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적 검증, 더 이상 못 참겠다"
[박원순 캠프24시] 강용석 의원 고발장 접수 예정
▲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의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을 문제삼아 허위사실을 유포한 14일 밤 늦은 시각까지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법적 대응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 남소연
[4신 수정 : 14일 오후 10시 6분]
"한나라당의 '아니면 말고' 주장에 분노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였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현 무소속, 전 한나라당 소속)이 자신의 블로그에 박원순 후보의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이 허위라고 주장한 데 대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분노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강 의원이 주장한 내용에 대한 언론의 확인요청에 응대하느라 오후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는 "안형환 대변인이 또 다시 네거티브 공세를 가했다"며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대응방안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에 따르면, 박 후보는 1991년부터 92년까지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후 잠시 귀국했다가 동년 9월 15일 미국 보스턴으로 출국, 하버드 법대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하다 1993년 5월 워싱턴으로 옮긴 바 있다.
로스쿨 객원 연구원은 당시 백낙청 서울대 교수의 소개로 하버드 옌칭 연구소 부소장이던 애드워드 베이커 교수의 추천을 받아 갔고, 로스쿨 교수인 헨리 슈타이너 박사가 휴먼아이티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이 휴먼아이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박원순 후보 뿐 아니라 몇 사람이 초청돼 연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는 전 민변 변호사인 이석태 변호사도 함께 참여했다고 전했다. 실제 하버드 법대 로스쿨 졸업자 명단에 '원순 박'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 박원순 후보 캠프가 나경원 후보 측이 제기한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 등의 의혹에 대해 반박하며 제시한 '하버드 로스쿨 Human Rights Program Visiting Fellow' 명단. ⓒ 박원순캠프
이후 박원순캠프 소속 변호사들은 즉각적으로 고발장 작성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민병덕, 김택수 두 변호사가 고소장 작성을 마쳤으며, 15일 오전 중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할 예정이다.
강용석 주장은 거짓말... 악질적 인물검증 더는 못 참아
이인영 박원순캠프 선대본부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 선거의 본질은 박원순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며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시정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토건행정으로 점철된 이명박-오세훈 10년 시정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서울을 열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현재와 같은 수준의 박원순 인물 검증은 완전히 악질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본부장은 "이번 선거의 본질은 명백하게 변화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에 어긋났던 이명박-오세훈 10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누가 오세훈더러 시장직을 걸라 했으며, 누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게 아이들 밥을 먹이지 말라 했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폭탄주 먹고 TV토론 나오는 대변인, 삥 뜯는 양아치라 욕설을 퍼붓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대정부 질의를 온통 박원순 죽이기로 일관한 국회 이 모든 걸 도저히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냐"며 "이 지점에서 분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의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을 문제삼아 허위사실을 유포한 14일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하고 고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 남소연
박원순캠프의 선거전략가인 김윤재 변호사는 "이번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이라며 "한나라당이 만든 네거티브 프레임에 빠지는 순간 한국 정치는 한나라당과 똑같은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며 국민적 관심은 멀어지고 제대로 정치를 해야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정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안철수 돌풍을 만든 국민들이 결국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때문에 "정치는 모두 똑같은 것"이라고 돌아서는 순간, 이 선거에서 국민이 지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어느 사회나 국가도 변화를 쉽게 쟁취하지 못한다"며 "변화의 반대편에 있는 세력은 공고하기 때문에 이명박-오세훈에 분노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인영 선대본부장도 "조금 부족하고 답답해보여도 자신이 투표함으로써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이번 선거에 투표해야 한다"며 "내가 믿는 진리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고 26일 모두 투표장으로 달려나가 행동하면 실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선대본부장은 "시민을 믿는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만드는 상징조작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오후 8시로 접어들면서 캠프에서도 슬슬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일부는 피자를 시켰고, 또 일부는 짜장면을 먹었다. 9시가 다가오지만 퇴근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으며, 상황 점검을 하는 분위기다.
