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몰레드 한판 붙자"... LG도 잡스처럼?
LG전자, 옵티머스 LTE '디스플레이'로 차별화... 삼성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
▲ LG전자는 10일 오전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옵티머스 LTE 쇼케이스에서 IPS 디스플레이 차별성을 강조했다. ⓒ 김시연
"스마트폰 쇼케이스야, 디스플레이 쇼케이스야?"
스마트폰 경쟁에서 삼성에 뒤졌던 LG가 3D TV에 이어 또 다시 '디스플레이' 기술로 싸움을 걸었다. LG전자는 10일 오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취재진과 파워블로거 100여 명을 불러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주인공은 스마트폰이 아닌 액정화면, 디스플레이 기술 자체였다.
3D TV 이어 스마트폰도 디스플레이 경쟁?
LG전자는 이날 발표한 옵티머스 LTE에 세계 최초로 4.5인치 AH-IPS(Advanced High Performance-In Plane Switching) True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며, 삼성 아몰레드(AM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와 직접 비교 시연했다.
단막극 형태로 진행된 프로그램 내용 역시 디스플레이의 색 정확성, 소비전력, 해상도, 선명도 등에서 IPS가 아몰레드보다 우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장 입구에선 참가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색 정확도와 해상도를 평가받기도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IPS Ture HD(해상도 1280×720)의 압도적 승리. 하지만 삼성에서 최근 '갤럭시S2 HD LTE'에 처음 적용한 'HD 슈퍼 아몰레드(1280×720)'가 아닌 구형 WVGA(800×480) 아몰레드와 비교한 결과였다.
기자간담회 역시 LG전자 임원 없이 LG디스플레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모바일/OLED본부장(부사장)은 "스티브 잡스와 최근 킨들 파이어를 발표한 아마존 CEO도 IPS를 극찬했다"면서 "우리도 OLED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말 OLED 추가 투자 결정시 IPS가 더 강점이 있다고 판단해 IPS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LG디스플레이가 가장 내세운 건 해상도와 색 정확성, 소비전력이다. IPS는 1인치당 픽셀수(ppi)가 300ppi 이상 구현하기 쉬워 옵티머스LTE는 329ppi에 달하지만 OLED는 증착 방식 특성상 230ppi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IPS는 방송기기 색상 표준인 sRGB 기준을 100% 맞춰 자연색에 가까운 반면 아몰레드는 150% 정도로 색상이 과장돼 눈 피로나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아몰레드는 자체 발광하는 기술 특성상 흰색 바탕에서 IPS보다 소모 전력이 2.5배 많고 발열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갤럭시S 스마트폰 위에서 버터를 녹이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 LG전자는 10일 오전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옵티머스 LTE 쇼케이스에서 IPS 디스플레이 차별성을 강조했다. 색 정확성 비교에서 아몰레드(왼쪽)가 IPS에 비해 붉은색이 더 강조돼 보인다. ⓒ 김시연
LG "아몰레드 마케팅 부정직" vs. 삼성 "소비자가 선택한 것"
김원 LG디스플레이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이익을 줘야지 왜곡된 가치 전달은 정직하지 않다"면서 "아몰레드가 전략 마케팅 관점에서 천문학적 마케팅비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정직하고 착한 마케팅을 하겠다"면서 삼성전자의 아몰레드 마케팅을 깎아내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LG쪽 의도대로 대결 구도로 비치는 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면서 "양사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간 이슈여서 삼성전자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LG전자가 2009년 HD LCD 방식의 뉴초콜릿폰을 내놓으면서 삼성 아몰레드 방식을 공격했던 일을 상기시킨 뒤 "지금 누가 HD LCD 방식을 기억하느냐"면서 "결국 시장에서 평가할 문제"라고 맞섰다.
LG전자는 올해 초 3D TV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셔터 안경 방식에 맞서 편광안경 방식으로 기술 논쟁을 키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삼성은 진짜 풀HD는 자신들뿐이라며 화질을 내세웠지만 3D 안경 대중화를 앞세운 LG전자의 물량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10일 오전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디스플레이에 밀려 조연으로 전락한 옵티머스 LTE 스마프폰(왼쪽이 SKT, 오른쪽이 LGU+ 출시 모델). ⓒ 김시연
애플-HTC도 IPS... 디스플레이만으로 차별화 어려워
이날 '보조 참가자'로 전락한 LG전자 한 관계자는 "옵티머스 LTE는 LTE 속도, 듀얼코어 1.5GHz, 800만 화소 카메라, 진저브레드 등 다른 사양들은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로 차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에도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삼성 아몰레드 스마트폰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지만 3D TV 시장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우선 IPS 디스플레이가 아몰레드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값싼 3D 안경'처럼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또 디스플레이 사양이 절대적인 TV와 달리 스마트폰은 사용자 경험(UX)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비교 포인트가 다양하다.
디스플레이 우위 만으로 경쟁사 제품을 압도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이미 애플 아이폰4S, HTC 레이더4G 등도 IPS 방식을 채택했다. IPS와 아몰레드 비교 자체도 새롭지 않다. 이미 지난해 6월 애플이 IPS 방식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아이폰4를 발표한 뒤 삼성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한바탕 비교 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나영배 LG전자 MC사업본부 한국담당 전무는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좋은 LTE 스마트폰이 나왔으니 잘 될 것"이라면서 "그룹 역량을 총집결해 LTE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폰-안드로이드 경쟁 구도 속에서 좋은 스마트폰 기준이 꼭 화려한 '스펙'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싸거나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LG의 디스플레이 차별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1년 전 스티브 잡스가 설명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방식임에도 이날 'AH-IPS TRUE HD'는 그 낯선 용어 만큼이나 어려웠다.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는 레티나를 자랑하느라 아이폰4 자체를 죽이는 무리수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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