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와 전라도 '붕어찜' 대결, 결과는?
경상도 음식 맛 없다는 것 '옛말'... 이젠 '맛'도 평준화
▲ 가을 보양식 붕어찜입니다. ⓒ 임현철
여행이 생활화된 요즘 놀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맛도 지역별 차이가 컸습니다. 근데 요즘에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는 빈번한 교류와 음식에 대한 연구노력이 쌓인 결과일 것입니다.
최근 붕어찜 먹을 기회가 연거푸 생겼습니다. 경남 합천과 전남 여수서 유명한 음식점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요거 재미삼아 배틀을 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물론 음식점은 죽을 맛이겠지만.
경남 합천에 있는 A가든과 전남 여수의 B식당입니다. 이 두 곳은 즐겨 찾는 마니아들이 꽤 있는 관계로 조심스럽습니다만, 제 취향대로 맛에 대한 품평을 해 보겠습니다.
그럼 경상도와 전라도 붕어찜 맛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 경남 합천에서 먹은 붕어찜입니다. ⓒ 임현철
▲ 전남 여수에서 먹은 붕어찜입니다. ⓒ 임현철
위치는 두 곳 다 시내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이 꽤 많더군요. 그만큼 맛을 찾아다니는 분들에게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먼저 가격부터 비교해 보겠습니다. 경남 합천 A가든은 대·중·소로 나뉘어 있었고, 4인이 3만 5000원 대짜를 먹었습니다. 전남 여수 B식당은 1인에 1만 2000원으로 팔더군요. 4인이면 4만 8000원으로 B식당이 비쌌습니다.
밑반찬은 합천 A가든이 오이무침, 어묵, 열무김치, 배추김치, 고추 양파 장아찌, 깍두기 등 6가지였습니다. 여수 B식당은 배추김치, 갈치젓, 도라지 무침, 열무김치, 호박나물, 콩나물, 고주 장아찌, 오이무침, 파김치, 무 채김치, 호박전, 깻잎 장아찌, 묵, 야채 쌈 등 14가지였습니다.
전라도 음식은 푸짐하다더니 밑반찬만 봐도 알겠더군요. 반찬 맛이 둘 다 게미('맛'의 전라도 사투리)가 있었습니다.
▲ 경남 합천 붕어찜은 밑반찬이 6가지였습니다. ⓒ 임현철
▲ 여수 붕어찜 밑반찬입니다. ⓒ 임현철
붕어 크기는 두 곳 다 40cm 내외였습니다. 붕어찜에 넣는 재료는 A가든이 콩나물, 시래기, 무 등 야채와 수제비를 첨가해 국물 맛을 냈더군요. 반면 B식당은 부추, 버섯, 시래기, 무 등 야채와 함께 새우, 참게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얼큰하기로는 A가든이, 시원하기로는 B식당이 앞섰습니다. 국물 맛은 두 곳 다 아주 진했습니다. 붕어찜 요리를 좌우하는 흙냄새는 두 곳 모두 없었습니다. 또한 붕어의 식감도 살았었습니다.
맛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었습니다. 다만, 참게 새우보다 콩나물과 수제비를 넣은 게 원재료인 붕어찜의 맛을 살렸습니다. 하여, 저는 시원함 보다는 얼큰함을 더 치는 취향 상 합천의 유성가든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 그건 옛말인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맛의 평균화가 많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맛집을 자주 가는 사람으로서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 합천 A가든의 붕어찜은 콩나물과 수제비가 들어 있었습니다. ⓒ 임현철
▲ 붕어 식감은 양쪽 다 좋았습니다. ⓒ 임현철
▲ 여수 B식당 붕어찜에는 참게와 새우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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