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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짓다 만 병원, 2년간 마음 졸였어요"

[인터뷰] 북한 다녀온 어린이어깨동무 황윤옥 사무총장

등록|2011.10.05 16:16 수정|2011.10.05 17:17

▲ 황윤옥 사무총장을 비롯한 어린이어깨동무 대표단이 건설 중단 2년 만에 찾은 남포소아병원. 병원쪽에서는 문틀에 나무문을 끼워 사용하고 있었다.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문틀은 있는데 문이 없었어요. 창틀은 있는데 창이 없어요. 문과 창을 끼워 넣으면 되는데, 지원중단 사태를 맞은 거예요. 2년 만에 가보니 자구책으로, 나무문을 달아서 임시로 쓰고 있더라고요."

북한 어린이 지원 민간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의 황윤옥(48) 사무총장이 지난 8월 10~13일과 9월 17~20일, 두 차례 북한에 다녀왔다. 7월에 통일부가 대북지원을 승인한 뒤 지원한 물품이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가 지원해온 평양, 남포, 장교리 등의 병원도 방문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 2년 만에 다시 북한땅을 밟은 셈이다. 건설 도중에 지원이 중단된 남포소아병원은 2008년 신축 이래, 뼈대만 세워진 상태에서 2년간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 황 사무총장은 북한이 일부 마감공사를 해서 병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병원을 짓다 말아서 2년간 마음을 졸였죠. 이번에 북한에 가보니 남한에서 지원하다가 중단된 건물, 사업 등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짓다만 건물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요? 마무리라도 하면 좋았을 걸…."

어린이어깨동무는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대등한 어깨동무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북한 어린이에게 영양개선과 의료지원을 하는 대북협력사업과 남한 어린이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는 평화교육문화사업이다.

"북한 의료진, 헌신성 최고인데 의약품 지원 필요"   

▲ 병원의 약품상태를 점검하는 어린이어깨동무 대표단.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어린이어깨동무는 1차 병원인 장교리 인민병원, 2차 군병원인 평양 어깨동무어린이병원, 3차 도병원인 남포소아병원 입원병동, 4차 종합병원인 평양의대 어린이어깨동무 소아병동 등 1차부터 4차까지 4개 의료기관을 건설했고 계속 지원을 하고 있다. 그 중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만든 평양의대 어깨동무소아병동은 북한에서 수준급 의료기관으로 꼽힌다.

그는 북한 의료진들의 손기술과 환자에 대한 헌신성이 최고라고 했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여서 의사들이 가정으로 찾아가 문진과 가벼운 청진을 하는 예방의학이 발달했다. 북한 아이들은 설사나 폐렴 등에 잘 걸려 항생제를 비롯한 기초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3살 미만 아이들이 살고 있는 육아원을 방문했는데 한 아이가 기어와 와락 안기더라고요. 너무나 예쁜데 작고 가벼웠어요."

▲ 북한 어린이를 안고 있는 황윤옥 사무총장.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어깨동무는 영양이 부족한 북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콩우유(두유)를 공급하고 있다. 평양과 원산, 강남군 등에 콩우유공장을 건설했고, 설비와 원료를 지원했다. 콩우유는 북한에서도 호응이 좋다. 콩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생산하면 바로 인근지역으로 배급돼 전용될 가능성도 별로 없다. 하지만 최근 2년새, 콩을 지원하지 못해 콩우유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긴장 완화책

"아프리카에 굶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지원할 때, 그 나라의 정치적 사정도 고려해가면서 지원하던가요?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하거든요. 인도적 지원을 통해 정치적 탈출구를 모색할 수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인도적 지원사업이 영향을 받는 게 안타깝습니다.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5.24 대북제재 조치'로 모든 대북지원이 전면 중단되었다. '5.24 대북제재 조치' 내용 중 '대북 수해지원이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여러 관련 규정에 걸려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이번 지원물품에도 밀가루만 허용됐다. 밀가루에 섞을 콩가루와 영양소도 보내지 못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이번 9월 취임하면서 "북한과 원칙을 지키되 대화채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방북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연하게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사무총장은 "남북관계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인도적 지원사업이 바로 유연성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분야"라고 덧붙였다.

오는 25일 '남포 소아병원 후원의 밤' 행사

"우리나라 지도를 그릴 때 북한을 빼놓고 반쪽짜리 한반도를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레 토끼, 호랑이 모양 등으로 한반도를 그리죠. 하지만 우리 의식 속에는 북한을 뺀 남한만이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죠."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세대들이 북한에 대한 이해나 정보 자체가 없어서 타국보다 못한 곳으로 의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황 사무총장은 "영원히 등 돌리고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같다"며 특히 청년들의 무관심을 아쉬워했다.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연결된 사회와 세계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것이 곧 사회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경쟁력 아니겠어요?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현실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20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어깨동무는 10월 25일 남포 소아병원 지원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 '다시, 안녕? 친구야!'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이 만든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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