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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의원 주장은 일본이 좋아할 얘기"

사할린 강제징용자 유족회장 "사과 안하면 1인 시위"... 박원순 후보 측도 사과 요구

등록|2011.10.11 20:47 수정|2011.10.18 13:38

▲ '음주방송'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직을 사퇴한 신지호 의원이 11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앞서 "부주의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할아버지가 제가 17살 되던 때, 블라디보스톡 소인이 찍힌 편지봉투를 주면서, '이게 니 아버지다' 하셨다. 그걸 갖고 아직도 사할린을 돌아다닌다. 유해라도 모시려고…. 의원들에게 이런 문제 해결해 달라고 청원 넣고 있는 중에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 신지호 의원 발언 때문이었다."

신윤순(68) 사할린 강제징용자 국내유족 회장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의 병역 논란을 공격하기 위해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자 중 일부를 '자발적 징용자'로 바꿔 버린,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분노였다.

신 회장은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신 의원이 정치 공세를 위해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헤집었다"고 비판했다. 또 충분한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면 신 회장 혼자라도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 회장은 신지호 의원실을 직접 방문,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사할린 강제징용자 유족회장 "신지호, 충분한 해명과 사과 내놓아야"

신 회장은 "신 의원을 직접 보고 이번 문제에 대해 항의하려고 했지만 자리에 없어 보좌관과 면담을 했다"며 "이번 일에 대한 해명과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사할린 한인지원 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던 중, 유족 중 한 분에게 전화를 받고 신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알게 됐다"며 "(신 의원의 주장은) 일본이 좋아할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 의원 측은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폄하하려 한 게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당시 발부되지 않았다고 하는 '징용영서(영장)'를 받았다고 해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신 의원 측 주장은) 70년 전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던 자신의 아버지도 1943년 3월경 영서가 아닌 동원 '쪽지'를 받고 도피를 시도했다가 "보름간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폭행을 당하고 같은 해 10월경 다시 '쪽지'를 받고 동원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당시 면서기가 이름 석 자 적힌 '쪽지'를 들고 와 동원을 하거나, 길거리에 가던 사람을 잡아다가 동원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명부를 대조해 문서를 작성하는 지금과 완전히 개념이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징용영서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불분명하지만 그런 말 자체가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며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타국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 회장은 또 신 의원 측이 이와 관련한 해명이나 사과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혼자라도 지역구 사무실 등에 가서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며 "사할린 유족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에 편승할 수 있나"

이처럼 신 의원의 '역사 왜곡' 발언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공식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박원순 후보 측도 "신 의원은 박원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네거티브에 몰두하다 역사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했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박원순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신 의원이 몸담았던 뉴라이트 연합에서 채택을 지원했던 교과서에서조차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징용은 1938년부터 시작됐다고 기술돼 있다"고 꼬집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신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안' 2조 3항에 보면 지원대상자의 범위를 1938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박 후보를 공격할 목적으로 자신이 낸 법안의 문안 내용조차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신 의원이 말한 '자발적 징용' 운운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이라며 "어떻게 일국의 국회의원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에 편승하여 강제 징용된 사실들을 자발적 징용으로 둔갑시킬 수 있냐, 신 의원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도 공식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과 신 의원은 불행한 과거사를 감내하신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신 의원의 발언은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돼 갖은 고초를 겪었던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을 욕되게 하고,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발 중의 망발"이라며 "이처럼 악의적인 역사 왜곡으로 박원순 후보와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신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는 강제동원된 것이 아니라 기업체의 모집에 응했다"며 "1941년 할아버지에게 징용영서이 날아오자 작은 할아버지가 그를 대신해 사할린으로 강제동원 됐다"던 박 후보 측의 설명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실제 일제의 조선인 인력 동원은 기업체 모집(1939~1941년), 조선총독부 알선(1942~1943년), 영서에 의한 징용(1944~1945년)의 3단계로 진행됐다는 것이 관련 학계의 정설"이라며 "(박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갔을 수는 있으나 이는 모집에 응해서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1944년 이전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자발적 징용자'로 몰아세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1938년 4월 이후 모집, 알선, 국민징용 모두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고 신 의원이 공동발의한 관련 법령에서도 '1938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에 동원된 이'들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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