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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면회 외박요? 체력테스트에 합격해야 해요"

대한민국 군대, 제가 군대에 있을 때와는 많이 바뀌었네요

등록|2011.10.06 14:53 수정|2011.10.06 14:53

.정기휴가의 귀대를 앞두고 십 수 년 전의 선생님을 찾아온 권상병. ⓒ 이안수


어제 오후, 제대가 100일 남았다는 군인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권영진(가명) 상병이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막 돌아오신 소엽선생님과 함께 온 젊은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엽선생님께 서예를 배웠던 인연을 이 젊은이는 청년이 된 지금도 스승으로 섬기는 도리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역이 100일 밖에 남지않았다면 이제 거의 내무반에서 제왕에 가까운 직위를 누리고 있겠구나?"

저는 잠시 제 군생활의 기억을 떠올리며 덕담을 건넸습니다.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의외의 대답에 궁금증이 동해 다시 물었습니다.

- 대한민국의 군대문화에 혁명이라도 있었나?
"지금은 이등병을 '이등별'이라고 합니다. 내무반에서 장군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 이등별이라니?
"이등병은 아직 군생활의 분위기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선임이 나무라면 바로 '소원수리(군에서 건의사항이나 고충, 애로, 부당함을 무기명 서면으로 적어 내는 제도)'에 그대로 쓰요. 그러면 해당 선임은 영창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오히려 이등병의 눈치를 봐야해요."

- 예전에도 소원수리라는 것은 있었다만 군대생활이라는 것이 당연히 그런 것으로 각오했기 때문에 삭이고 참았지 조직 속에서 받는 고통을 마음 그대로 쓰지는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군생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구나?
"이등병은 이등별이라고 하지만 일병은 '일만 하는 병X'이라고 해요. 어느 정도 군대라는 것을 알게 되니 이등병처럼 소원수리에 사소한 것까지 쓸 수도 없고……. 상병과 병장은 정말 불쌍합니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함께 화장실뒤에 가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위로하면서 화를 가라앉혀요. 그래서 상병이나 병장은 후임의 눈치를 보면서 몸조심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군복무기간이 많이 줄어서 권 상병의 경우 22개월이라고 했습니다. 점차적으로 더 줄어서 현역병 군복무기간이 18개월이 된다는 군요.

이등병 6개월, 일병 6개월, 상병 8개월, 병장 2개월의 복무기간에 100일 휴가 4박5일, 1차와 2차 정기휴가 9박10일, 3차 정기휴가가 8박9일로 전체적은 계급간 군생활기간이 짧아진 관계로 36개월씩 군생활을 하던 때와 사병간의 관계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갖은 선임 수발로 겨울이면 손이 트던 이등병, 무소불위의 직위를 누리던 병장의 시절은 이제 그 시절을 겪었던 노병의 흐릿한 기억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휴일에 애인이 오면 외박은 나갈 수 있나?
"부모님이 오시면 바로 나갈 수 있고요, 애인이 오면 체력테스트에서 합격한 사람만 나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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