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시민단체가 일본 역사교육에 큰 도움"
일본인 독립기념관에서 역사공부... "역사왜곡 교과서 선정...공동대응 하자"
▲ 지난 17일 한국독립운동사 역사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찾은 일본인들이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심규상
"한·일 역사 속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 독립기념관과 대전충남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나카 노부유키씨(60)가 20일 대전을 찾았다. 그는 지난 17일 일본인 17명과 함께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 지난 2007년부터 독립기념관이 벌이고 있는 '일본인 역사연수 평화를 위한 역사기행'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연수 참가자들도 중학생, 대학생, 목사, 스님 등 매우 다양했다. 이번 역사연수의 주제는 조선침략의 출발점이 된 '강화도 조약'이었다. 이들은 18일 강화도 조약을 비롯 종일 조선침략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튿날에는 강화도의 역사유적을 직접 돌아본 후 출국했다.
전례없는 한일 공동 역사공부
하지만 역사기행단의 단장을 다나카씨는 출국을 하루 미루고 다시 충남과 대전으로 향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지역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 회원들과 긴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구마모토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역사왜곡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없었다. 다나카씨를 비롯한 구마모토지역 시민단체와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가 공조해 이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도 충남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마모토지역으로 건너가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역사왜곡 불채택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공립학교에서는 역사왜곡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에서 역사왜곡 교과서를 정식교재로 채택한데 이어 몇몇 공립학교에서 공민교과서 부교재로 역사왜곡이 포함된 자료를 구입해 도서관에 비치했다. 다나카씨가 대책마련을 위해 출국을 미룬 것은 이 때문이다.
20일 늦은 시간, 대전에서 그를 만나 그 연유를 들어 보았다.
▲ 지난 2008년 독립기념관을 찾은 다나카 노부유키 씨(가운데) ⓒ 심규상
-독립기념관에서 벌인 '평화를 위한 역사연수'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수에 참여한 소감은?
"주로 일본의 조선침략 출발점이 된 강화도조약에 대해 공부했다. 일행들이 과거 역사 속에서 아시아 평화를 위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매우 유익했고 만족스러웠다. 특히 이번 연수에는 일본의 중학생과 대학생을 비롯 80세 이상 노인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모녀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연수에서 인상적인 것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천안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이 봤다. 상영후 이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없었지만 한국 학생들에게 나쁜 일본사람이 아닌 한국의 독립 운동사를 배우고 실천하려는 우리와 같은 일본인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 기뻤다"
-20일 오후 역사연수단이 연수를 마치고 모두 출국했는데 왜 함께 가지 않았나"
"대전과 충남지역 시민단체 임원들과 만나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놓고 긴요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
-어떤 문제인가?
"올해도 구마모토지역 공립학교에서는 단 한곳도 역사왜곡 과과서를 채택한 곳이 없다. 모든 게 충남지역 시민단체와의 공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립학교인 신와중학교와 진제중학교에서는 역사왜곡이 심한 지유샤(자유사)는 교과서를 정식 중등역사교과서로 채택했다. 지유샤 교과서에는 위안부 관련 내용이 들어 있지 않고 왜구에 일본인 외에 조선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돼 있다. 조선총독부의 전신인 통감부가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역사교과서는 아니지만 세 곳의 공립중학교에서 부교재로 역사왜곡 내용이 들어 있는 이쿠호샤(育鵬社) 공민(일반 사회)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한 곳이 있다."
-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의 내용은?
"이큐호샤판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없애는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서온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출판사다. 공민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하고 있다. 문제의 이쿠호샤 역사교과서는 한술 더 떠 침략전쟁인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정당화하고 미화하고 있다"
"한일 교류로 역사 왜곡 막아야"
- 교과서 채택 과정에 잘못된 점이 있나?
"일본의 경우 중학교는 무상교육이라 교과서 구입비용을 전부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부교재를 구입한 학교의 경우 구마모토현의 세금을 들여 산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시민단체에서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이후 주민감사청구를 하고 재판청구를 하는 방안도 생각중이다.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 충남의 시민단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우선 부교재로 채택된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었으면 한다. 또 한국의 시민단체에서 이에 대한 항의 서명을 받아 보내주었으면 한다. 구마모토현과 현의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충남도와 충남도의회에서도 구마모토현청과 현의회에 항의성명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 문제의 부교재를 채택한 3곳의 학교는 어디인가?
"구마모토현내 야스시로중학교와 우토중학교, 다나마 중학교 등 3곳이다"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와 10여 년이 넘게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한일시민단체간 교류협력 계획은?
"안중근 의사가 돌아가시기 전, 일본인 통역에게 남긴 문구가 있다. '한일이 서로 교류를 하려면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고 서로 배려한다면 세계를 평화의 빛으로 비출수 있다'고 했다. 100년 전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언을 100년 후에서야 보았다.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밝은 평화의 미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구마모토와 대전충남지역과 같이 한국의 많은 지역에서 교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구마모토와 대전충남의 경우 교과서왜곡문제에 대한 공조를 비롯해 농민, 교사,환경 등 여러 분야로 교류를 늘려왔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교류가 확대되면 지진피해와 원전피해 등과 같은 큰 어려움이 생겼을때 다른 나라와 도움과 지혜를 빌려 극복할 수 있게 돼 좋을 것이다."
다나카씨는 21일 오후 출국한다. 일본 큐슈 남단에 위치한 '구마모토 일한시민교류를 진척시키는 회'를 이끌며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10여 년째 일본 교과서 왜곡 저지운동 등을 의제로 공동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마모토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왕자를 포로로 끌고 간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가등청정)를 비롯해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던 인물 다수의 고향으로 한국과는 오랜 악연을 맺어온 곳이다.
덧붙이는 글
통역/ 이현숙(대전고등학교 일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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