오후 10시부터 선대 본부장단 회의가 열렸고, 이어 오후 11시부터는 박원순 후보의 TV광고 촬영이 진행된다. 또한 주말 유세에 '남자의 자격' 스타일의 대형 시민합창을 준비중인 박원순 캠프는 사무실 인근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3신 : 14일 오후 6시 25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에는 법적으로 대응"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 선거사무소는 예전 참여연대가 있었던 안국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 남소연
오후 들어 박원순 선거캠프에는 남성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정치토론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메모해 전달하기도 하고, 자원봉사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희망제작소에서 활동했던 인연으로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 중인 서복기(60)씨는 현장민원 접수를 받았다. 민원인 방문 안내와 전화를 받는 업무다. 그는 우리은행 일원동 지점장을 은퇴한 뒤 희망제작소 '해피 시니어 모임'에 참여했다가 박원순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서씨는 "오후 들어 캠프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개 민원인들"이라며 "지역 재개발 조합 간부들이 몰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세훈 시장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된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라는 것. 대개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허가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라고 했다. 그는 "뉴타운으로 지구지정이 돼도 보상금 받아 어디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다는 호소가 많다"며 "오늘은 미아2동, 잠실동 재개발 조합 주민들이 단체로 찾아오셨다"고 소개했다.
또한, "TV토론을 보시고 너무 수세적이라고 느낀 분들이 항의전화를 많이 하신다"며 "좀더 공세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하는데 그것은 그냥 의견으로 받아두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밖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안심택시. 택시에 QR코드를 입력하고 스마트폰을 택시에 대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라는 것. 택시번호, 기사신분 등이 모두 확인되는 시스템인데 이것을 서울시가 도입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박원순 후보 선대본에 자원봉사 물결이 이는 것은 박원순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MB심판여론이 센 것 같다"며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는 분위기
이날 오후 선거캠프에는 교육관련 업종에서 활동 중인 이영애(48)씨도 방문했다. 이씨는 "살다보니 내 일과 정치와 무관한 게 아니더라"며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박원순 후보가 어떤 선거운동을 하는지 직접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 팩의 녹차를 선물하면서 "내일은 나경원 캠프에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선거캠프를 다녀보고 어떤 후보가 더 서울시장에 적합한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김홍연(52)씨는 "솔직히 박원순씨가 시민운동 할 때 정치 안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속으로 좀 많이 놀랐다"며 "지금 나는 그분이 왜 정치를 하게됐는지 그 점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1캠과 2캠으로 안국빌딩과 안국빌딩 별관으로 각각 나눠 선거캠프를 쓰고 있는 박원순 캠프 상황실은 오후 들어 시시각각 변하는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대학생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으나 국회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는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후보의 하버드로스쿨 연구원 학력에 의문점이 있다고 피력하는 등 네거티브의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캠프는 긴급 논의를 벌였다.
논의 직후 이인영 선대본부장 등 법무팀 핵심 관계자들은 캠프 사무실에 서서 회의를 하면서 긴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곧장 강용석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로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강용석 의원이 블로그에 박원순 후보의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을 허위인 것으로 주장했다"며 "박원순 후보 선대위 측은 앞으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흑색선전과 같은 주장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세에 박원순 캠프 선거전문가와 전략전문가들은 대응전략 논의를 수시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네거티브 전략이 날마다 계속 되니 가랑비에 옷 젖듯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드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선거유세도 전날 화물경차를 통해 펼쳤지만, 14일부터는 2.5톤 트럭 1대와 5톤 트럭 1대를 마련해놓고 대형 유세에도 나설 준비를 마쳤다. 대규모로 몰려드는 집회형 유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2신 : 14일 오후 2시 52분]
"시립대가 반값 등록금 하면 다른 사립대 압박받을 것"
▲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후 연세대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들며 대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 남소연
학생: 연세대도 반값 등록금 해주세요.
