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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갈매기들이 도망도 안 가네!"

용유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만난 갈매기들

등록|2011.10.18 16:57 수정|2011.10.18 16:57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영종대교를 넘는 순간, 아내는 차 안을 시끄럽게 만들던 MP3를 빼버렸습니다. 그리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슬쩍 밀어 넣습니다. 그 테이프에선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죠.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아내는 오늘 만큼은 쓸쓸한 노래가 듣고 싶었나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들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게임을 하기 시작합니다. 신나는 노래를 듣다가 쓸쓸함이 묻어나는 노래를 들으니 괜히 싫은 거겠죠. 하지만 잠시 후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 노래가 김광석의 노래 중,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돗단배~"

이렇게 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노래를 들으며, 지난 16일 저희 가족은 영종대교를 타고 영종도에 들어갑니다. 뭐! 특별히 가볼 곳을 정하고 그곳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누님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송추에 갔다가 집으로(안양) 돌아가는 길에, 서울외각순환고속도로에서 보이던 '인천국제공항, 영종도' 표지판을 보고 그저 방향을 바꾼 것뿐이죠.

▲ 영종대교를 넘습니다. 이 대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구간 중,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과 중구 운북동(영종도)를 연결하는 다리의 이름입니다. 총길이는 약 4.42km 이며, 1993년 12월에 착공하여 2000년 11월에 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7,500원입니다. ⓒ 방상철


예전 이곳에, 영종대교가 처음 생겼을 때 한 번 와보고는, 요금이 너무 비싸서 다신 안 오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결국 인천 월미도에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 영종도에 도착하는 요금과 비교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기에, 그 후로 몇 번 더 이용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인천대교가 생긴 후론 이곳과 또 멀어졌네요. 제가 사는 안양에서 영종도까지 가는 제일 빠른 길은 이제 인천대교가 되었으니까요.

▲ 영종대교를 넘다보면 이렇게 드넓은 갯벌이 보입니다. ⓒ 방상철


저희 가족은 언제부터인지 영종도에 도착하면, 굳이 어딜 갈까 망설이지 않고, 바로 용유도 '을왕리'까지 갑니다. 그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니까요. 만약 좀 한산한 곳을 원한다면, 바로 옆에 있는 '선녀바위해변'으로 갑니다. 그곳은 반대로 항상 조용하니까요.

그런데 자꾸 옛날 얘기를 하게 되는데, 영종도에 이렇게 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월미도에서 배타고 선착장에서 내려, 을왕리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빨라졌죠.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길도 넓어지고, 펜션도 많이 생겼고, 사람도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당연히 자동차들도 많아졌지요.

제가 자동차 얘기를 하니까, 다녀오신 분들은 같은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을왕리해수욕장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이 항상 불만이라며 얘기하는 건데, 해변가에 그 많은 주차공간이 식당들의 전용 주차 공간으로 쓰인다는 사실이죠. 그 공간이 식당들의 개인 부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차만 세우려고 하면 "식사하실 건가요?"라고 묻고는 '아니다'라고 하면, 차를 빼달라고 합니다.

또한 호객행위가 너무 심한 것도 눈에 거슬립니다. 저희도 바닷가 식당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려는 마음으로 빙 둘러보다가도, 호객행위가 너무 심해서 그냥 돌아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건 너무 불쾌합니다. 자꾸 그러면, 이곳 을왕리해수욕장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상인 여러분들! 생각을 좀 바꿔보시면 어떨지요?

에고! 제가 너무 목소리를 높였나요? 하여간 이번엔 바닷가에선 좀 멀지만 해수욕장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기로 했습니다. 해변으로 차를 가지고 들어가 봤자 복잡하기만 하고 분명히 차 세울 공간도 없을 걸 알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 공영주차장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송내역과 인천역에서 이곳까지 오는 버스가 있군요. ⓒ 방상철


▲ 자! 이곳이 을왕리해수욕장 입구의 모습입니다. ⓒ 방상철


▲ 그리고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이렇게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죠. 모두들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방상철


아내는 유모차를 끌고, 아들과 저는 다정히 손을 잡고 해변으로 갑니다. 그런데 와! 오늘따라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붑니다. 머리가 다 휘날릴 정도니 말 다했죠. 그래도 여기가지 왔는데, 파도가 치는 곳까지는 한번 가봐야죠?

잠시 유모차를 모래사장 근처에 세워두고, 아이를 안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갈매기들이 바닷가에 상당수 앉아있더군요. 그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결코 도망치지 않습니다. 꼭 도시에서 보던 비둘기들처럼 이리저리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닐 뿐, 쏜살같이 날아서 달아나지 않습니다.

▲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갈매기들 ⓒ 방상철


▲ 지금 저들은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먹이를 노리고 있겠죠. ⓒ 방상철


점점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서해안은 물이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기에 저희도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갈매기들이 물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보았죠. 역시 저들도 민첩한 사냥꾼이 맞았습니다. 순식간에 먹이를 채서 날아가 버리더군요.

▲ 먹이를 채가기 위해 비상하는 갈매기들! ⓒ 방상철


가까이서 갈매기를 마음껏 구경(혹은 관찰?)하고 싶으신 분들, 이곳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놀러오세요. 식당의 호객행위나 주차문제 등은 무심히 흘려버리고 그냥 자연을 느끼러 오세요. 시간이 허락되면 아름다운 일몰 구경도 하시고요.

자! 이제 저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해변을 다 빠져나와서 호객행위 하는 상인을 뒤로하고 주차장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고 을왕리를 빠져나옵니다.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인천대교를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안양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니까요. 인천대교를 타고, 제3경인고속도로를 타면, 바로 안양입니다.

▲ 인천대교를 건넙니다. 이 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경제자유지역인 송도를 연결하는 다리의 이름입니다. 다리의 총길이는 약 18.38km 이며, 2005년 7월에 착공하여 2009년 10월 완공하였습니다.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5,500원입니다. ⓒ 방상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러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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