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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도가니 위원장', 성폭력 가해자 변론 전력

야권, 김재경 의원 사퇴 촉구... 민주노동당 "도둑에게 매를 쥐어주는 꼴"

등록|2011.10.17 20:08 수정|2011.10.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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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총선 당시 김재경 의원과 김미영 후보(현 진주시의원)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성폭력 가해 교사를 변론했던 것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강호진


한나라당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 및 피해자 지원위원회'(이하 '도가니 진상조사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재경 국회의원(진주을)이 과거 변호사로 있을 때 장애학생을 성폭행했던 가해자를 변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진주에서는 김 의원이 진상조사위원장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이자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에 성공한 재선 의원인 김재경 의원은 지난 14일 구성된 '도가니 진상조사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자료수집과 기초조사 활동을 벌인 뒤 인화학교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광주교육청, 광주지방경찰청 등 관계기관을 찾아 피해자 지원대책과 재발 방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재경 의원은 진상조사위원장 사퇴해야"

지난 1999년 진주에서는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다. 진주 지역의 장애인 교육기관인 A학교 교사 고아무개씨가 정신지체 1급인 제자 박아무개(당시 20세)씨를 교실 등지에서 2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 고씨는 2000년 11월 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재판 과정에서 영화 <도가니>의 성폭력 가해자들 처럼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고씨가 자신을 가르치던 장애아를 성폭행하고도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없는 점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재경 의원은 당시 가해 교사의 변론을 맡았었다. 김 의원이 성폭행 가해 교사의 변론을 맡았던 사실은 2004년 총선 때도 논란이 되었다. 그해 4월 치러진 총선 텔레비전 토론에서 상대후보였던 김미영 진주시의원(현재)은 가해자 변호 전력을 문제삼았다.

김미영 진주시의원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것 같다"며 "몇 해 전에 있었던 A학교 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했던 것은 잘못이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재경 의원은 당시 "직업의 윤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데, 형사소송법 기본 원칙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가 추정되고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다"면서 "인권 보호하는 변호사로서 역할을 충실이 한 것이지 장애인 반대 변호를 맡았다고 해서 장애인 복지의 다른 각도에서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당시 'A학교 교사의 제자 성폭행에 대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권춘현씨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있어, 진주의 한 변호사가 가해자의 변론을 맡았다, 그래서 문제제기를 했고 그 변호사는 사임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러나 김재경 의원은 A학교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의 변론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이어 권씨는 "당시 내용을 모르고 변론을 했을 수도 있지만, 가해자를 도와준 셈이니까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사람처럼 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위원장을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경 의원 "변호사 윤리 어긋나는 변론 한 적 없다"

이와 관련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시 김 의원은 변호사라면 그 누구의 변론이라도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변명했다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됐다면 이런 말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진상조사를 맡은 사람이, 과거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의 변론을 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도둑에게 매를 쥐어주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김 의원에게 계속해서 도가니 사건 조사를 맡긴다면, 한나라당의 도가니 진상조사위원회가 영화 '도가니'로 끓어오르는 여론에 일시 편승하려는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김재경 의원 또한 도가니 진상조사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하고 A학교 피해자 학생과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재경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변호사 입장에서 누구나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봤다"며 "당시 가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해 변론을 맡았지만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는 변론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아무도 장애인 성폭력 문제에 관심이 없던 지난해 11월부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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