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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검찰 구명로비에 검사장급 4명 연관됐다"

14일 기자회견... "조만간 신재민 관련 비망록 공개하겠다"

등록|2011.10.14 16:15 수정|2011.10.14 17:46
[기사 보강 : 14일 오후 5시 46분]

▲ 이국철 SLS그룹 회장. ⓒ 구영식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벌인 구명로비에 검사장급 인사 4명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14일 오후 3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구명로비에 연관된) 검사장급 인사가 1명이니 2~3명이니 했는데 (정확히) 4명"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검찰조서와 영상녹화에 남겼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지난 2009년 9월부터 '400억 원 배당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혐의로 수사를 벌이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사업가 김아무개씨를 소개받아 검찰 고위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로비를 벌였다. 즉, 당시 이 회장이 김씨를 통해 4명의 검찰 고위인사에게 구명로비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이 회장에게 1억 원의 로비자금을 가져가 B지역 지검장을 지낸 현 정부 고위직 인사에게 건넸다고 주장해왔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이 인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검찰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던 김씨는 "신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만나 사업자금을 빌렸지만 검찰 고위인사에게 로비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도 김씨가 이 회장에게 받은 돈은 모두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린 것이고, 현재는 대부분 되돌려 준 상태라고 반박했다.

"검사장급 인사 3명 언급된 신재민 비망록 조만간 공개"

이 회장은 "검찰은 지난 7일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신재민 전 차관과 관련된 압축 비망록을 압수해갔다"며 "거기에는 3명의 검사장급 인사가 나오는데 현직에 있는 인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재민 비망록에서 검찰과 관련된 부분을 1쪽에 걸쳐 분명하게 밝혔다"며 "여기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들어 있는데 '검찰이 압수한 신재민 비망록'에 한해 그 내용을 조만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이 회장이 자필로 작성한 '신재민 비망록'에는 신 전 차관의 소개로 만한 사업가 김아무개씨가 검찰 고위인사를 만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은 "당시 나는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 검찰 고위인사의 뒷모습만 봤다"며 "김씨가 그 인사를 만난 뒤에 그들의 대화한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구명로비는 허사로 돌아갔다. 당시 검찰은 '횡령,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혐의가 나오지 않자 2건의 허위공시(별건수사)로 이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청와대발 기획수사였기 때문에 원하는 혐의가 안 나오자 검찰이 별건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장은 현재 수사라인에 있는 검찰 중견 간부가 최근 자신의 친구를 만나 "검찰이 많이 어렵다, 신재민 전 차관 부분은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 도와 달라"며 자신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그 친구가 검찰 중견 간부를 만난 뒤 나에게 '신 전 차관의 대가성 부분을 확실하게 검찰에 얘기하라'고 말했다"며 "검찰은 신 전 차관을 사법처리하기 위해 나를 이렇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전 차관을 구속하려고 전방위로 압박"

'10억 의혹' 신재민 전 차관 검찰 소환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0년간 10억원 넘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이 회장은 "이제는 더 이상 검찰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초 계획했던 'SLS그룹 해체'의 진실 규명에 진력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 회장은 12일과 14일 연속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수사를 성토했다. 13일 네 번째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검찰수사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검찰은 신재민 전 차관을 구속시키려고 별별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금품을 건넨 것에) 대가성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신 전 차관을 사법처리하려고 (나와 내 주변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검찰이 신재민 전 차관만 구속해 SLS그룹 해체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비리 의혹들을 덮으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검찰은 상품권 2000만 원어치가 신 전 차관에게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곽승준(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전달된 것을 자르려는 의도"라며 "신 전 차관도 일부 받았다고 시인했는데 이렇게 (곽승준·임재현에게 상품권이 전달된 것을) 단절시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왜 박영준(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임재현 등은 서면조사밖에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에 곽승준, 임재현, 박영준 등과 대질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안 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 출금시키고 디자인 업무 여직원까지 소환"

이어 이 회장은 "어제 신 전 차관과 대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나와 변호사가 검찰에서 4시간을 기다렸는데 검찰에서는 막판에 '2009년 창원지검에서 수사했던 횡령과 비자금 조성 부분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이렇게 반박했다고 전했다.

"2009년 창원지검에서 검사 7명과 수사관 70명을 동원해 수사했다. 심지어 대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3명의 대검 소속 검사가 창원지검에 내려와 조사했다. 하지만 2010년 12월에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비자금 조성, 횡령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왜 다시 조사하느냐?"

이 회장은 "그 당시 창원지검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인정하면 (관련 수사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제가 진술하기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회장은 "검찰은 제 주변 사람들을 전부 출국금지시키고 이 사건과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검찰로 불러들이고 있다"며 "심지어 (신사동) 사무실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여직원까지 검찰로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암투병중인 형님이 데리고 있던 직원을 불러서 '이국철 회장 구속영장을 치겠다'고 했다"며 "몇몇 정치 검찰들을 위해 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어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이국철 회장, 판도라의 상자 여나...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사용했다는 SLS그룹의 법인카드 전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국철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었다. ⓒ 연합뉴스


이 회장은 "검찰은 지엽적인 것을 가지고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간다"며 "집안 사람들이 모두 구속되고 제가 사형선고를 받는다 해도 진실을 밝혀져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신아조선 인수대금 500억 수표 어디로 갔나?"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신아조선을 인수할 당시 유수언 전 신아조선 대표가 500억 원의 인수대금을 현금이나 수표로 달라고 해서 수표로 500억 원을 건넸다"며 "기업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통장으로 입금하면 되는데 왜 현금이나 수표로 달라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500억 원의 수표 사본을 지난 4월 전부 검찰에 제출했고 '그것을 추적하면 (그룹 해체의) 진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신아조선 전 사주인 유수언씨와 산업은행의 유착관계와 그 배후세력이 누구인지는 손도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수표로 건넨 500억 원 중 일부가 모처로 갔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이것(500억 원이 어디로 갔는지)을 덮으려고 검찰이 관련 내용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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