박원순: 서울시립대에서 반값 등록금 하면 (다른 곳도) 안 할 수 없을 거예요. 우선 서울시장부터 되고. (웃음) 핀란드는 등록금이 몇 십만원이에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4일 오후 1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찾아가 대학생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준영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박자은 한대련 의장, 박희진 청년연대 공동대표,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선경 청년네트워크 준비위원장, 이관수 청년정치참여연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식사를 겸한 청년학생 간담회에 참석한 박희진 대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은 대한민국 축소판일만큼 청년들이 많고 일자리 문제가 집중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어떤 모델로 잘 발전하느냐가 한국의 발전과 미래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자은 의장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 하고 정부가 교육재정을 투여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알려야 한다"며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서 대학생들이 높은 물가 때문에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 14일 오후 연세대 학생식당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학생들과 함께 배식판을 들고 세미나실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박 의장은 또 "생활비와 등록금 문제 때문에 휴학하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시 교통비 할인 혜택을 대학생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준영 연세대 학생회장은 "삶이나 교육이나 노동이나 가장 기본적 조건이 주거"라며 "서울시내 1년치 주거비가 등록금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심각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은 반지하, 고시원으로 내몰리면서 열악한 주거 현실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 현실을 빗대 21세기형 쪽방촌이라고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후보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고 엄중하다"며 "반값 등록금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예산의 문제로 고민하지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나가고 있고, 유럽에 가보면 등록금이 아예 없는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마이클 샌델 교수와 40분간 대담을 했는데 좋은 시민이 있어야 좋은 정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접근하는데 문제의식을 갖는 대학생들이 많아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서울시립대는 이사장이 시장"이라며 "반값등록금을 해버리면 중앙정부나 사립대학에서도 굉장히 압박감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청년유니온은 박원순 후보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첫째,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 인정, 아르바이트 청년노동권 보호와 최저임금 현실화,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제 실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청년 대학생 위한 공공임대 주택 확대 등이다.
"서민들의 사소한 권리는 꼭 찾아줄 걸요?" [자원봉사자①] 박원순 후보와 13년지기 이해숙씨 |
▲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혜숙씨가 수북이 쌓인 자원봉사 신청서를 정리하고 있다. ⓒ 남소연 카페 형태로 꾸민 서울 안국동 박원순캠프 사무실에는 '엄마' 같은 존재가 있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어질러놓은 것을 대신 말끔히 치워놓듯, 박캠에도 선거운동원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일하도록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청담동 아줌마' 이해숙(59)씨다. 1998년 친언니 전 KBS 아나운서 이영숙씨가 참여연대에 잠깐만 들러 가자고 한 게 인연이 돼 박원순 변호사와는 벌써 13년째 알고 지낸다. "우리 언니가 KBS 관두고 BBS에서 방송할 때 박원순 변호사를 인터뷰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참여연대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는데, 감사패를 받으러 가야 하니 잠깐만 들렀다 가자는 게 벌써 13년이 됐네요. 박 변호사님이 당시 참여연대의 아주 작은 방에 절 부르시더니 활동자료를 쭈욱 보여주면서 막 설명을 하는 거예요. 그게 98년 9월, 막 가을이 시작되던 무렵이었죠." 박원순 후보의 상징인 노란 앞치마를 입은 이해숙씨는 그렇게 박 후보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집에서처럼 사람들을 살피고 돕는 동안 무려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았다는 그는 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구나"라고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료를 일일이 보여주면서 "이런 분들이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업을 보니, 변호사, 공중파 방송국 MC, CCTV 보안감시업체, 건설관련, 대기업 CEO, 그래픽 디자이너, 대학생, 외국계 회사 지사장, 초등학교 교사, 결혼 전 언론사 근무 한 사람, 운전지원 가능자, 의전 경력 있는 사람, 연극연출가, 대덕단지 연구원, 수의사,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연주자, 미술교육 교사, 교육공무원 등등 일일이 다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로 많았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라며 "박원순씨라면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왜 박원순 후보가 꼭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오래 전 참여연대는 작은권리찾기운동을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게 해주는 일을 했었어요. 누구나 자기 권리 주장을 제대로 못할 때 박 변호사님이 그걸 사회운동으로 했거든요. 저는 그분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힘없는 서민들의 사소한 권리를 제대로 찾아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원순씨를 지지합니다." 알고보면 이해숙씨는 서울 부자들이 산다는 청담동 아줌마다. 청담동 40평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씨는 평소 친구들에게 이런 사회문제를 얘기하면 "얘, 난 정치문제 관심없어!"하고 끊는단다. 그래서 실은 청담동 친구들에게 이번 선거운동도 잘 애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만일 여느 강남 아줌마처럼 살았다면 정말 자기 식구들만 알고 그랬을 거예요"라며 "박 변호사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부조리, 문제들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돼 있나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루 12시간씩 자원봉사를 하며 피곤에 절어 있어도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캠프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봉사하는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이라고 했다. "우리 남편이요? 수구꼴통보수지. 하하. 그래도 13년간 내가 하는 일에 왜 여자가 그러고 다니냐, 뭐하러 다니냐, 한 번 말이 없어요. 그냥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러죠. 어제는 좀 늦길래 왜 안 와요? 하고 전화했더니, 나 지금 선거운동 중이야 그러는 거예요. 수구꼴통보수 친구들 앉혀놓고 박원순 후보 얘기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하루하루 매우 고단하고 피곤하다고 했다. 선거가 이제 12일 남았지만 언제까지 안내데스크를 책임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참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요청이 있으면 "네~" 하고 달려갔다. |
[1신 : 14일 오전 10시 47분]
130여 활동가 대부분 무급봉사자
▲ 카페 형식으로 꾸며진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선거운동 전략을 맡은 단체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 남소연
"생명이 살아 숨쉬는 품격 높은 도시를 만들어주세요, 원순씨!"
