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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촉하는 교섭대표 "우린 너무 늦다"

[현장] 외통부 정례브리핑 나선 최석영 "내년 1월 발효 기대"

등록|2011.10.06 18:49 수정|2011.10.06 20:05
"우리가 매우 늦은 상황이다. 미국은 하원과 상원에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조기 비준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교섭대표. ⓒ 유성호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정례브리핑장. 최근 급물살을 타고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가 직접 나섰다. 최 대표는 1시간여 동안 한미FTA의 미국내 처리 과정과 국내 비준 절차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매우 늦다"는 것이다. 아예 내년 1월 한미FTA가 발효돼야 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조기 비준위해 행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야당인 민주당이 요구해 온 미국과의 '재재협상'안에 대해선, 몇차례에 걸쳐 "비논리적", "비현실적"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거부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한미FTA의 협정문 가운데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등에 대해, 여야간 절충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절충안은 일부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별도의 협상이 아닌, FTA 발효이후 후속 논의를 하겠다는 '근거'를 남겨 놓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정부로선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국회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면서 딱 잘라 말했다.

교섭대표 "11월 법 개정, 내년 1월 발효 기대"

그는 이날 한미FTA의 미국쪽 동향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재 일정대로 가면, 다음주 중에 (한미FTA) 이행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할 것"이라며 "이후 남은 일정은 상원 통과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민주당 상원대표가 10월 회기 종료이전에 처리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럴경우 이번달 21일 이전에 상원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각에선 빠르면 다음주 중에 상하원 모두 처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준안 미 의회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 미국 방문과 관련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대통령 방미 이전에 처리할수 있도록 미국쪽에서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음주 하원 통과는 확실하고, 상원의 경우 빠르면 다음주에도 처리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국내 비준 절차에 대해 "매우 늦은 상황"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이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국내법 재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시기적으로 한달이상 절차가 늦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한미FTA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면서 "내년 1월1일 발효를 기대하고 있으며, 소모적인 논쟁이나 정치쟁점화는 지양하고, 조기 비준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4년 넘게 끌면서 이익 챙겨온 미국, 그동안 우린 뭐했나

최 대표는 그동안 야당과 언론 등에서 지적해 온 협정의 불평등과 독소조항 논란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오도하고, 양국 법 체계를 잘못 이해해서 나온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놓은 FTA 경제적 효과와 무역자유화를 통한 공동이익 추구 등 기존 정부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미 정부의 경제적 효과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지난해 12월 미국쪽의 일방적인 자동차 재협상 등으로 이익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보수쪽 학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또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이날 오후 대규모 반대집회에 나서는 등 국내 반발이 거세지는 것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애써 외면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무역 자유화를 통해 피해를 보는 업종은 어쩔 수 없으며, 정부 차원의 대책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2007년 6월 한미간 FTA 협상 타결 이후 4년이 훌쩍 지나오면서, 미국은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준안 처리를 미뤄왔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협정문의 점 하나도 못 고친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노동, 환경 분야 재협상에 이어, 자신들의 지지층인 노조를 위해 자동차 분야까지 재협상을 요구해, 이익을 끝내 관철시켰다. 또 자신들의 지지계층인 전미 자동차 노조 등을 위해 별도의 지원법안까지 만들어, 의회통과까지 진행시켰다.

반면 우리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사실상 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협정문에서 수백개의 번역 오류가 나와 망신을 사더니,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재재협상' 요구에 대해선 아예 미국에 제대로 이야기 한번 못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막아섰다. 최근 미국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비밀전문을 보면, 우리 통상관료들이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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