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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팔당농민과의 약속 잊지 않으셨죠?

팔당공대위, 이명박 대통령 공개초청 기자회견 열어

등록|2011.10.07 18:07 수정|2011.10.07 18:07

▲ 7일 오전, 팔당공대위가 명동성당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 공개초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 노동세상


'이명박 대통령, 팔당농민과 약속을 잊으셨나요?'

7일 오전, 명동성당 입구 계단을 차지한 20여 명이 손에 든 피켓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경기 팔당 유기농단지를 2년 반 넘게 지켜온 '농지보전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이하 팔당공대위) 소속 농민과 종교인들로 이날 '이명박 대통령 두물머리 공개초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오전 자전거도로 개통식 참석차 팔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회를 맡은 농민, 서규섭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2007년 9월, 두물머리를 방문해 농민들과 함께 상추를 따고 경운기로 거름을 나르면서 '규제지역이라고 무조건 못하게만 해서는 안 된다, 팔당을 더욱 지원해서 유기농을 잘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후 2년도 안 돼 30년 넘게 유기농사를 지어온 단지를 철거하고 자전거도로와 공원으로 만드는 4대강사업을 발표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했다.

박원순 "아무리 좋은 자전거길도, 자연 못 당해내"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팔당공대위 농민들이 선물한 두물머리 대안모델인 '유기농 생태체험 마을' 조감도에 '함께하는 삶'이라고 쓰고 있다. ⓒ 노동세상


정진석 추기경 예방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기농단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지발언을 했다.

"저는 어떤 것도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는 경기도민과 서울시민들한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식량의 기반시설, 본부라고 생각해 왔다. 팔당은 서울시 관내는 아니지만 결국 이 물이 한강으로 흘러내려오고 또 여기서 생산되는 먹거리들은 서울시민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자전거길도, 인공은 자연을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의 지지발언에 이어 팔당공대위 농민들은 수질, 농업, 생태교육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대안모델인 '유기농 생태체험 마을' 조감도와 대안모델을 형상화한 붓그림을 박 후보에게 선물했다. 박 후보는 이에 조감도에 '함께하는 삶'이라고 썼다.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조해붕 신부는 "유기농사, 생명의 소중함을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 또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라며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보전하고 생명의 가치대로 살아가려는 움직임이 작은 움직임이라는 것에 안타깝다, 이 의미를 잊지 않도록 계속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는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600일 가까이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하고 있고 조해붕 신부는 최근 거처와 주민등록까지 두물머리로 옮겼다. 반면 김문수 지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기농이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오염시킨다",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님, 제발 두물머리 농민들 다시 만나주세요"

▲ 팔당공대위 소속 농민이 2007년 후보시절 방문한 유기농단지를 다시 방문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초대장을 들고 있다. ⓒ 노동세상


이에 대해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팔당에서 개최된 '제17차 경기팔당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열린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총회는 선언문을 통해 "유럽에서는 식수로 사용하는 취수지에서 수질보호를 위해 유기농을 지원하고, 유기농이 공원보다 수질에 유익하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명시하기도 했다. 김문수 지사는 이 대회 조직위원장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끝순서로 유영훈 팔당공대위 위원장은 8일 팔당을 찾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초청장을 낭독했다.

"당신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저희들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20일 넘게 밥을 굶어도 보았고,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팔당에서 서울까지 걸어도 보았습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또 절규하였습니다. … 오는 8일에 팔당을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두물머리 입구에서 '남한강 자전거 길' 개통행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2007년 9월 22일 당신이 방문하셨던 두물머리 유기농가가 불과 1Km도 되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해주십시오. 제발 두물머리 농민들을 다시 한번 만나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히 호소하며 공개 초청장을 드립니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자존심에 상처받고 억울하게 눈물 흘려온 선량한 농민들을 만나주십시오. 함께 상추 따며 웃던 농민들이 무참히 쫓겨나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아니면 그날의 약속을 잊으셨는지,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8일,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후보시절 방문했던 농민들의 바람처럼 두물머리를 다시 방문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세계유기농대회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세 번째 강제철거 계고장을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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