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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의 특별한 '수요시위'..."일본 정부 공식 사과해"

광주 수완중, '딸들의 아리랑' 인권 수업...킹스턴 루디스카 공연 참여

등록|2011.10.16 21:17 수정|2011.10.16 21:17
15일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는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오전 광주 수완중학교(교장 김혁순) 3학년 11개반 학생 380여 명은 강당에 모여 가상의 수요시위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촉구하며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를 가상 형식으로 개최한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지난 12일 제191차 수요시위를 벌인 바 있다.

▲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수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하루 교과 수업을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문제를 주제로 한 활동과 가상 수요시위로 진행했다. ⓒ 광주광역시교육청 제공


스카(Ska) 음악이 어우러진 수요시위..."할머니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이날 수완중 3학년 학생들은 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수업을 진행했다. '딸들의 아리랑'이라는 역사·인권수업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1교시에서는 그동안 12시간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수업 과정과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10만 희망릴레이' 활동 등을 벌이면서 학생들이 느낀 점과 메시지 등을 담아 제작한 미니영화제, 게시물 만들기, 플래쉬몹, 서명 플래카드 제작 등 반별 활동으로 진행됐다.

2교시부터는 강당에 모든 3학년 학생들이 모여 진행됐다. 2교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김희용 대표를 초청해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2011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감상했다.

이어 학생들은 '도전 골든벨'을 통해 위안부와 근로정신대에 관한 20개의 해설이 있는 퀴즈를 풀면서 인권유린과 피해 규모 등을 되짚는 시간을 보냈다.

3교시에는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가상의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광윤·강민경 학생 사회로 진행된 수요시위는 '2011 수요시위 평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경과보고에서는 위안부 프로젝트 수업(20년간의 수요집회 등) 활동, 10만 희망릴레이 동아리 활동과 수완중 모금운동 활동 등을 담은 영상으로 대신했다.

수요시위 자유발언에 나선 조소연 학생은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일본 정부는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서영선 학생이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가장 꽃다운 순간 순진한 소녀들은 일본군에게 속거나 강제로 끌려가서 억울하게 학대당하고 무참히 짓밟혔다"며 "할머니들의 날개를 꺾어버린 일본 정부는 이제 그만 잘못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정식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미래 일본 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올바른 과거 청산이 지금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며 수완중 학생들은 할머니들의 희망이 되어 할머니들을 항상 응원할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인사말로 건넨 "승리합시다"..."또 다른 희망을 줘서 감사합니다"

▲ 이날 열린 가상 수요시위에는 스카 전문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참여해 무료공연을 벌였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공연에 학생들은 함께 스카 특유의 춤사위를 따라하며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다. ⓒ 강성관


이날 수요시위에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3) 할머니도 함께 했다.

수완중 학생들의 '딸들의 아리랑' 프로그램과 가상의 수요시위를 지켜본 양금덕 할머니는 인사말을 통해 "학생들이 퀴즈 문제를 풀어나가는 동안 눈물이 났다"며 "마음에 못을 박고 살았지만 시민들과 학생들이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이어 "학생들이 이제는 우리와 같은 비통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시민들의 덕택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미쓰비시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아서 만세를 부르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게 되길 바라고 우리가 협력하면 일본도 항복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김희용 대표는 "1000원을 후원하는 10만 희망릴레이 운동을 벌이면서 광주지역과 다른 지역의 중고등학교를 들렸지만 하루 교과 일정을 과거 청산문제로 배치한 것은 처음이다"며 "오늘 행사와 수업이 그 동안 진행해 온 프로젝트 수업의 성과 등을 한데 모은 것이어서 의미가 깊고 더 큰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자메이카 음악인 스카(Ska) 전문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Kingston Rudieska)와 국근섭(담양예술문화협회장)씨의 재능기부 공연 마당도 펼쳐졌다.

학생들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공연 20여 분 동안 이들의 공연에 열광했고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과 아픔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근섭씨의 감성무 공연을 지켜봤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리더인 최철욱(트럼본)씨는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근로정신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오래된 역사라는 점에서 잘 알기 힘든 것 같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 공감해 공연을 오게됐다"고 말했다.

멤버 오정석(트럼팻)씨는 "재능기부라고 하니 어색하지만 취지에 공감이 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혁신학교로 선정된 수완중학교는 일본군 위안부와 정신근로대 문제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 왔으며 학생들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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