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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대합창에 희망제작창이 하나 되었다

[정치풍자소설 '대권무림' 36화] 에피소드4 - 묵언의 바다, 백성들의 소리 없는 외침

등록|2011.10.11 18:24 수정|2011.10.11 18:24
육감몸매만들기 전당과 활동사진골프장, 그리고 역사박물관에 사람이 붐볐다. 영(靈)과 육(肉)이 협동조합으로 정련된 호흡을 완성한 기틀 아래 유용한 즐거움을 가져야 무공도 한층 진일보한다. 바람직한 환경의 조건에서 감각적인 민족을 느끼며 수련하는 젊은 무도인들의 정치 무림으로의 진출 러시는, 바야흐로 새로운 가치 창조와 효율성 짙은 진취성으로 사회적인 여러 제약 따위는 거뜬히 물리치며 전반적인 무림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무공해 청정 지역, 자연 삼림에 뒤 덮인 깊은 산사에서 두문불출하며 도력을 확장하던 방식이 기존 무림협객들의 수련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육감몸매만들기 전당(헬스클럽)에서 골근육을 최대한 강화시키고, 활동사진 전용골프장(스크린골프장)에서 스킨십으로 '대화진공법'을 내장하며 자신의 창의적인 무술을 역사박물관의 유물보전센터로 보낼 준비를 하는 식이새로운 젊은 무림인들의 수련 방법이었다.

근육 강화제를 투약하며 다가올 성전을 준비하고, 다양한 종교에도 손쉽게 적응하는 완벽한 몸과 정신을 배양하여 자신의 몸 안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현대인의 고질병, 스트레스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 단계 한 단계씩 비기가 성취되는 것이다. 디오니소스적 해방 산행의 묘미를 정치 무림에서도 터득하려는 젊음 특유의 즐기자표 수련이 만개하는 가운데 세상을 발견해 가는 그네들의 진지함이 드디어 대한민주무림대국이라는 거대한 강호를 가을바람의 황량한 서걱거림으로 안내하려는 과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일도양단(一刀兩斷), 고양된 정신으로 무공의 외연을 확장하며 생산적인 즐거움까지 맛보는 기술은 아주 좋은 것이다. '정신이 일도면 하사가 불성이다.' 무릇 머리를 맑게 한 연후에 재련하는 튼튼하게 고양된 육체의 힘은 정해 놓고 달려가는 성공의 바로미터를 위한 여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과목일지도 모른다.

육체의 고통스런 단련을 통하여 정신적 자아 일체감에 도달하려는 욕구는, 영적인 길로 가려하는 수도자들의 인격향상과 도덕 함양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길이다. 정치 무림으로 가는 길에 올바른 정의는 없지만 자기 통제가 가능하지 않은 얼치기 무림인에게 정치 무림의 길은 가시밭길이어야 한다.

범야 무림 서울특별공국 맹주 예비 비무 대회가 치러진 장충체련방의 아침에서 저녁까지 하루해는 음영을 달리하며 서울 하늘을 달렸다. 깨끗한 일합으로 단련한 각종 무예의 깊이를 관장한 두 후보의 예비 비무는 결국 재야 무림인들의 승리로 이어졌고, 정년이 다가온 현실 정치 무림계에 불임(不姙)을 선언하였다.

무림의회 진출 이후 성장한 내공을 바탕으로 '박 대 박 좋아'를 외치며 성장을 견인하던 꼬장미령 영선 구로나발진공이 맹주인 학규공자의 '칩거생활권'의 거대한 폭풍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림 질서의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이른 바 '시민의 합창권'을 개발한 무념무상 원순희망제작창의 평화스러운 지휘에 여린 창끝을 내린 거였다.

"제가 졌습니다. 무념무상공. 공의 신출귀몰한 '희망주사권'은 마치 허공을 부유하는 나비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연상시켰습니다. 그 나비권이 제 어깨를 가벼이 스치기만 했는데 제 몸의 공력은 그 순간 기를 잃었습니다.

치명을 선사할 수도 있었는데, 성성한 몸으로 새로운 도력을 쌓게 도와주신 무념무상공, 고마워요. 당신과의 아름다운 일합(一合)은 나에겐 성전이었습니다."

꼬장미령의 진취적인 탐구의 자세와 상대의 급소에 일격을 가할 줄 아는 '독심극파견술'은 대단한 것이었으나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결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엉덩이의 꼬리뼈가 우리 조상들인 원시인들이 달고 있던 꼬리가 진화를 거듭하여 사라진 후에 남은 흔적인 것처럼, 과감한 도전을 통하여 장착되는 현실감각은 그녀의 무술 수련에는 새로운 응전의 질서를 부여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원순희망제작창은 승자와 패자의 사이로서가 아닌 마치 오누이 같은 동반가객의 입장에서 그녀의 손을 가볍게 들어주며 소박한 눈길을 그윽하게 날렸다.

"아니요, 꼬장미령. 변방에 우짖는 새로서의 나, 마치 고풍스런 취향의 낡은 가구들이 현대 예술 건축의 내장을 차지하면 더 어울리듯이 나 이 사람 비록 못나고 낡아 보이는 목재 가구지만, 시민의 양심으로 쓸고 닦아온 삼신당에는 언제나 질 좋은 쌀과 기름기가 흥건했소.

맵시 가득하고 피동피동한 기득권과 구시대의 유물인 엉터리 보수권의 소유자들이 잔디 깎는 기계로 정원을 손질하며 형이하학적인 교향곡에 심취하여 있을 때, 이 희망제작창 낡은 풍금을 두드리며 '아침이슬'을 불렀어요.

꼬장미령과의 일합은 정녕 아름다운 대련이었고, 그대의 탄력 있는 봉술이 어깨에 닿을 때는 마치 질감 좋은 비단이 망망대해를 헤쳐 나온 거칠어진 나의 육체를 위무하며 우주의 맑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느낌이었소.

꼬장미령, 정녕 고맙고 또 고맙구려. 나 자신 결코 인간적으로 우등생은 아니지만 윤리의 근본이 백성과 무림인의 절대선善임은 익히 아는 바, 반드시 승리하여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합창에 영양을 선사하겠소."

깊어가는 가을의 선율이 베토벤의 대합창을 연주하며 단풍잎을 물들일 즈음, 학규공자의 처진 두 어깨가 마치 석양의 노을처럼 짙게 깔리던 장충체련방의 돔 지붕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뒤이어 벌어진 맹주 사퇴와 재등극의 과정은 결코 무림인의 자세에 견주어보면 모양세가 좋지 않았고, 순탄하지 못한 앞날을 예감하며 그의 최대 무림 비권인 '칩거생활권'의 수정을 요구했다.

어느 햇살 좋고 청명한 날, 추고마비의 지절이 천고마비의 계절과 아악에 맞춰 춤사위를 날리는 서울의 바람을 맞으며, 무림 언론인들의 수련 모임인 '관훈논객정'에서의 혹독한 검증을 뒤로하고 무림방송국에서 실시하는 서울특별공국 맹주 보궐 선출대회의 나발통정의 자리, 일명 구강토설장(口江討說場)을 위하여 방송국으로 달려가는 원조모모 경원미모령과 무념무상 원순희망제작창의 인력거에는 벌써 익어 떨어지는 서울특별공국 가로수의 낙엽이 마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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