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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문에 배고파요"

등록|2011.10.16 12:11 수정|2011.10.16 12:11

▲ 배고픔을 못 참는 먹성 좋은 딸. 토요일 3교시에사 4교시가 된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불만이 많다. ⓒ 김동수


우리 집 둘째아이 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먹어서 죽지 않는 것은 다 먹는다"입니다. 예를 들면 회 한 접시를 자기 혼자 다 먹습니다. '개불' 먹는 모습을 보면 저 녀석이 '딸 맞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장엇국을 잘 먹지 않는데, 이 녀석은 나올 때마다 2~3그릇을 먹습니다. 학교를 다녀오면 꼭 밥을 먹습니다. 학교 급식을 적게 먹기 때문이 아니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기 때문입니다.

개불을 먹는 딸, 토요일은 휘청휘청

우리 집은 원래 밥 먹는 시간이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7시입니다. 아내가 피아노 학원 시간 강사로 나가기 전까지는 저녁을 5시에 먹었습니다. 주말에는 저녁을 5시에 먹습니다. 이렇게 우리집 배꼽시계는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은 5시와 7시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배꼽시계는 비상벨을 울리게 되고, 그중에 딸아이 배꼽시계는 가장 크게 울립니다.

평일에는 오후 1시쯤에 밥을 먹기 때문에 조금은 낫습니다. 문제는 토요일입니다. 4교시를 하고 밥을 먹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옵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합니다. "엄마 배고파 죽겠어요"라고 하면서 딸아이가 휘청휘청하는 것이 토요일 우리 집 풍경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즉각 밥을 대령(?)해야 딸 아이는 그제사 한숨을 돌리면 "이제 살겠다"고 합니다.

올해 6학년 녀석이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죽겠다', '살았다'고 하는지. 먹는 것을 두고 인생 다 산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은 3교시만 했던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일입니다. 올해부터 4교시를 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 지난해까지만해도 토요일은 3교시였다가 올해부터 4교시로 수업 시간이 한 시간 늘었다. ⓒ 김동수


"MB 때문에 배고파요"


어제(15일)도 집에 돌아와서는 "배가 고파 죽겠다"며 빨리 밥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꺼냈습니다.

"아빠 왜 내가 토요일 집에만 돌아오면 배고프다고 말하는지 아세요"
"3교시를 하다가 4교시를 해도 급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
"왜 3교시를 하다가 4교를 했는지 아시냐구요."
"그거야 교장 선생님이 너희들 공부 더 많이 시키기 위해서지."
"그럼 지난해까지는 우리가 공부를 못했나요. 나는 우리 학교가 공부 잘했다고 생각해요."
"맞다. 3교시 할 때나 4교시 할 때나 너 성적은 항상 같으니까."
"바로 그거에요. 성적도 별 차이가 없어요."
"4교시한다고 친구들이 불만이 많지."
"예. 그런데 누구 때문에 4교시 하는지 아세요."
"방금 말했잖아. 교장 선생님이 너희들 공부 더 시키려고."
"아니예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예요."
"이명박 대통령?"
"친구들이 다 그렇게 말해요. 대통령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시켜서 그랬다고."
"…그런 것 아니다. 대통령이 학생들 공부 더 많이 시켜라. 수업 시간 더 늘려라 이런 말은 하는 분이 아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도 이 대통령 때문에 자신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토요일에도 일찍 집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토요일에 4교시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막둥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교육청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이들까지 자기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된 것이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 들어 일제고사 따위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줄 세우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막둥이가 말합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교육청이 그렇게 시켰다고 생각해요."
"막둥이는 교육청?"
"교육청에서 아이들 시험 잘 보라고 하니까. 교장 선생님도 어쩔 수 없어요."
"야 막둥이는 교육청이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하고, 누나는 대통령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너는 토요일에 공부 안 하면 좋겠지."
"응."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싫은 우리 집 막둥이. 토요일에 학교 가지 않는 것이 소원인 막둥이에게 수업을 한 시간 더 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교육감에게 얼마나 불만이 많겠습니까.

"토요일에 급식을 할 수 없고, 수업을 3교시로 줄일 수도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니?"
"우유라도 주면 좋겠어요."


먹성 좋은 딸 소원은 "토요일 급식은 몰라도 우유라도 달라"이고 공부가 제일 싫은 막둥이는 "토요일 아예 공부하지 말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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