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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하며 '생각 한 뜸' 어때요"

안성 쌍지골 회계사가 낸 책 <차 한 잔 생각 한 뜸>

등록|2011.10.13 10:02 수정|2011.10.13 10:02
경상북도 포항에 '시골의사 박경철'이 있다면 경기도 안성엔 '쌍지골 회계사 정재흠'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을까. 부제가 '쌍지골 회계사의 고즈넉한 세상 이야기'다. 안성 고삼면 쌍지골에서 만난 백로와 고삼호수에 매료된 정재흠 회계사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름 하여 <차 한 잔 생각 한 뜸>(푸른사상사).

정재흠지난 11일 안성 시내에 있는 그의 회계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 수입 전액을 그가 일구어 가는 청소년의 세상 '꿈퍼나눔마을'의 기금으로 쓴다고 밝혔다. 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그렇다고 이 책 서문에서도 밝혔다. ⓒ 송상호



정재흠, 그의 직업이 회계사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회계사란 타인의 위촉에 의하여 회계에 관한 감사·감정·증명·계산·정리·입안 또는 법인설립에 관한 회계와 세무대리를 직무로 하는 자.'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본을 다스리는 직업'이다. 깨 놓고 '돈을 다스려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꽤나 괜찮은 직업 중 하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엔 아쉬움이 없는 직업이다.

그런데도 21세기 현대에 살면서 그는 뭔가가 아쉽고 허전하고 고민되었나 보다. 그는 이 책 군데군데에서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선 안 된다는 진한 고뇌를 풀어낸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만 하고, 세게 꾸짖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차 한 잔 마시며 생각해보자는 권유라고나 할까.

이 책에서 그는 세상을 향해 "빨리빨리 콤플렉스, 고 부가가치 콤플렉스에 걸신들린 듯한 자본경제가 그렇다(62쪽)"라고 쏘아 붙이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것들이 잘 돌아가야 자기 자신의 직업이 빛나고 돈벌이도 될 텐데 말이다.

쌍지골에 돌아온 백로를 보면서 생태계의 회복을 생각하고, 잔잔한 고삼 호수를 보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가 즐겨 쓰는 단어가 가마솥, 백로, 호수, 차 등이다. 특히 정성을 다해 덖어야 되는 차, 마실 때도 우려내고 우려내야 제 맛을 내는 차의 매력에 대해 상당 부분 지면을 할애한다. 그는 어지간히 천천히 생각하며 살고 싶은가 보다.

그는 또한 이 책에서 양극화 문제를 놓고 고민한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고용은 왜 줄고 있는 지에 대한 성찰을 내놓는다. 이 책에서 그가 인용한 "아직도 제조업을 하고 계십니까, 당신은 진정 애국자입니다(93쪽)"란 말은 그가 제시하는 사회상이다. 그는 회계사의 눈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맹점들을 군데군데 해부하기도 한다.

이 책은 1막에서 '자연과 인간과의 교응'으로부터 화두를 꺼낸다. 자신이 안성에 와서 만난 자연 즉, 안성 고삼호수와 백로 등의 이야기로부터 자신과 세상을 성찰하기 시작한다.

책 표지차 한 잔 생각 한 뜸, 정재흠 지음, 푸른사상사 펴냄, 13000원 ⓒ 송상호



2막에선 회계사답게 '나눔의 경세제민'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돈이 최고라 여기는 시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퍽퍽한 현실을 요모조모 따져본다. 자연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던 저자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결국 3막에 가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갈무리 한다. 엘리트나 마이너리티나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말이다.

이 책의 속도는 한마디로 '안단테'다. 책 제목대로 '차 한 잔' 하면서 '생각 한 뜸'하기 좋은 책이다. '생각 한 뜸'의 '뜸'이란 말이 '발효, 숙성'이란 의미다. 그의 내면에서 오랜 세월 숙성해서 발효해낸 생각은 어떤 것일까.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회계사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 봤을까. 이번 주말엔 '차 한 잔'하면서 '생각 한 뜸'하게 할 이 책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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