"재밌는 서울, 살아가는 즐거움이 매일 샘솟는 도시..."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도 생활시설이 아닌 서울 지역사회에서 살게 해주세요."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인사동 방향을 등지고 풍문여고 방면 횡단보도 앞에 서면, 은은한 오렌지 빛깔의 조명등이 켜진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안국빌딩 별관 3층 건물 2층은 야권단일후보 박원순 후보 캠프 사무실이다. '박캠'에선 온종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한민국 선거운동 사상 최초로 선거캠프 사무실을 카페 형태로 꾸몄다길래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할 누리꾼들을 대신해 <오마이뉴스> 기자는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4일 온종일 캠프를 탐색하기로 했다.
촉촉한 가을비가 도시의 갈증을 해갈시켜주던 이날 오전 7시 30분. 시민단체 출신 캠프 관계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한 손엔 커피,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었다.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곧 두 잔이 된다. 서로 나눠 마신다.
오전 8시 아침 조회. 미리 배달된 김밥이 '조식'이다. 하루를 점검하고 어떻게 박원순 당선에 주력할 것인가 검토한다. 이 회의에는 시민참여본부(이용선, 배옥병, 하승창, 김종민, 홍용표) 기획위원회, 시민유세단(천준호), 소셜4.0위원회(유창주), 전화봉사단(김여정), 노동희망위원회(배기남), 대외협력위원회(민만기), 조직기획위원회(최승국) 등에 속한 실무자들이 모였다.
단위별로 각각 흩어져 회의를 한다. 회의내용까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엿들을 재주는 없었다. 다만, 노동희망위원회에 속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긴 행렬로 줄을 서서 공단으로 들어가는 당당한 노동자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각 형태로 각을 이뤄 절도있는 회의가 진행됐다.
▲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결합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4일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 남소연
박원순 캠프의 가장 특이한 점은 '무지개 정치'라는 점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여 집단적으로 하나의 빛깔을 내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이 '1캠'이라 부르는 카페형태의 사무실에는 시민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은 물론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민주당 등 정당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용선 시민참여본부장은 전날 '소박한 유세'에 대한 품평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이 본부장은 "작은 선거가 훨씬 소구력이 높은 것 같다"며 "경청투어, 타운홀미팅 같은 사랑방 좌담에 시민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명함을 뿌리고 공중에 큰 소리로 외치고 사람들을 만나 악수하는 식의 공중전보다는 아기자기한 모임에 훨씬 정서적 공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하승창 시민참여본부장도 "우리는 누구나 참여해서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며 "율동을 낼 사람은 율동을 내고, 노래를 낼 사람은 노래를 내고, 정책을 낼 사람은 정책을, 떡을 낼 사람은 떡을, 음료수를 낼 사람은 음료수를 내면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박원순표 선거운동은 '멋대로 맘대로'라는 게다.
▲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금수레씨는 "아이들 보육나 교육문제에 대해선 박 후보가 누구보다 잘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어떠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실제 이날 오전 9시경에 이르니 50대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행주를 들고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자원봉사자 이름표를 건 금수레(58)씨는 "아름다운가게 안국점이 개점할 때부터 박원순 변호사와 인연이 있었다"며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청소도 하고 커피도 대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씨는 "2000년 교통사고 직후 행동과 언어가 불편해진 뒤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그뒤로 병도 많이 좋아졌다"며 "서로 돕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이날 행주로 테이블을 닦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기자에게 "저쪽에 떡이 있으니 먼저 떡부터 좀 드시고, 시원한 커피도 좀 드시면서 하시라"고 권유했다.
가만 보니 박원순캠프에는 노년의 자원봉사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런저런 잡일도 돕고, 정치토론도 하면서 '캠프의 아침'을 열었다. 박원순 선대본부에는 130여명의 활동가가 뛰고 있다. 이중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무급 자원봉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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