이 하천 이곳 저곳에서 뜰채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냈다. 이들은 준비한 봉투에 죽은 물고기를 담아 어디론가 가져갔다. 하천 바닥에는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드문드문 살아있는 물고기와 올챙이도 눈에 띄었지만, 힘없이 뒤집히며 떠내려가기도 했다. 죽은 물고기는 대부분 버들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1급수 지표 어종이다.


이처럼 포항 남구 오천읍 갈평리와 문충리를 따라 오천읍을 통과하는 냉천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포항시청은 뒤늦게 조사에 나섰고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물고기의 떼죽음에 불안해 하고 있다.

하천 오염으로 물고기가 집단폐사하자 당장 인근 시금치 농장의 피해가 우려된다. 냉천 상류의 물을 이용해 시금치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농약 시금치를 재배하는 권혁태(53)씨는 "9일부터 시금치를 출하해야 하는 상황인데 하천수를 이용하지 못해 큰일"이라며 "128(환경오염신고센터)을 통해 신고했지만 포항시 담당 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는 날 나와 보겠다'고 했다. 손정수 시의원이 나서자 그제야 현장에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유속이 느린 곳은 폐수배출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부유물이 퇴적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냉천의 죽은 버들치주민들은 포스코 건설 터널공사 현장의 폐수가 무단 배출돼 하천이 오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상현



인근 농가 주민의 피해와 함께 물고기의 집단폐사 원인을 둘러싸고 주민과 인근 건설현장간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주민 배모(40)씨는 "냉천 상류의 물은 사람이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한 물이다.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광경은 처음 봤다"며 "하천 위 고속도로 터널 공사현장에서 배출한 폐수의 독극물이 유출된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하천 오염의 원인이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10공구, 11공구 현장이라는 것이다.

탁하게 오염된 냉천 상류인근 주민들은 하천 오염이 있기 전에는 바닥까지 훤히 드러날 만큼 깨끗했다고 했다. ⓒ 김상현



반면 A건설 관계자는 "암반 굴착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별도의 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여 폐수를 중화, 응집, 침전 후 방류하고 있다"며 "물고기 죽음의 원인을 농약과 불법 포획 등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장에서 만난 손정수 포항시의원은 "공사 특성상 터널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탁수와 알칼리성 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방류되면 하천 자체는 물론 어류와 농작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A건설과 B건설 측은 원인 규명은 뒷전이고 직원들을 보내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수거하는데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포항시청 이경보 오폐수 담당은 "무단배출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A건설, B건설의 공사현장 2곳과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장소 등 3곳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4일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할 것"이라며 "검사 결과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오염 기준치를 넘어서면 해당 업체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약 10일 뒤에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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